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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4 냉장고를 열어보니.. 2
  2. 2008.10.12 Color of Italia, second (파도바 사진 마지막) 4


떠나기 이틀 전. 내일 두 끼를 먹고 떠나는 날 아침에 마지막 한 끼, 그래서 총 세 끼를 먹으면 끝이다. 세 끼 식사로 먹어치워야 할 것들을 살펴보니 제법 양이 많다.

주먹만한 감자 5개 (비스트로 요리사들 짜장밥 해주려다 돌발상황 발생으로 취소되어 남음)
양배추 주먹만한 정도 (역시 짜장밥 취소로..)
양파 5개 (짜장밥 취소로..)
파 2줄기 (오늘 아침 대구탕 끓여먹고 남은 것)
루꼴라 조금 (샐러드 해먹고 남은 것)
바질 조금 (베로나서부터 가져온 것, 끈질기다)
마늘 안깐거 두 개 (된장 떨어지고 파스타를 덜 해먹으면서 사용량 급감)

계란 7알 (생면 파스타 만들려다가..)
모짜렐라 치즈 2덩이 (총 3덩이 사와 피자 한 번 만들어 먹고 남은 것)
빠르미쟈노 치즈 1덩이 (파스타 덜 해먹으면서 사용량 급감)
우유 200ml (베샤멜소스 한 번 만들고 남은 것)
버터 150g (진작에 150g 짜리 샀으면 됐을 껄.. 250g 샀다가..)
토마토 캔 1개 (개봉한 것 - 피자 해 먹고 남은 것)
토마토 소스 1개 (개봉한 것 - 파스타 해 먹고 남은 것)
고추장 100g (경준으로부터 받은 것 중 일부)

가자미 3마리 (어제 스테이크로 메뉴가 바뀌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 돼지불고기는 경준에게 몽땅 싸줌)
마른 미역 10인분 분량 (경준으로부터 받은 것 중 일부)
국물멸치 한 움큼 (뻬루자 머물 시 집으로부터 받은 것 중 일부)
잔멸치 한 움큼 (역시 집으로부터 받은 것 중 일부)
김 10장 정도 (집에서 받은 것 일부)
안초비 작은 병 (50g 개봉한 것)

링귀니 파스타 300g (한 봉지가 500g)
안남미 쌀 700g (한 봉지가 1kg)
강력분 밀가루 500g (피자 한 번 해먹었고 생면 파스타 만들려는데 아무래도 힘들 듯)
전분가루 (깐풍기나 탕수육 한 번 해먹으려다가..)

그리씨니 한 봉지 (스틱 형태의 이탈리아 전통 과자. 모짜렐라를 해치우기 위해 샀지만 아무래도 혹 붙인 격)
초콜렛 두 조각 (이건 뭐 금방..)
코카콜라 500ml (김 빠진 것)
맥주 한 병 (오늘 새로 사온 것. 잠자기 전에 한 잔 뻥!)

어제 제법 과식을 해 오늘 아침에 보니 땡땡 부었다. 붓기 뺀다고 저녁도 적게 먹었고 내일도 몸관리를 할 생각인데 저 많은 재료들을 어찌할지.. 가져갈 수만 있다면 기념이라 생각하며 챙겨가고 싶지만 오늘 밤에 1차로 쌀 짐을 감안컨데 들어갈 여지가 없지 싶다. 우선 내일은 밥에 계란말이와 가자미 찜, 감자국을 끓여먹고 저녁은 토마토 파스타. 다음날 아침은 밥에 계란후라이와 가자미 구이, 파 국. 얼마나 남겨 버릴지..
Posted by dalgonaa
이딸리아 Italia 300908~2008. 10. 12. 00:22

지난 번 첫 번째 파도바 사진에 이어 마지막 파도바 사진 정리. 제목이 컬러 오브 이탈리아였는데 이번 사진들 역시 그에 버금가는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들뜬 기분을 쉽게 가라앉힐 수 없었다. 꽃을 보면 눈과 코만이 그것을 탐할 수 있을 뿐 다른 욕망을 채우진 못하지만 고기와 과일과 채소는 거의 모든 욕망을 만족시키지 않던가?

일찌기 회화에서 음식, 또는 식재료들을 화폭으로 옮기는 화가들의 노력이란 어쩌면 가장 먼저 시각을 만족시키는 먹거리들의 화려함과 그 속에 감춰진 욕망을 표현코자 한 건 아니었을까? 이렇게 셔터를 눌러대는 것이나 수세기 전 붓 하나 들고 화폭을 채워나가는 것이나 과연 무엇이 다를까? 갖가지 식재료, 그것도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식재료는 그것을 그냥 지나쳐버리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아래는 나머지 사진들.


중세에 지어진 이 오래된 건물이 중앙광장에 자리잡고 있는 바, 그 양쪽 광장으로 시장이 나뉘어져 있으며 앞서 처음에 소개했던 파도바 사진들은 광장의 왼편 시장이고 이번에 소개하는 사진은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정육점들과 나머지 광장 오른편 시장이다. 정육점들이 진을 친 이 건물 또한 상당히 유서깊은 건물이겠지만 역사공부는 기약없이 뒤로 미룬다.



딱 보니 천엽이다. 깨끗하게 손질되어 손님을 기다리는 중. 삶아서 기름장에 찍어먹거나 해장국에 넣는 요리가 일반적인 우리에 비해 이들은 저것을 어떻게 요리할지 사뭇 궁금해지는데 상상력의 한계는 되직하게 양념해낸 고추가루에 무쳐서 전골을 끓이는 것에서 더 이상 나아가질 못한다.



VITELLO는 송아지 고기를 말한다. 중앙의 고기는 저며낸 갈비살을 모양을 잡아 실로 단단히 묶은 뒤 로즈마리로 장식을 마쳤다. 소금을 뿌린 뒤 저것을 그대로 오븐에 구워내면 보기도 좋고 로즈마리 향이 배어 맛도 그만일 터. 송아지 고기는 생산량도 그렇고 그 부드러움 때문에 찾는 이가 많아 가격이 비싼 편인데 많은 육식 애호가들의 애를 태우는 고급 고기.

이미 오래된(?) 얘기겠지만 한때 좀 더 부드러운 송아지의 육질을 얻어내기 위해 어린 소를 좁은 목재 우리에 가두어 철분섭취를 철저히 차단시켜가며 사육하다가 그 실상이 보도되면서 송아지 고기의 소비는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에 박힌 못 하나를 핥아대며 그나마의 철분이라도 섭취하려는 필사적인 송아지로부터 그 못 마저 빼버리는 인간의 잔혹함이 윤리적 소비를 이끌어낸 것. 하지만 이것이 아직 끝난 이야기는 아닐테다. 육식이 야기하는 문제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육식을 끊을 생각이 없으니 윤리적 소비만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잘 가려서 까다롭게 사면 판매자와 생산자도 결국 따라오지 않을까. 단,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그 효과는 더 빠르고 클 터.


윤리적 소비를 위해 구름같이 몰려든 사람들.. 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맛있는 고기들이 다양하게 가공되어 이 길목을 빼곡히 채우고 있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신이 가장 맛있게 생각하는 재료를 구입하느라 분주하다.


손님의 주문을 받고 손질하면



포장해 내준다.


말고기만 취금한 정육점도 있다. 평생 뛰어다니다 생을 마감하는 탓인지 지방분이 거의 안보인다. 국물 우려내는데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구워 먹기에는 좀..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먹거리의 하나, 프로슈토. 돼지 넓적다리를 염장해 그늘진 곳에서 1년 안팎으로 숙성시켜내면 그만. 얇게 저며내어 샐러드나 피자, 또는 샌드위치로 즐기는데 손재주가 좋은 사람은 긴 칼로 얇게 저며내면 되고 그게 안되는 사람은 50만원 안팎의 소형 슬라이더(정육점에서 사용하는 고기써는 기계)를 구입해 사용한다. 스페인에서도 같은 것을 먹는데 그곳에선 '하몽'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고..


시뻘건 육색이 '육끼'를 자극한다. 찬찬히 살펴봤지만 30여개가 넘는 정육점에서 선지나 곱창, 머릿고기 등을 취급하는 집은 발견하지 못했다. 허나 이는 이곳만의 특색일테고 사실 이탈리아 요리도 한 '몬도가네' 하는 걸로 알고 있으니 어딘가 꽁꽁 숨켜져 그 맛을 아는 사람들만을 위한 특별 품목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을까?

정육점 골목을 막 벗어나니 첫 번째로 꽃집이 눈을 반긴다. 붉은 색감과 묵직한 분위기에서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를 경험할 줄이야.. 이곳서부터가 중앙 광장의 나머지 한 편에 있는 시장이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 꽃집에서 몇 걸음 옮기니 화려함이 꽃집 못지 않다. 색감이 예사롭지 않으니 그 내용물에도 얼른 호기심이 쏠린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안남미에 갖가지 말린 채소를 넣어 섞어놨다. 그 폼새가 마치 먹거리라기 보다는 유리병에 곡식을 담아 내는 유별난 인테리어 취미가들을 위한 장식품 같아 보인다. 저것을 그대로 퍼다가 물에 몇 번 씻어 그대로 밥을 지으면 우리로 치면 채소약밥이 되는 것이고 크림이나 치즈 등을 넣어 끓이면 영양만점의 리조토가 될테다. 근데 과연 그렇게 요리해 먹는걸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가격을 보니 1kg에 8유로, 요즘 우리돈으로 치면 14,000원 정도 되겠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친다는 임금님표 이천쌀이 20kg에 6만원 정도 하는 걸로 아는데 저 값이라면 아무래도 먹는 용도보단 장식용으로 치는게 맞지 싶다.


시칠리아에서 키우고 말린 토마토도 시선을 잡아 끈다. 상인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줄기에 매달린 싱싱한 방울토마토도 정상에 장식하고 가장자리도 비록 다소 시들긴 했지만 향풀로 멋드러지게 장식해냈다. 이곳 상인들의 손님 시선을 잡아 끄는 솜씨가 대단하다.


각종 콩들도 숱하게 나와 있고 단색인 재료의 특성에 맞춰 표지판도 요란하지 않고 담백하게 장식돼 그 조화가 훌륭하다. 이쯤되면 이건 시장구경이 아니라 미술시간 색감공부다. 시장 자체로만 보자면 규모나 종류, 전문성 면에선 청량리 경동시장이 최고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판매상인의 종합적인 마케팅 능력은 파도바 시장이 단연 돋보인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가을로 접어든 탓인지 시장 곳곳에서 과일이 풍년이다. 왼쪽의 것이 배, 그 옆이 자두, 키위, 천도복숭아다. 그 틈에 듬성듬성 바나나를 얹어 단조로움을 피하는 센스.


화려하다. 시장 구경의 묘미를 만끽하는 순간이다.

청포도 옆에 걸린 종이 글씨를 해독하면 이렇다. MASCATA란 품종의 포도고 '진짜로'(SUPER) '부드럽고 달아요'(DOLCE) 생산지는 'PUGLIA'(이태리 지도에서 장화 뒷굽에 해당하는 지방)이며 1kg에 우리돈 2,300원. 참으로 착한 가격이다. 저것을 먹어보진 않았으나 베로나에서 사먹고 있는 청포도는 모두 맛좋다. 냉장고에 차게 식힌 포도를 꺼내 씹으면 아삭함과 풍부한 과즙의 달콤함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한켠에선 상인들이 부지런히 아티초크를 벗기고 있다. 오른쪽 밑에 SPINACI는 시금치. 잎이 탱글탱글하고 우리네의 그것 보다 다소 억세다. 이태리 사람들도 시금치를 널리 즐기는 탓에 가격이 비싸지는 않다.


정작 사진에 찍힌 가운데 것은 잘 모르겠고 그 옆에 허옇게 벗겨져 있는 것이 아티초크 속살. 그늘에 뭍힌 표지판을 해독해보니 'FONDI DI CARCIOFO' 즉, '아티초크 밑둥' 되겠다. 아티초크는 고대 로마의 회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채소로 유럽식생활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식재료다. 가운데 있는 놈은 뭐지?.. 왜 찍었지?..



애가 빠지면 이태리 음식이 얘기가 안된다던가.. 작은 고추 페페론치니.


이태리 요리의 절대지존, POMODORO 즉, 토마토. 페페론치니와 더불어 강렬한 붉은 색이 식욕을 자극한다. 맨 오른쪽엔 좀 시든놈도 보인다. 왼편에 밝은 노란반점은 한줄기 햇빛을 받아서 그런 것. 토마토 종류만도 상당할텐데 뭐 아는 것도 얼마 없으니 이쯤에서..



시장평론가는 아니지만(그런게 있지도 않겠지만) 파도바의 시장은 규모면에서도 그렇고 종류, 신선함, 가격, 청결함과 디스플레이 마케팅,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물론이고 스쳐가는 관광객들에게도 뜻하지 않은 구경꺼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관광명소의 하나로 쳐도 손색이 없다. 저 풍요를 단지 보는 것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점이 여간 아쉬운게 아니지만 아무튼 모처럼 우연찮게 나선 나들이에서 눈이 아주 호사를 누린 하루였다.





시장에서 건진 유일한 전리품. 천도복숭아.. 맛?  딱딱한 놈들은 평범했고 익어서 말캉거리는 놈들은 달고 맛이 좋았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