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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2 봄맞을 준비 11
  2. 2008.10.12 Color of Italia, second (파도바 사진 마지막) 4
  3. 2008.10.08 Color of Italia 4
한국 Korea 160409~2010. 3. 22. 12:08
달력에 의하면 봄이 왔지만 
실제는 겨울이 그 자리를 냉큼 내주지를 않는 듯 싶다.
꽃샘추위, 참 잘지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부쩍드는 요즘.
그래도 가게 앞 화단에는 어느새 연두빛의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물도 잘 안주는 게으르고 못된 주인의 손길 아래서도 잘 자라고 있었구먼. 

봄맞이를 위해 몇 가지 준비를 해야겠다. 
추운 겨울을 붉은 빛으로 데펴줬던 식탁보를 걷어내고 
4월에는 산뜻함이 묻어나는 식탁보로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동대문 원단시장을 돌아야하고 잘 어울릴 색감과 디자인의 
원단을 골라 박음질 해야한다. 

10일 전 부터 주방에 부분적으로 결합해 일을 도와주고 있는 공감독이 
최근 옷만들기를 배우고 있다면서 봉재라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 많은 걸 혼자 해치우기는 힘들테니 재미삼아 해보라고
몇 장 정도는 맡겨보려 한다. 

새순을 내고 있는 가게 앞 화단의 나무를 뽑아 뒤로 옮겨심고
그 자리에는 봄꽃을 심어보려 한다. 
요즘 화원에 봄 한 철 피고 지는 예쁜 꽃화분이 
가격도 저렴하게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이놈을 심어 꾸미면
색색의 꽃에 가게 손님은 물론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도 기분이 밝아질 것 같다.


+++


가게 뒤편 주차장에 노는 공간이 제법 많은데 
이곳에 화단을 만들어 허브를 심고 키워볼까 한다. 
바질 정도는 요리할 때 마다 그때그때 뜯어 쓰면 편할 뿐 아니라 싱싱한
상태로 요리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바질 얘기가 나와선데 요즘 바질 값이 100그램에 2만원이다.
기가 막힐 지경으로 값이 올라 바질의 대량 구입을 중단했고
숭어 가르파쵸의 드레싱 양념에 필요한 소량을 제외하곤
몇 가지 해산물 파스타 요리에서 바질을 빼고 있다.

대개 그렇듯 바질도 여름 작물이어서 겨울에는 자라지를 못한다.
특히 이번 겨울이 유독 추웠고 폭설도 많았고
무엇보다 비닐하우스의 난방비가 크게 올라
남는게 없다고  판단한 바질 농가(얼마 있지도 않지만)가 재배를 접으면서
공급량이 급감해 가격폭등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며칠 전 가락동 시장을 돌다 바질을 취급하는 몇 집 가운데 한 집이
100그램에 1만6천원에 준다고 했으니 이문이 좀 줄더라도
이 집에서 조금씩 구입해 써야겠다. 
일부 요리에서 빼자니 아무래도 좀 찜찜하다. 


봄 요리도 고민중인데 요건 가게에서.


+++


장을 볼 때 하루에 많게는 5곳을 돌기도 한다.
지난 주 쯤인가가 그랬는데 부족한 접시를 구입하기 위해 황학동 
주방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양평점 코스트코, 마포 농수산물 시장,
그리고 망원시장의 정육점까지. 
이들 모두는 이제 달고나 운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 되었고 
이들과의 긴밀한 생존의 끈은 느슨해질 틈이 잠시도 없다.
최근엔 폭등한 채소와 허브 가격으로 가락동 시장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퀴즈 하나.
이곳 가운데서 김군이 가장 장보기 싫어하는 곳은 어디일까?
 
어디보자...
질척거리는 바닥이 영 못마땅한 노량진?
차와 사람과 주방기물이 한데로 뒤엉키는 황학동 주방거리?
한 바탕 주차전쟁을 치뤄야하는 코스트코?
은근히 값이 비싼 마포?
아니면 전문성 떨어지는 망원시장?
어딜까?
ㅋㅋ


답은 코스트코.
이유를 간단히만 설명하자면
이곳에만 들어서면 내가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품'에 선택되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곳은 똑똑한 소비자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그렇다고 착각하는 몽롱한 소비자들이 마차같은
카트를 밀고 열심히 물건을 주워담는 곳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런 대열에 속한 언젠가 구제되어야 할 소비자고. 


가장 재밌는 시장은 황학동 주방거리다.
이 가운데 시간 날때마다 찾는 한영주방(중고그릇가게) 
그릇가게면서 동시에 희귀 골동품가게 같은 곳이어서
 이곳에 쌓여 있는 손때, 기름때 뭍은 그릇과 집기들 사이에 파뭍혀 있다보면
어릴적 다락방에서 보물을 찾기위해 먼지를 죄 뒤집어썼던
그때의 재미가 어느새 솔솔 묻어난다.
비록 그릇가게지만 어른들의 어릴적 모험심과 탐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작은 공간이랄까?


망원시장은 잘 닦여진 재래시장의 보기가운데 하나이면서 
지역의 소규모 경제 생태계가 자리를 잡은 곳이니 좋고
무엇보다 맛있는 파김치를 파는 반찬가게가 있어 좋다.

노량진은 애초 점심장사를 마치고 오후에 방문하곤 했는데
 언젠가 새벽시장을 다녀온 뒤 그 매력에 흠뻑 취해 여건이 되면,
가끔은 무리를 해서라도 새벽시장에 나가곤 한다.



+++


매주 하루는 쉬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힘들어서.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가게를 쉴까 하는데
양일간의 결정을 미루고 일단은 월요일에 쉬고 있다.
해서 오늘은 가게 문을 닫고 그간 못챙긴 것들은 하나씩 정리해가려 한다.
가게문을 닫는다고 해서 가게에 안나가는건 아니다.
오늘 나가서 이번 주 쓸 육수를 끓여야 한다.
에휴..


Posted by dalgonaa
이딸리아 Italia 300908~2008. 10. 12. 00:22

지난 번 첫 번째 파도바 사진에 이어 마지막 파도바 사진 정리. 제목이 컬러 오브 이탈리아였는데 이번 사진들 역시 그에 버금가는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들뜬 기분을 쉽게 가라앉힐 수 없었다. 꽃을 보면 눈과 코만이 그것을 탐할 수 있을 뿐 다른 욕망을 채우진 못하지만 고기와 과일과 채소는 거의 모든 욕망을 만족시키지 않던가?

일찌기 회화에서 음식, 또는 식재료들을 화폭으로 옮기는 화가들의 노력이란 어쩌면 가장 먼저 시각을 만족시키는 먹거리들의 화려함과 그 속에 감춰진 욕망을 표현코자 한 건 아니었을까? 이렇게 셔터를 눌러대는 것이나 수세기 전 붓 하나 들고 화폭을 채워나가는 것이나 과연 무엇이 다를까? 갖가지 식재료, 그것도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식재료는 그것을 그냥 지나쳐버리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아래는 나머지 사진들.


중세에 지어진 이 오래된 건물이 중앙광장에 자리잡고 있는 바, 그 양쪽 광장으로 시장이 나뉘어져 있으며 앞서 처음에 소개했던 파도바 사진들은 광장의 왼편 시장이고 이번에 소개하는 사진은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정육점들과 나머지 광장 오른편 시장이다. 정육점들이 진을 친 이 건물 또한 상당히 유서깊은 건물이겠지만 역사공부는 기약없이 뒤로 미룬다.



딱 보니 천엽이다. 깨끗하게 손질되어 손님을 기다리는 중. 삶아서 기름장에 찍어먹거나 해장국에 넣는 요리가 일반적인 우리에 비해 이들은 저것을 어떻게 요리할지 사뭇 궁금해지는데 상상력의 한계는 되직하게 양념해낸 고추가루에 무쳐서 전골을 끓이는 것에서 더 이상 나아가질 못한다.



VITELLO는 송아지 고기를 말한다. 중앙의 고기는 저며낸 갈비살을 모양을 잡아 실로 단단히 묶은 뒤 로즈마리로 장식을 마쳤다. 소금을 뿌린 뒤 저것을 그대로 오븐에 구워내면 보기도 좋고 로즈마리 향이 배어 맛도 그만일 터. 송아지 고기는 생산량도 그렇고 그 부드러움 때문에 찾는 이가 많아 가격이 비싼 편인데 많은 육식 애호가들의 애를 태우는 고급 고기.

이미 오래된(?) 얘기겠지만 한때 좀 더 부드러운 송아지의 육질을 얻어내기 위해 어린 소를 좁은 목재 우리에 가두어 철분섭취를 철저히 차단시켜가며 사육하다가 그 실상이 보도되면서 송아지 고기의 소비는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에 박힌 못 하나를 핥아대며 그나마의 철분이라도 섭취하려는 필사적인 송아지로부터 그 못 마저 빼버리는 인간의 잔혹함이 윤리적 소비를 이끌어낸 것. 하지만 이것이 아직 끝난 이야기는 아닐테다. 육식이 야기하는 문제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육식을 끊을 생각이 없으니 윤리적 소비만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잘 가려서 까다롭게 사면 판매자와 생산자도 결국 따라오지 않을까. 단,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그 효과는 더 빠르고 클 터.


윤리적 소비를 위해 구름같이 몰려든 사람들.. 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맛있는 고기들이 다양하게 가공되어 이 길목을 빼곡히 채우고 있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신이 가장 맛있게 생각하는 재료를 구입하느라 분주하다.


손님의 주문을 받고 손질하면



포장해 내준다.


말고기만 취금한 정육점도 있다. 평생 뛰어다니다 생을 마감하는 탓인지 지방분이 거의 안보인다. 국물 우려내는데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구워 먹기에는 좀..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먹거리의 하나, 프로슈토. 돼지 넓적다리를 염장해 그늘진 곳에서 1년 안팎으로 숙성시켜내면 그만. 얇게 저며내어 샐러드나 피자, 또는 샌드위치로 즐기는데 손재주가 좋은 사람은 긴 칼로 얇게 저며내면 되고 그게 안되는 사람은 50만원 안팎의 소형 슬라이더(정육점에서 사용하는 고기써는 기계)를 구입해 사용한다. 스페인에서도 같은 것을 먹는데 그곳에선 '하몽'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고..


시뻘건 육색이 '육끼'를 자극한다. 찬찬히 살펴봤지만 30여개가 넘는 정육점에서 선지나 곱창, 머릿고기 등을 취급하는 집은 발견하지 못했다. 허나 이는 이곳만의 특색일테고 사실 이탈리아 요리도 한 '몬도가네' 하는 걸로 알고 있으니 어딘가 꽁꽁 숨켜져 그 맛을 아는 사람들만을 위한 특별 품목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을까?

정육점 골목을 막 벗어나니 첫 번째로 꽃집이 눈을 반긴다. 붉은 색감과 묵직한 분위기에서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를 경험할 줄이야.. 이곳서부터가 중앙 광장의 나머지 한 편에 있는 시장이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 꽃집에서 몇 걸음 옮기니 화려함이 꽃집 못지 않다. 색감이 예사롭지 않으니 그 내용물에도 얼른 호기심이 쏠린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안남미에 갖가지 말린 채소를 넣어 섞어놨다. 그 폼새가 마치 먹거리라기 보다는 유리병에 곡식을 담아 내는 유별난 인테리어 취미가들을 위한 장식품 같아 보인다. 저것을 그대로 퍼다가 물에 몇 번 씻어 그대로 밥을 지으면 우리로 치면 채소약밥이 되는 것이고 크림이나 치즈 등을 넣어 끓이면 영양만점의 리조토가 될테다. 근데 과연 그렇게 요리해 먹는걸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가격을 보니 1kg에 8유로, 요즘 우리돈으로 치면 14,000원 정도 되겠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친다는 임금님표 이천쌀이 20kg에 6만원 정도 하는 걸로 아는데 저 값이라면 아무래도 먹는 용도보단 장식용으로 치는게 맞지 싶다.


시칠리아에서 키우고 말린 토마토도 시선을 잡아 끈다. 상인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줄기에 매달린 싱싱한 방울토마토도 정상에 장식하고 가장자리도 비록 다소 시들긴 했지만 향풀로 멋드러지게 장식해냈다. 이곳 상인들의 손님 시선을 잡아 끄는 솜씨가 대단하다.


각종 콩들도 숱하게 나와 있고 단색인 재료의 특성에 맞춰 표지판도 요란하지 않고 담백하게 장식돼 그 조화가 훌륭하다. 이쯤되면 이건 시장구경이 아니라 미술시간 색감공부다. 시장 자체로만 보자면 규모나 종류, 전문성 면에선 청량리 경동시장이 최고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판매상인의 종합적인 마케팅 능력은 파도바 시장이 단연 돋보인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가을로 접어든 탓인지 시장 곳곳에서 과일이 풍년이다. 왼쪽의 것이 배, 그 옆이 자두, 키위, 천도복숭아다. 그 틈에 듬성듬성 바나나를 얹어 단조로움을 피하는 센스.


화려하다. 시장 구경의 묘미를 만끽하는 순간이다.

청포도 옆에 걸린 종이 글씨를 해독하면 이렇다. MASCATA란 품종의 포도고 '진짜로'(SUPER) '부드럽고 달아요'(DOLCE) 생산지는 'PUGLIA'(이태리 지도에서 장화 뒷굽에 해당하는 지방)이며 1kg에 우리돈 2,300원. 참으로 착한 가격이다. 저것을 먹어보진 않았으나 베로나에서 사먹고 있는 청포도는 모두 맛좋다. 냉장고에 차게 식힌 포도를 꺼내 씹으면 아삭함과 풍부한 과즙의 달콤함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한켠에선 상인들이 부지런히 아티초크를 벗기고 있다. 오른쪽 밑에 SPINACI는 시금치. 잎이 탱글탱글하고 우리네의 그것 보다 다소 억세다. 이태리 사람들도 시금치를 널리 즐기는 탓에 가격이 비싸지는 않다.


정작 사진에 찍힌 가운데 것은 잘 모르겠고 그 옆에 허옇게 벗겨져 있는 것이 아티초크 속살. 그늘에 뭍힌 표지판을 해독해보니 'FONDI DI CARCIOFO' 즉, '아티초크 밑둥' 되겠다. 아티초크는 고대 로마의 회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채소로 유럽식생활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식재료다. 가운데 있는 놈은 뭐지?.. 왜 찍었지?..



애가 빠지면 이태리 음식이 얘기가 안된다던가.. 작은 고추 페페론치니.


이태리 요리의 절대지존, POMODORO 즉, 토마토. 페페론치니와 더불어 강렬한 붉은 색이 식욕을 자극한다. 맨 오른쪽엔 좀 시든놈도 보인다. 왼편에 밝은 노란반점은 한줄기 햇빛을 받아서 그런 것. 토마토 종류만도 상당할텐데 뭐 아는 것도 얼마 없으니 이쯤에서..



시장평론가는 아니지만(그런게 있지도 않겠지만) 파도바의 시장은 규모면에서도 그렇고 종류, 신선함, 가격, 청결함과 디스플레이 마케팅,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물론이고 스쳐가는 관광객들에게도 뜻하지 않은 구경꺼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관광명소의 하나로 쳐도 손색이 없다. 저 풍요를 단지 보는 것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점이 여간 아쉬운게 아니지만 아무튼 모처럼 우연찮게 나선 나들이에서 눈이 아주 호사를 누린 하루였다.





시장에서 건진 유일한 전리품. 천도복숭아.. 맛?  딱딱한 놈들은 평범했고 익어서 말캉거리는 놈들은 달고 맛이 좋았다.  

Posted by dalgonaa
이딸리아 Italia 300908~2008. 10. 8. 08:09

파도바(PADOVA)는 로마(정확히는 바티칸 시티)에 이어 종교적 뿌리가 깊은 도시라고 한다. 오후 무렵, St. Anthony 성당의 미사가 끝난 뒤 쏟아져 나오는 인파를 보고선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미사가 끝났으니 관광객이나 남아있을 줄 알았던 성당엔 이미 뒤이어 진행된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로 가득 차 있었서 실감은 배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신앙심과는 조금 다르게 우리를 잡아 이끈 신(神)의 '부름'이 있었으니 그곳은 성당이 아닌 시장. 거리의 좌판을 가득가득 채운 다양한 식재료들의 향연은 우리를 그 자리에서 무릎꿇게 만들었다. 파도바 시민들과는 조금 다른 신에 대한 관점이겠지만 파도바는 분명 '신앙'의 도시가 맞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탈리아의 요리를 맛과 더불어 멋을 완성시키는 '식신'의 선물을 감상하시라.




힙합 스타일의 로마 후예가 열심히 절인 올리브를 판매하고 있다. 가격이 제법 비싼 편인데 그러나 맛은 훌륭하다. 올리브는 처음엔 그 생소한 맛을 꺼리게 되지만 계속 맛보게 되면 차츰 그 맛을 익히게 되고 나름의 맛지평을 넓히게 되기도 한다. 베로나에 처음 도착해 스플리츠와 함께 안주꺼리로 제공되는 올리브를 맛보고 몰타에서 먹던 맛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동시에 비싸지기도 한다. 올리브 외에 말린 토마토와 코리앤더 비슷한(분명 아님!) 허브도 보기좋게 섞여 있어 식욕을 돋군다. 어떤 요리에 곁들이면 맛날까? 피자? 파스타? 밥?


누가 호박을 추하다 했는가? 식용보단 장식용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호박들. 살짝 뚜껑을 따내 속을 파내고 그 속에 갖가지 재료, 가령 만두소나 팥소, 김치소를 넣어 찜기에 쪄내면 맛도 그만, 멋도 그만일 터.



친숙한 밤도 외투째 입고 나왔다. 하지만 저걸 그램으로 판다면 장삿속이 너무 시커멓지 않은가? 껍질은 대체 어디에 쓰라고..

여성들의 미용음료로 각광받아 한때 홈쇼핑을 강타했던 석류도 고운 빛깔을 뽐내고.. 

삼계탕 뚝배기에 계셔야 할 이분, 한창 피부 탱탱한 모습으로 출연해주시니 밤과 더불어 반가움이 밀려 오더라는..  가을 햇살에 잘 말려서 겨울에 대추차 끓여 먹이면 이탈리아 애들도 좋아하겠지?



표면은 복숭아인데 생긴건 어쩌다 저 모양이 됐는지 보는 내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과일.



몰타에서 친숙했던 피클리피어. 선인장이 만들어낸 진귀한 과일이다.



과일상의 모습. 이탈리아 상인들은 무슨 컬러 디스플레이 연출법이라도 배우는걸까?



이번엔 채소다.



버섯. 언뜻 송이로 보이는데 우리가 값비싸게 취급하는 '그분'은 아니고 새송이의 저 어디쯤에 있을 버섯. 크림 파스타로 볶아내면 그 맛이 아주 달듯 하다.



어쩐지 쫀득쫀득 오도독 씹힐 듯한 질감의 버섯. 마늘 튀겨낸 올리브 유에 살짝 볶아 소금, 후추 뿌려 먹으면 단순하지만 그 맛은 기가 막힐 듯..



척 보니 느타리인데 색이 노랗다.



아스파라거스 철은 봄이건만 한참 때늦은 놈들이 버젓이 나와 있다. 하우스 재배일텐데 그래선지 모양이 날렵하지 않고 어딘가 투박해 보인다. 아스라파거스의 아삭하고 담백함만 살아있다면 가을이건 겨울이건 무슨 상관이랴! 



우리나라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아티초크. 숱한 껍질에 쌓여 있는 만큼 여전히 우리도 비밀스런 채소로 분류하는 놈의 하나. 껍질을 벗겨내면 사실 먹는 부분은 그닥 많지 않다. 우리도 아직 정확한 맛을 못본 터라 호기심이 여전히 강한 채소다.



호박꽃. 그야말로 호박의 재발견인 셈인데 저놈도 요리해서 먹는다. 한국에서도 가끔 TV에 호박꽃 요리가 나오곤 하던데..



채소만 따로 모아놓고 찍어봐도 단지 푸른데서 그치지 않고 형형색색의 색감이 놀라운 조화를 이뤄낸다. 사진이 더 있으나 오늘은 여기까지만 정리한다. 덧붙이자면 몰타에서 한 달간 촬영하는 커트 수가 700컷 안팎인데 비해 이탈리아 생활 7일째에 1,200커트를 넘어섰다. 다니는 곳이 많아서겠고 볼 것 또한 많아서겠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