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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3 반가운 일요일 2편 2

일요일이 반가운 이유는 또 있다. 이미 발송한지 한 달이 돼가는 소포는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지만(확인 결과 대략 일주일 전에서야 인천공항서 출발했다고 하니 앞으로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 올 듯 하다) 몇 가지 급하게 필요한 물품이 서희와 함께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발가위, 주부습진 연고, 파자마 반바지, 충전건전지, 아이스팩 가방 등이 그것. 여기에 강양의 동생이 챙겨준 멸치와 오징어채가 함께 무사히 따라왔다.

석달 째 머리를 못깎고 있는 김군은 잠시 후 옥상에 올라가 강양의 '집도'하에 머리를 깎을 계획이다. (머리 깎고 내려오면 이탈리아와 스페인간의 축구 '전쟁'이 시작될테다) 주부습진 연고는 최근 김군의 손등에 번진 가벼운 습진을 잡기 위해서다. 한국에 있을 때도 잦은 요리와 설겆이로 손에 가벼운 습진이 발생하곤 했는데 이곳 생활이라고 다르지 않으니 재발하고 만 것. 사람들 앞에서 허물이 일어난 손을 보이는 것은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못생겼다고 늘 강양으로부터 투박받는 손..)

아이스팩도 이곳 생활에선 필수적인 물품이다. 그늘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이곳 해안에다 햇살이 워낙 강하다 보니 펫트 속의 물은 따뜻해지는게 아니라 뜨거워진다. 아이스팩만 있으면 그래도 두 어 시간은 싫컷 물장구 치구 놀면서 차가운 맥주를 즐길 수 있을 테니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건 시간문제일 터. 어서 저 놈을 쓰고싶어 진다. (강양은 마침 어제 비키니도 구입했다) 

새삼 익숙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진다. 남들 동경하는 외국 생활에서 다시 떠나온 곳을 동경하는 이 엇갈림이란.. 머리나 깎으러 올라가야 겠다.



>> 상일동에서 날아온 아이스팩 가방과 먹거리 (언제나 최전선에서 원거리 지원사격에 수고를 아끼지 않는 수아에게 경의를..) / 제법 훌륭해 보이는 이발가위 / 서희의 어머님이 챙겨주셨다는 명란젖. 한국맛에 굶주려 좀비처럼 변해가는 이곳 사람들에게 경매에라도 부쳐 그 진가를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다 / 명란젖과 오징어젓을 조심조심 병에 옮겨담는 저 너머로 우리의 '각반장' 지희의 뒷모습도 보인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