'아페리티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3.31 리자's BAR 3
  2. 2009.03.29 '상혼'속에서 건진 맛 2
  3. 2008.10.19 금요일의 한 잔 Being a real Spritzer! 3

베로나를 떠나기 전 리자를 안 볼수가 없어서 그녀의 BAR에 어제 저녁에 놀러갔다. 기념품도 줄 겸 이탈리아 브랜디인 GRAPPA에 대한 추천도 받을 겸. BAR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쪽에 어느 여자가 바닥을 쓸고 있고 리자는 안보인다. 7시에 있을꺼라고 했는데.. '보나세라'하고 여인에게 인사를 건네니 고개를 들곤 우릴 보고 방긋 웃음을 터뜨린다. 처음엔 못알아봤다가 가까이서 보니 리자다. 세상에.. 짧은 컷트는 그렇다 치고 헬쓱할 정도로 살이 빠진 모습에 놀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남자친구로 이래저래 맘고생이 많았다는 얘기는 엘리를 통해 얼추 들어 왔었고.. 아침 7시30분에 문을 열고 밤 10시에 문을 닫는 BAR 생활은 몸 상하기 쉬울테다. 몰라 볼 정도로 변한 모습이 이래저래 힘들었다는 얘기. 리자는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일전에 만난 엘리자베타가 우리에게 일러줬으니 그 심정이 좀 더 헤아려진다. 그래도 입을 귀에 걸듯이 활짝 웃는 모습은 여전하다. 갑작스레 터뜨리는 웃음도.





한 잔만 하려던 아페리티보를 이래저래 이야기가 길어지더니 결국 3잔이나 마시고 말았다. 나중에 계산하려니 전부 받는건 고집스레 거절하고 깎아줬다. BAR의 스피커에선 이탈리아 인기 라디오 채널, 첸토두에친꿰(125)의 요란한 음악들이 흘러 나왔지만 그녀의 어수선한 요즘 심정을 담아낸 노래는 아래일 듯.

                                                        Mina - Parole Parole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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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를 다녀오던 아침, 부지런히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를 만들었다. 사진을 못찍었네 이런.. 암튼, 오니기리는 만들기 간편할뿐 아니라 맛도 좋고 갈 길 바쁜 여행자, 또는 '바쁜 현대인'의 출출한 속을 달래주는데 그만이다. 재료도 간단해서 너무 딱딱하게 굳지 않은 찬밥, 물과 소금, 김 한 장, 밥 속에 넣을 짭짤한 소만 준비하면 끝. 짭짤한 소는 고추장에 볶은 다진 멸치와 역시 고추장에 볶은 살시치아, 이렇게 두 가지. 삼각김밥 먹어봤을테니 취향껏 소를 만들면 된다. 짭짤한 날치알도 좋고 젓갈도 좋고 짱아찌도 좋다. 복어알 구해 넣어 늘 마음속을 헤집는 '그분'에게 전해도 좋고..

먼저 깨끗히 씻은 손에 물을 잔뜩 뭍히고 소금 살짝 집어 씻듯이 손바닥 전체에 비벼준다. 짭짤해진 손으로 밥을 큼직하게 한 줌 쥐고 둥글둥글 손으로 굴려주다가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 굴을 판다. 거기에 짭짤한 멸치볶음이나 살시치아 볶음 등을 넣고 입구를 막는다. 김 한 장 반 갈라 그 위에 둥근 주먹밥을 가만히 굴려 싸주고 랩으로 한 바퀴 돌리면 끝. 쉽다. 소가 부족하다 싶으면 굴을 넓게 파면 된다.

베네치아 여행에 오니기리를 만들어가기로 결정한건 경비를 아끼자는 것 보다는 베네치아의 상혼에 젖은 음식에 실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잖이 들어서다. 뻔히 알고서 당하는 사기, 피서지에서 곧잘 당하는 그런 경험이 결코 기분좋을리 없고 그 상처는 꽤 오래 가기도 한다. 베네치아의 좋은 풍경, 음식으로 망치지 말자. 근데 어라? 식당에 나붙은 가격들을 보니 그닥 비싸지 않을 뿐더러 얼핏 넘겨본 음식들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음.. 호기심이 슬슬 발동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저녁을 이곳에서 해치우기로 했다.

산마르코 광장으로 향하던 중에 지나쳤던 적잖은 식당들을 떠올렸지만 다시 찾아가기에는 시간도 그렇고 거리도 만만찮아 역에서 멀지 않은 곳 중에 뒤지기 시작, 봉골레 스파게티+채소샐러드+해산물 튀김, 이 세 가지를 13유로에 내놓는다는 한 식당을 발견하곤 그리로 들어섰다. 실내는 식사보다는 아페리티보(식전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제 겨우 6시니 당연하다. 그래도 과감히 착석. 식사 되느냐고 물으니 된단다. 청년이 영어를 좀 해서 강양이 "저녁먹기엔 좀 이르죠?" 했더니 "그렇죠"하며 웃는다. 입구에 써붙여 놓은 13유로 식사를 두 개 주문하고 테이블 와인 하프리터를 시켰다.


이곳은 레스토랑 개념보단 BAR의 색채가 좀 더 짙은 곳이다. 그래선지 테이블에도 별 다른 격식이 없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동네 사람들. 관광객은 몇 안띄어 오히려 안심이다. 삼삼오오, 또는 짝을 이룬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와인 한 잔, 스쁘릿츠 한 잔씩을 마시곤 잠깐, 또는 한참을 왁자하게 수다를 떨다가 다시 몰려 나간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태리 식당보다 BAR, 특히 아페리티보가 강한 BAR를 하고싶은 생각이 굴뚝이다. 가벼워서 좋고 다종다양한 술의 향연, 그 깊은 세계에 젖어보는 것도 꽤나 매력있고 특히 폭음이 일반화된 우리와는 분명히 다른 어떤 멋과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와인 한 잔씩을 마시고 나간 후 빈 잔을 치우는 바텐더 겸 까메리에레. 

요즘 강남에 이런 식의 BAR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쉽진 않아 보인다. 아무리 가볍게 한 잔 술이라지만 '서서 마신다?' 한국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 더욱이 BAR에서 내놓는 술들이란 대개 단가가 높은 술이어서 다른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발길 붙잡기가 쉽지 않다. 안그러면 유행이란 것에 기대는건데 그건 오래 못가고..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BAR는 젊은층 상대의 '술집'이 아니라 동네사람들이 손쉽게 찾는 편의점 같은 느낌이어야 하기 때문. 아무튼 한국 돌아가면 이 멋과 맛을 못즐긴다니 심히 아쉽다. 


먼저 테이블 와인을 내준다. 한국에선 거의 없겠지만 이곳에서 테이블 와인은 생맥주와 똑같이 밸브를 당겨 병에 담아준다. 우리가 시킨건 화이트. 근데 어라? 살짝 스파클링이다. 향과 맛, 나쁘지 않다. 정말 싼거는 레드의 경우 풀맛과 비린맛이 심하고 화이트는 향과 맛이 무겁기 마련인데 요놈은 비록 스파클링이지만 주문한 요리에 곁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오호.. 조연의 연기력이 뒷받침 되니 남은 주연의 활약.
 

어김없이 나오는 빵. 볼로냐 마르코 식당에서 프랑스산 갓구운 바게뜨를 맛본 후로 이제 웬만한 빵에는 덤덤.. 베네토주의 빵은 표면이 매끈한 것이 특징.


나왔다. 엥?? 봉골레라고 하길래 화이트와인으로 담백하게 맛은 낸 봉골레인줄 알았더니 토마토 소스로 맛을 낸 봉골레다. 살짝 당황하지만 티는 안낸다. 애초 메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우리의 실수가 크다. 어차피 한국에서 먹던 익숙한 맛을 찾아온건 아니니 이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라며 충격 수습. 훑어보니 봉골레는 크기가 재첩 수준, 냉동조개란 얘기. 면도 많이 익었고.. 이모저모 아쉬움이 크다. 다만 허기가 반찬이라고 배고픈 마당에 먹으니 이것도 맛은 좋다. 특히 썩어도 준치라지? 작아도 봉골레, 나름 깊은 맛이 있는데 감미료의 힘인 듯..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그 사이 가게 안은 아페리티보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이다가 텅 비었다를 반복, 곧 빈접시 퇴장, 그리고 잠시후 풍겨오는 고소한 튀김냄새. 뒤에 앉은 사람이 보꼰치니(한입 먹거리) 진열장에서 가져온 튀김꼬치의 냄새인줄 알았는데 강양 왈 "우리 튀김 냄새야"라고 단언한다.


그 예언은 적중했는데 오징어와 새우 튀김이 든 접시 두 개, 샐러든 두 접시가 테이블에 놓였다. 보기엔 참 없어 보이는 못난이 튀김, 허나 예사롭지 않은 후반전의 시작이다. 아니나 다를까, 냄새로 이미 기선을 제압한 오징어 튀김, 허한 입맛을 잔기술 없이 정면으로 파고든다. 연속득점 성공, 여기에 레몬의 상큼한 측면 지원과 탄탄한 기본기의 스파클링 와인이 후방에서 불을 뿜었다.


추가로 500ml '재장전'하자 승부는 손쉽게 끝났다. 오징어 튀김과 레몬, 화이트와인이 일궈낸 깔끔한 승리. 전반의 부진이 싹 씻겨나갔다. 모든 바다요리, 특히 튀김요리와 레몬의 만남은 언제나 훌륭하다. 오징어 자체로만 보면 한국의 품질이 더 우수하건만 왜 이 맛을 못즐겼을까 하는 반성이.. 레몬, 너를 배신하지 않으마.
질척한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기는 우리와 달리 이탈리아는 대개 밀가루 자체만 입혀 튀겨낸다. 밀가루가 기름을 금방 망가뜨려 장사하는 입장에선 아쉽겠지만 먹는 입장에선 담백하니 좋다.근데  맥주로 반죽해낸 튀김이 일식집 튀김의 비법이라는데 이곳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튀김의 생명은 신선함과 더불어 크리스피(바삭)함이니 말이다.


바야흐로 봄. 한국에서 냉이, 드룹이 봄맛의 전령이라면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미식가들에게 손꼽히는 봄맛은 아스파라거스. 베네치아 어느 골목길의 채소 좌판에서 한묶음 구입, 땅의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냉이만큼의 강렬한 맛은 아니지만 슴슴하고 신선하니 좋다. 스페인산은 좀 얇고 이탈리아산은 좀 굵길래 굵은 놈으로 선택. 계란 반숙 후라이와 곁들어내는 저 요리의 이름을 '비스마르크'이라고 부른다나..

Posted by dalgonaa
이딸리아 Italia 300908~2008. 10. 19. 00:18

금요일 오후, 놀자고 엘리자베타로부터 문자가 날라왔다. 어른들이 놀자라는게 딱히 뭐 있겠나? 밥 먹고 술마시는 것. 우리와 다소 다른 점은 밥을 먹기 전 식전주(食前酒)를 즐긴다는 것으로 우리에겐 없는 문화다. 식전주, 즉 아페리티프(Aperitif)는 프랑스에서 온 말로 한국에서도 그렇게 불려지고 있고 이탈리아 말로는 아페리티보(Aperitivo)라고. 아페리티보는 샴페인이나 화이트와인 등, 가벼운 알콜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곳 베로나는 화이트와인과 물 혹은 탄산음료에 캄파리(CAMPARI)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얼음과 오렌지, 혹은 레몬 한 조각을 띄어 낸 스프릿츠(Spritz)가 가장 대중적인 아페리티보다. 캄파리는 독특한 쓴 맛이 특징인 이태리 리큐르로 붉은 빛깔은 칵테일을 한층 멋쓰럽게 연출해 칵테일 애호가들에겐 이미 널리 알려진 술. 스프릿츠 가격은 한 잔에 2.5에서 3유로 선, 와인 한 잔 가격과 비슷하다.


8시 경 엘리자베따와 그녀의 전 남편 엔리코를 만나 미리 한 잔씩 하고 자리를 옮겨 그들의 다른 친구 3명과 합쳐 2차(?)로 두 잔을 더 마셨다. 스쁘릿츠는 대개 와인잔에 담아내지만 카페에 따라 더블 언더락 잔에 내오기도 한다. 카페마다 가벼운 한입꺼리 음식을 내오기도 하는데 운좋으면 주인장 서비스로 맛보기 리조또 등이 플라스틱 접시에 별도로 서비스되기도 한다. 어제 그 맛을 봤다는..



사실 스프릿츠는 베로나에 도착한 날,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첫번째 음료였다. 일단 한잔 하자며 우리를 이끄는 엘리자베따와 엔리코를 따라 들어간 노천 까페에서 마신 스프릿츠의 첫 인상은 '이건 뭐 술도 아니고, 음료수도 아니고...' 하지만 추위와 낯선 도시에 도착했다는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그 '물 섞은 와인'에도 살짝 취기가 느껴졌다. 그 날을 시작으로 수 없이 시도해본 경험에 의하면, 허기가 느껴질 즈음 한 잔 마셔주면 뱃속을 은은히 데펴주면서 기분과 목소리톤이 살짝 상승하고 대화가 익어가기 시작한다. 스프릿츠가 바닥을 드러내면 이제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먹어치울 수 있다는 자신감만 남는다. 어서 내 앞으로 음식을 대령하라고!



가끔 들리는 풀리아(Puglia)식당의 목없는 잔과 오렌지 세팅. 그래도 얼음은 변함이 없다.



파도바 갔을 때 마신 스쁘릿츠. 색이 붉은 것은 캄파리를 섞은 것이고 투명한 것은 마티니를 섞은 것. 독특하게도 올리브를 하나 넣어준다. 알사탕처럼 입안에 굴려가며 씹어먹으면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은데 요때 한 모금 마셔주면 또 좋다.


양이 제법 많았던 Studio9의 스쁠리츠. 넉넉히 마시고 싶으면 앞으로 이집으로 가야겠다.



가게에 따라 간단한 핑거푸드, 땅콩 혹은 올리브를 함께 내주지만 어느 곳이나 변함없는 건 감자칩.



어떤 집은 거품이 더해진 색다른 모습으로 나오기도 하고.. 어쩌다가 스쁘릿츠가 베로네제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음료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베로나는 물론 북부 이태리 어디를 가던 스쁘릿츠 한 잔 마시고 밥먹으러 가는 여유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을테다. 그런데 만약 진열장에는 분명 깜파리 병인데 깜파리만의 독특한 쌉싸름한 맛이 아닌 다른  맛이 난다면 그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어제 엘리자베타와 스쁘릿츠를 마시며 들은 얘기를 소개하면 이렇다. 올해 3월 부활절 연휴의 어느 날, 그녀는 전 남편 엔리코와 함께 단골로 찾아가는 카페가 자리가 꽉차서 바로 옆집에서 스쁠리츠를 마셨는데 캄파리의 맛(쌉싸름한 맛)이 안나고 영 형편없더란다. 뭔가 속았다는 느낌이 들어 종업원에게 물어봤지만 대답이 없어 일단 계산을 치르고 홀로 들어가 주인에게 정중하게 스쁘릿츠에 넣은 것이 뭐냐고 물었단다. 그들은 당연히 캄파리를 넣었다고 답했지만 엘리와 엔리코는 수긍이 안가 재차 따져 물으며 캄파리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카페측은 보여줄 수 없다고 했고 몇 번의 실랑이가 더 오갔다. 상황이 이쯤 되자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되버렸고 이제 양측은 마주 달리는 전차가 됐다. 누가 다쳐도 다쳐야 하는 상황.  

엔리코는 결단을 내렸고 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꺼내 경찰을 불렀다. 그러자 카페측은 갑자기 행동을 바꿔 진열대의 캄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병에 남아있던 캄파리를 싱크대에 모두 쏟아버리기 시작했다. 이를 목격한 엔리코가 바텐으로 뛰어들었고 이를 종업원이 거칠게 제지하고 나섰다. 

몸 싸움이 커지자 한쪽에 쌓아 둔 와인잔이 바닥으로 쏟아지며 와장창 박살이 났고 그 소리에 놀란 야외 테이블의 손님들이 모두 홀 안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길가는 행인들까지 주목하는 상황이 되자 종업원들이 당황해 하기 시작했고 이틈을 타 이번엔 엘리자베타가 테이블을 넘어 바텐으로 뛰어들어 캄파리 한 병을 낚아채는데 성공했다.

그녀는 캄파리를 가슴에 품고 절대 뺏기지 않게 몸부림쳤고 그 사이 경찰차 2대가 카페에 도착했다. 격앙된 카페는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엘리자베타는 품고 있던 캄파리를 경찰에게 건넸고 경찰은 병을 훑어보더니 한 마디 던지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깜빠리가 아니구만 Non è il Campari"


카페주인은 가짜 캄파리를 섞은 혐의로 벌금 2천 유로(한화 350만원)를 내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로 마무리됐다.  대개 이런 경우 여론, 혹은 소비자의 힘으로 혹독한 응징을 당하기 마련일텐데 그 카페는 이후 어떻게 됐냐고 물으니 고개를 돌려 가리키며 여전히 장사를 잘 하고 있다고 한다. 단, 그날 이후로 가짜 캄파리는 섞찌 않을 것이라고. 그 집에 가면 주인이 알아보냐고 물으니 당연히 알아보며 그 앞을 지날 때 주인과 눈이 마주치면 서로 잡아먹을 듯한 눈인사를 나눈다고... 



스쁘릿츠 한 잔의 '진실'을 위해 몸싸움을 마다 않았던 엔리코와 엘리자베따. 베로제네이면서 동시에 이들은 진정한 '스쁘릿쳐'다. 



파도바의 한 골목을 지나다 발견한 옷가게 안의 표지판. 스쁘릿츠 문화의 깊은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어제 자정은 넘은 시각, 베로나의 메인 광장이라 할 PIAZZA ERBE에는 수 많은 '스쁘릿쳐'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가게 밖에서 잔을 들고 서성이며 술을 마신다는 건 우리나라에선 극히 드문 풍경일 터. 저마다 스프릿츠, 또는 와인 한 잔씩을 들고 저들 대로의 대화에 열중이다. 광장을 둘러친 건물로 인해 이들의 웅성거림이 마치 실내 체육관에서 느끼는 그것과 거의 같았는데 겨울로 접어드는 때가 저 정도고 여름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그때는 광장 한 쪽에 세워진 빈병 수거함에 쏟아 부어지는 빈 와인병의 요란한 소음 간격이 더 짧아 질테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