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6.02 스페인 오징어 깡통 7
  2. 2008.07.01 해변으로 가요
  3. 2008.05.27 올리브 오일 최대의 인명 사건

딱 1년 전 이맘때 뭘 먹었을까? 순간 궁금해져 사진첩을 뒤적였다. 1년 전이면 몰타에서 한창 영어공부를 할 때로 햇살은 뜨겁지만 집안에 있으면 서늘함이 느껴지는 지중해풍 날씨를 만끽하고 있을 때다. 먹는 것에도 어느정도 나름의 요령을 터득해 주변에서 취할 수 있는 재료들을 입맛에 맞도록 솜씨를 터득해가던 즈음이었고 바닷물은 아직 차가워서 비키니 차림의 마음 급한 피서객들이 발만 적시고 선뜩 바닷속으로 뛰어들기를 주저하던 때이기도 했다.


몰타에서 함께 공부하던 한 한국 친구가 짧은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면서 선물이라고 오징어 깡통을 사왔다. 손바닥 반 만한 크기의 깡통에는 붉은 빛깔의 양념으로 볶은 오징어가 올리브오일과 더불어 요령좋게 담겨 있었다. 일찌기 들은 바로는 스페인의 깡통식품 산업이 엄청나다는, 즉 깡통으로 못담아내는 음식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그 표본 하나가 눈앞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싶다. 아무튼 다른 한국 친구들의 시선을 피해 '은밀히' 전해받은 이 깡통을 애지중지 보관하다 6월 1일, 바로 1년전 어제 해치우기로 했다. 콩 한쪽도 나눠먹는 인심을 평소 실천해 왔다고 자부하지만(아마도..) 이번엔 친구의 '은밀한 마음'을 고려해 베풂없이 모두 먹어치우기로 했다.



산업의 차가운 손길로 빚어낸 음식을 그대로 먹는 다는 것은 우리로선 용납할 수 없는 일. 이에 더해 그 양을 극대화시켜 포식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2차 조리는 필수다. 물론 이는 기본 소스, 또는 양념이 맛의 후방을 얼마나 든든한 물량으로 뒷받침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법인데 사진에서 보듯 시뻘건 화력이 믿음을 두텁게 해준다. 여기에 비장의 무기, 고추장이 가세해준다면 맛의 전선이 흔들릴 일은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고추장으로 살짝 초벌한 양파에 스페인 깡통 오징어를 투하. 지글거리는 소리와 매콤한 향이 주방을 가득 채우니 온몸에 기운이 솟는다. 깡통속 양념은 그 빛깔과 달리 매운 맛이 거의 없는 토마토 베이스 양념이다. 전혀 맵지가 않으니 그 밍밍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추장을 이용한 2차 조리는 필수.


스페인 오징어 볶음의 맞수로 등장한 김밥. 오로지 밥만 채운 충무 스타일이다. 김을 장시간 냉동(혹은 냉장)보관하게 되면 습기를 머금음과 동시에 오랜 시간에 따른 맛의 변질로 특유의 비린 향을 내기 쉬운데 가스불에 살짝 구워주면 이를 단박에 잡을 수 있다. 뜨거운 밥이 뿜어내는 열기에 김향이 더해져 정신을 혼미케 한다.



여기에 맛을 더욱 돋궈줄 무적의 파트너 양파절임. 몰타에선 대략 3가지 종류의 양파를 맛볼 수 있는데 병에 담긴 저것은 양파라기 보다는 굉장히 큰 락교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게 했다. 주변의 일부 한국친구들에게 그야말로 '퍼'줬던 아이템. 한 입 아삭 베어물면 턱뼈가 시큰 저려온다.



완성. 스페인산 오징어 요리를 한국산 고추장에 볶아 이탈리아산 쌀을 지어 김에 말아 영국산 접시에 담아낸 다국적(혹은 정체 불명) 요리. 맛의 오합지졸을 보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꺼져가는 식성을 되살리는데 기대 이상의 높은 기량을 발휘한다. 맛은 단지 맛 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던가? 그 때의 공기의 질감도 부쩍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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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우선 두 가지가 달라졌다.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수 백명의 스페인 학생들이 몰타로 들어왔다. 학원은 갑작스레 만원이 됐고 어딜 가든 들려오는 것은 스페인어다. 또 하나, 어제를 시작으로 우리도 본격적으로 지중해의 물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어제는 새삼, '다들 이 맛에 몰타로 들어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군은 독일친구 Torsten의 지도하에 발도 닿지 않는 시커먼 물 속에서 떠 있는 법을 배웠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어떤 '감'을 잡는데는 성공했다.

강양은 길이 엇갈려 다른 비치에서 하루종이 물장구를 쳤다. 두 사람 모두 이곳 지중해에서 꼭 수영을 배우고 배우고 떠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오늘은 한 장소에서 모이기로 했고 김군은 시간맞춰 약속장소로 나가는 중이다. 내가 짊어지고 나가는 것은 바로 아래의 것.



>> 물은 어제 이미 냉동고에 넣어 얼려놨과 맥주는 좀 전에 사온 것을 냉동고에서 서둘러 식힌 뒤 모두 함께 아이스팩 가방에 넣었다. 오늘 우리가 갈 곳은 풀장인데 그곳은 바닷물을 쓴다. 학원에서 운영하는 곳이며 물론 우린 공짜다. 좀 더 환경이 좋은 다른 비치로 몰려가는 덕에 그곳은 언제나 한적해서 강양을 비롯한 수영 초급자들이 맘 놓고 수영을 배우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짠물에 목이 타면 맥주 하나 꺼내 들어 칙!

Posted by dalgonaa

 일주일 전, 학원 마치고 인근 서점엘 가서 올리브 오일에 관한 책을 한 권 샀다. 제목은 말 그대로 'Olive Oil'. 별로 크지도, 분량도 많지도 않은 책이 21유로, 무려 3만원이다. 하지만 올리브 오일에 대한 고급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과감히 구입했다.

사전을 옆에 끼고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가다 보니 기막힌 내용이 눈에 띈다. 1981년, 스페인에서 벌어진 Colza 스캔들은 스페인 국민은 물론 유럽인들까지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사건은 무려 700명의 스페인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장님과 장애인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는데 놀랍게도 올리브 오일에 자동차 엔진 오일을 섞어 판매했던 것. 참기름에 저질 콩기름을 섞어 판매하는 우리나라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 거의 대부분의 식당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스페인 올리브오일 'BORGES'. 물량면에서 BORGES의 라이벌은 이탈리아의 CAPELLINI나 BERTOLLI가 아닐까 싶은데 이곳 매장에 가면 이들 제품의 진열비중이 매우 높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스페인의 올리브 오일에 대한 세이프 가드는 엄청나게 높아져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올리브 오일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의 BORGES는 유럽 전역에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받는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 몰타의 거의 모든 식당 테이블 위에는 작은 병의 BORGES 올리브 오일 제품이 올라가 있다. 가격이 비교적 비싼 편이라 혹시 병만 그렇고 내용물은 싸구려가 아닐까 의심이 들지만 말이다.

언젠가 스페인을 방문할 계획인데 이때 올리브 오일의 생산 과정은 물론 콜자 사건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알아볼 계획이다. 참고로 스페인은 세계 최대의 올리브유 생산국이다. 우리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 책은 올리브 오일에 관한 간략한 역사와 생산, 쓰임, 맛의 평가와 효과에 대해 언급한 뒤 주요 생산국과 그곳의 사정, 그리고 제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언젠가 런던에 가게 된다면 올리브는 물론 요리 관련 다양한 책들을 수집할 계획이다. / 갓 짜낸 신선한 올리브 오일을 빵에 살짝 부어 맛보는 것도 근사할 듯. 하지만 책에선 올리브 오일의 맛을 테스트하기 위해선 이 방법은 피하라고..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