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4.11 모처럼 볶음밥. 2
  2. 2009.03.25 생선 횡재 11
  3. 2008.08.30 Gozitan의 식탁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얻은 작은 소득 하나는 볶음밥 솜씨가 늘었다는 점. 특히 찬밥 처치 곤란할 때 냉장고에 남아도는 채소 꺼내서 오종종 썰고 볶고 밥 볶아내면 근사한 한 접시가 뚝딱 완성된다. 긴 여행을 통해 새삼 볶음밥이 가진 무한한 변화와 가능성을 실감했으니..  



밥과 채소, 이들을 조화시킬 기름과 소금, 후추에 볶음밥의 성격을 규정지을 메인재료 하나만 있으면 별다른 밑반찬이 필요없는 든든하고 만만한 한끼 식사 뚝딱 완성. 생선살 떠놓고 남은게 있어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다 결국 볶음밥과 연을 지어줬다. 저 볶음밥은 숟가락과 포크, 나이프가 필요하다.


도톰하게 썬 생선으로 볶은 것이 더 먹음직 스럽다. 생선은 따로 볶아 마지막에 합쳐줘야지 첨부터 함께 볶아버리면 살 다 부서진다. 저건 숟가락만 들고 덤비면 되는 간편식. 스파클링 와인 한 잔 곁들이면 또 좋다.  내일 마지막 일요일, 비스트로의 경준도 쉬는 날인 만큼 집에서 온갖 호사스런 재료 펼쳐 놓고 요란법석 요리만들어 최후의 만찬을 즐겨야겠다. 그래봐야 삼겹살 파티?
Posted by dalgonaa

먹는 얘기. 앙코나를 다녀온 이야기, 다 아실꺼다. 산골짜기 뻬루자에 갇혀 지내다 생선에 목이 말라 비린맛의 욕망을 채우고자 떠났던 짧은 여행. 달달 끌고간 캐리어에 큼직한 흑도미(생김이 비슷해서.. 이탈리아 이름 ORATA) 한 마리와 자잘한 생선 1킬로, 새끼대구 1킬로를 전리품으로 챙겨왔던 여행. 이후 흑도미는 생강향을 알맞게 풀어낸 간장양념에 절여 팬에 졸여먹었고(한 번 졸인 뒤 오븐에 넣고 국물 끼얹어가며 껍질 바삭할 정도로 구은 뒤 레몬 뿌려먹어야 제맛이지만 뻬루자집의 오븐이 고장난 관계로..) 나머지 생선들은 주로 파스타에 응용하거나 가끔 매운탕을 끓여먹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생선요리에 관한 나름의 자신감을 뻬루자 산속에서 얻었으니.. 아이러니인데 간절하고 절박하면 집중력이 높아져 그런가?

어제 날씨도 좋고, 장 볼겸 산책할 겸 시내 중심에 있는 수퍼에 다녀왔다. 종류도 다양한 제철 채소와 과일이 매장 초입에 즐비하게 쌓여있다. 색감도 좋고 물건도 싱싱하고.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넓은 들판에 쭉 뻗은 각종 밭과 농장을 보며 '심으면 난다'는 이탈리아의 옥토가 바로 이곳에 몰려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역시 쌓여있는 먹거리들을 보며 실감한다. 적어도 북부의 3개주, 롬바르디아, 에밀리아 로마냐, 베네토는 언제나 풍성한 먹거리로 넘친다. 헌데 통계를 보면 정작 이탈리아를 먹여 살리는 농산물의 최대 생산지는 남부의 구두굽, 뿔리아라고.. 이번 '표류기'에서 그곳을 다녀오지 못한 것이 이래저래 걸린다. 그러니 표류기지..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육류와 생선코너가 눈에 띈다. 특히 생선코너에 길고 뾰족한 주둥이를 하늘향해 세운 청새치(돛새치?)의 머리가 얼음속에 꽂혀 전시돼 있다. 우리라면 롯데백화점 지하 식품매장 생선코너에서나 볼 수 있을 실감나는 디스플레이. 생선 가격들을 살짝 훑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유는 싸서. 항구도시 앙코나에서도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었던 흑도미가 비록 작긴 했지만 1kg(3마리)에 5유로에 못미치는 가격이니 앙코나보다 더 싸다. (앙코난 왜 갔니?)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에 가서나 맛보겠지 싶었던 고등어도 비슷한 가격이 아닌가!! 잡힌곳은 이탈리아가 아닌 그리스라는데 우리눈엔 거기가 거기다.

냉큼 고등어와 흑도미 1kg씩을 사니 각각 3마리. 봄볕 산책삼아 나온 장보기에서 이게 왠 횡재인가 싶다. 집으로 돌아와 비늘을 벗기고 핏기 씻어낸 뒤 고등어는 곧바로 소금에 절였고 흑도미는 깨끗히 손질만 해 냉장고에 넣었다. 흑도미 3마리는 운명은 이렇다.

하나는 언제나 그렇듯 생강향 은은한 간장양념에 반나절 절여 팬에 졸인 뒤 오븐에 30분 가량 구워낸다. 짭짤한 맛이 밥반찬으로 그만이고 레몬을 뿌리면 화이트와인과 환상의 복식조.   
다른 한 마리는 살점을 얌전히 포로 떠내고 서더리는 생선육수를 내서 파스타 볶을 때 맛의 베이스로 쓴다. 떠낸 살점은 반으로 갈라 총 4점을 만들어 두고 기름 두른 팬에 마늘과 바질 넣어 살짝 향을 내고 팬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생선살을 넣고 바짝 익혀낸다. 흑도미 육수로 맛을 낸 파스타에 익혀낸 생선살을 올리고 파슬리로 마무리해주면 굿~!

나머지 한 마리는 오랫만에 매운탕. 근처 필리핀 상점에 가니 무우가 있다. 한국에서 보내온 고춧가루는 아직도 풍년이니 무 숭덩숭덩 썰어넣고 고추장 살짝, 된장 살짝, 고춧가루 팍팍 뿌려 끓여내면 얼큰한 매운탕 완성. 경험으로 보면 매운탕, 또는 모든 매운 맛에 어울리는 와인은 없는 듯 싶다. 매운맛이 맛이 아니라 혀에 대한 자극, 혹은 고통인 탓에 와인의 농밀한 맛을 느끼는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 싶은데 칼칼한 매운탕엔 그저 독한 소주가 최고일 듯. 

고등어 세 마리는 어쩌냐고? 어제 저녁 한 마리 반이 좁은 식탁에서 맹활약을 펼쳤으니.. 김군 집안 전통의 생선 필살기, 자반찜이 그것. 원래 압력솥에 밥할 때 함께 찌는데 여긴 그 솥이 없으니 그냥 냄비를 이용했다. 그나저나, 압력솥에 함께 찌면 밥에 생선비린내 안배냐고 화들짝 놀라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ㅎㅎ, 그릇에 별도로 담아 밥 위에 살포시 올려 밥을 짓기 때문에 전혀 안뱁니다~

먼저 고등어를 손질해 소금을 골고루 뿌려둔다. 이렇게 며칠 놔두면 자반이 되는데 우린 기다릴 시간 없으니.. 소금간 입힌 고등어를 3등분 해 사기그릇에 담고 다진 마늘 한쪽, 파 조금, 무우 간 것 조금을 골고루 뿌려주고 후추와 고춧가루 살짝으로 마무리, 그리고 찜기에 넣고 15~20분 정도 쪄내면 그만. 고등어의 고소한 풍미와 우러나온 기름이 여간 고소한게 아닌데 그릇 바닥에는 찌면서 생겨난 물이 고이면서 고등어의 진한 맛을 지닌 짭짤한 국물로 변신해있다. 그걸 밥에 비비면 그 자체로 밥도둑. 꼬리꼬리 비릿비릿한 동양의 이 놈이 서양의 와인과도 찰떡 궁합. 청주와도 궁합이 그만일 터.

남는 놈들은 다른 시도를 해보려 했는데 오늘 저녁 아무래도 한 번 더 해먹어야 겠다. 김군 집안의 쪄먹는 생선요리는 짭짤함 속에 녹아든 비린 맛이 중독성이 엄청나서 한 번 그 맛을 들이면 좀처럼 헤어나오기 어렵다. 이 먼곳까지 와서도 김군이 생선찜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그 때문. 그 맛이 궁금하다고?  기다려 주세요~ 곧 갑니다~ ㅎㅎ  (이것저것 제대로 맛보려면 지인 '쿠'가 부산에 마련한 '카페 나무다'에 한 번 왁자하게 모여야겠구만)

생선육수를 우리고 필렛(Fillet-생선살) 따로 팬에 익히고 치즈 갈고 쁘레제몰로 다지고.. 은근히 손이 많이 가서 허둥지둥 댔더니 저저 디스플레이 좀 봐라.. 가운데 생뚱맞은 저 바질은 또 뭐냐.. 저렇게 내놓으면 딱 망하기 좋다. 허나 맛은 보증. 바질을 파스타 속에 덮어놓고 먹으니 강렬한 향이 스물스물 퍼지는게 그 또한 매력! 오늘 아침겸 점심으로 해먹었는데 한 젓갈 뜨자마자 어제 산 2유로짜리 화이트와인 콜크 바로 땄네, 이런..

Posted by dalgonaa

몰타는 크게 몰타섬과 고조섬으로 나뉜다. 듣자하니 몰타섬에 사는 사람들이 주말이면 고조섬으로 놀러가는 반면 고조 사람들은 결코 몰타로 건너오는 일은 없다고 한다. 과장이 섞였을 얘기에 언뜻 배타적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아 살짝 경계도 가지만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해꼬지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아무렴!)  무엇보다 이미 그곳을 다녀온 다른 한국 친구들의 감상평을 듣자면 여행의 관점에선 몰타보다 매력적이라고 하니 몰타를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방문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학원 일정만 마무리되면 떠나기 전까지 이곳저곳 한 꺼번에 몰아 구경다닐 계획이어서 그날을 벼르고 있기도 하다.

고조를 아직 가보진 못하고 있지만 고조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에는 한 번 다녀왔다. 이번엔 그곳에서 즐겼던(?) 음식을 사진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때는 2주 전이고 장소는 GOZITAN이라고 하는 식당이다. 눈치챘겠지만 '고지탄'은 고조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참고로 몰타 사람들은 '몰티즈'라고 부른다. 이곳은 한 마디로 고조사람이 고조음식을 파는 식당 되겠다. 간판도 그것을 강조한다.



간판은 몰타 국기에서 따왔고 섬문양과 오른쪽 글씨면 빼면 곧바로 몰타 국기가 된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애초 몰타 국기는 적색과 흰색의 단순한 구성이었는데 2차 대전때 연합군에 가세해 싸운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국왕 존 6세가 '세인트 조지'라는 십자가를 내려줬고 그것을 국기에다가 새겨 넣었다고.. 아무튼, 전라도 어느 식당이 태극기를 간판으로 내걸었다면 좀 가기가 꺼려지겠지만 문화적 차이겠거니 하며 일단..

이날 GOZITAN에서의 식사는 김군 반의 친구인 알리시아가 2주간의 수업을 마치고 현재 살고있는 스페인 마드리드로 떠나기 때문에 작은 환송파티 겸 향토음식 한 번 먹어보자는데 의견이 모아져서 마련된 자리였다. 아래 여자가 알리시아 되시겠다.



50을 갓 넘긴 그녀, 여전히 젊을 때의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다. 오른 쪽은 역시 마드리드 사는 하비야.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고 퇴직하면 영화감독을 하겠단다. 틈만 나면 영화와 페드로 알모도바르에 대해 떠들길 좋아하는 그는 이날도 식사중 엄청 떠들었지만 무슨 이야긴지는 잘 못알아 들었다.  



첫 번째로 나온 것은 소스와 빵. 토마토를 진하게 조려낸 일종의 페이스트와 나머지 하나는 치즈의 풍미가 연하게 느껴지는 소스. 바구니에 빵도 담겨나왔으니 당장 허기진 사람들은 먼저 저걸로 속을 달래주면 되겠다. 맛? 글쎄.. 시간이 좀 흐른 탓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썩 맛나거나 특별히 남는 인상은 없다. 어쩌면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할 시도도 하기 전에 아마도 바로 다음 접시가 식탁에 올려져 관심에서 밀려난 것일 수도..



어떤가? 일종의 전채(Starter)인 셈인데 사실 처음에 접시를 접하고 주변을 빙 두루고 있는 과자에 살짝 놀랐다. '워터비스켓'이라 부르는 저 과자는 몰타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즐기는 비스켓으로 수퍼에도 한쪽에 봉지들이 쌓여 있고 그 맛은 참크래커 보다도 훨씬 건조하고 딱딱하며 별다른 맛이 없다. 말 그대로 물만 넣어 반죽해 구워낸 비스켓이다. 식당에서 저 비스켓을 접한 느낌은 전주 한정식집에서 느닷없이 쌀강정이 식전에 나온 느낌이랄까..  그래도 당혹감을 감추고 신기하다는 얼굴로 군말없이 먹는다.

앞의 붉은 소스는 역시 토마토가 주 재료고 진한 고기육수와 몇 가지 채소 및 향신료를 넣고 함께 쫄여 굳혔는지 간간하면서 재료들과 어우러지는 맛이 좋다. 특히 제법 느껴지는 매콤함 맛은 입안에 오랜 여운을 남겼는데 와드득 거리는 저놈의 워터비스켓이 아니라 가령 부드러운 바게뜨였다면 그 진가가 더욱 돋보일테다. 좀 더 연구해서 스프 따위로 내놓아도 훌륭할텐데.. (전통을 조금 덜 고집하는 것도 때론 손님에게 좋다)

가운데 생모짜렐라 치즈는 단단한 두부같은 질감에 맛은 평범하고 그 옆에 거무튀튀한 것은 파프리카를 말려 올리브유에 절여낸 것이 아닐까 추측되는 것으로 맛은 씁쓸하면서 다소 짜다. 그 뒤로 된장빛깔을 띄는 소스는 그야말로 된장을 연상시키는데 아니나 다를까 콩을 쑤어 반죽해 낸 음식이라고. 이 역시 고조뿐만 아니라 몰타섬 사람들도 즐기는 전통 음식의 하나. 그러나 그 맛은 별 신통함이 없다. 콩의 고소함도 잘 안느껴지고 우리 먹는 된장처럼 숙성의 맛도 아니고, 뭔가 시작은 했는데 그 결말이 뭔지 알 수 없는 '혼미건조'한 맛..  저 음식은 끝까지 저 모습을 유지했다.



리코타 치즈를 튀김옷을 입혀 튀겨냈다. 많이 익히면 치즈가 녹아 흐를텐데 이것은 제 형태를 유지했다. 뭐가 맞는 걸지 궁금하지만 일단 썰어 먹어본다. 씹히는 식감도 있고 제법 괜찮다. 고칼로리 치즈를 튀겨냈으니 칼로리 꽤 나가지 싶다.



메인을 생선과 고기 두 종류로 시켰는데 먼저 생선이 나왔다. 생선만은 아니고 보는 것 처럼 일반적인 해산물이 함께 요리되어 나왔다.  가운데 문어, 살짝 데친 것을 그늘에서 꾸덕하게 말린 뒤 이를 다시 짭짤한 소스에 조렸을 것으로 추측. 양념이 아니더라도 문어는 그 자체로 맛이 훌륭한 식재료다. 일전에 꾸덕하게 말린 문어를 그릴에 타지 않을 정도로 구워 단지 올리브유와 허브만을 뿌려 먹는 것을 TV에서 본 적 있는데 요란한 양념없이 즐기는 그 맛과 멋이 지금도 뇌리에 선명하다. 이날 문어도 맛있었지만 양념을 줄여 좀 더 담백하게 즐기면 좋았을 터.

턱 낮은 팬에 버터 두루고 화이트 와인 냅다 뿌려가며 쎈 불에 조렸을 홍합, 그 맛이 문어보다 좋다. 그 자체로 뚜렷한 맛을 내는 식재료는 요란한 양념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홍합이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저 뒤로 오징어도 보이는데 그 양이 턱없이 적어 어느 순간 보니 남은게 없더라는.. 그리고 접시의 가장 든든한 맡형격인 생선. 그 이름은 모르겠으나 맛은 서해안에서 잡히는 부서와 거의 같다.(그리고 보니 생김새도 비슷하다. 부서는 조기 대신 제삿상에도 자주 올라는 생선으로 짧은 시간 구워내면 퍽퍽한 뽀얀 살이 감칠맛이 좋으며 밥반찬으로도 으뜸)

특별한 양념은 없고 다소 싱겁게 간한 뒤 화이트 와인 뿌려 오븐에서 익혔을 것으로 추정. 저 생선을 정확히 4등분 해 4명이 나눠 먹는다. (이날 인원은 뒤늦게 합류한 강사까지 포함해 총 9명)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 능숙한 솜씨로 생선을 손질하는 훌리오. 그는 여자친구 스텔라와 함께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왔다. 맞은 편 대머리 총각은 아까 경제학 교수의 제자이자 친구이자 직장 동료라고..



요령은 간단하다. 먼저 생선 껍질을 살살 벗긴 뒤 가운데 뼈를 따라 나이프로 슥슥 편을 가른다. 그리고 얌전히 살을 떠내 접에서 담으면 그만. 요렇게..



4명이 나눠 먹으니 그 양은 보잘 것이 없다. 양념 또한 특별한 것이 없으니 맛은 평범한 생선의 맛. 건조하고 햇살 좋은 이곳의 환경이면 우리처럼 생선을 말려 다양하게 조리할만도 한데 고조에선 그런 요리법은 없는 듯 하다. (유럽 전체가 없지 싶다) 단지 저런 식의 살점을 즐기는 것이 이곳의 생선요리라면 가자미는 대단히 환영받을 생선일 듯.
 


또 다른 메인인 고기요리. 먹는데 다소간의 용기가 필요한 비주얼로 담겨 나왔다. 접시에 담긴 동물은 세 가지. 양, 닭, 토끼(혹은 고양이). 솟은 다리의 주인공이 토끼인데 항간의 말로 고양이를 대신 쓰는 집도 있다고 한다. 몰타엔 고양이가 정말 많다. 설마.. 하며 토끼라 믿고 먹어준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은 토끼 고기라면 인상부터 쓴다. 솟은 저 다리는 누구도 건들지 않고 김군은 살점이 제법 두둑해 보이는 몸통 부위를 얌전히 가져다 살금살금 썰어 먹는다.

맛은 닭고기와 흡사하다. 육질도 닭고기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결이 있고 다만 퍽퍽하다. 비법 양념까진 아니고 몇 가지 재료를 섞어 양념을 입힌 것으로 보이지만 특별한 맛은 없다. 다만 닭고기와 양고기의 경우 짭쪼름한 양념맛이 배어 있어 토끼고기에 비해 그런대로 먹을하다.



접시를 돌리니 토끼 다리와 몸통에 가려있던 닭고기와 양고기 등장. 촉촉한 양념이 육즙과 함께 묻어난다. 그러나 우리 입맛에서 보자면 여전히 아쉽다. 토끼고기는 저대로 간다면 이 섬나라에서만 즐기는 '괴상한' 음식으로 남지 싶다. (물론 토끼고기를 먹는 나라는 꽤 많다. 영국도 먹는다. 그 요리법이 어떠할지는 모르겠지만)



후식의 등장. 호두맛이 나는 아이스크림과 아이스크림같지 않게 촉촉한 과자를 뭉쳐놓은 듯한 아이스크림, 그리고 페스츄리의 저 어디쯤으로 추측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삼각형의 저것들. 한결같이 달고 맛이 좋다. 후식은 터키가 첨단이라는데 그곳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일전에 터키에서 온 여성에게 '터키가면 뭘 꼭 먹어야 하느냐'고 묻자 4가지를 적어줬는데 그 중 3가지가 후식이었다.

앞서의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몰타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충돌이 빈번했던 섬이다. 한때 이슬람의 영향아래 있기도 했으니 당시의 양식은 음식에도 남아있음이 분명하다. 터키가 쓸만한 것을 남겨놓고 갔다.



와인 싫컷 마시고.. 이날 밥값의 절반 가까이를 와인이 차지했다. 몰티즈 와인이지만 포도는 이태리산을 쓴다고.. 몰타는 와인용 포도가 기후탓에 잘 자라지 않는다. 넉 달째 비를 못보고 사는 나라니..



이 사람이 바로 Gozitan, 식당의 주인이다. 반쯤 감긴 눈, 걸걸한 목소리와 억센 팔 뚝, 지중해의 억척스러움이 잔뜩 뭍어난다. 벽 한쪽 세워져 있던 GOZO 화보책을 꺼내들고 열심히 넘겨가며 고조 자랑에 몰두한 뒤 갑자기 기분이 동했는지 일행들에게 칵테일 한 잔씩을 공짜로 돌리는 인심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5병이나 비운 와인도, 막판의 공짜 칵테일도, 워터비스켓을 시작으로 이어진 수분없는 '뻑뻑한' 식사의 목맥힘을 시원하게 뚫어주진 못했다. 이방인들을 사로잡는 특별한 맛은 없었다. 우리 모두는 고기를 많이 남겼고 그런 용서 받지 못할(?) 음식에 대한 예의는 1인당 32유로(한국돈 47,000원)라는 예상치 못한 금액으로 엉뚱한 보복을 가해왔다. 이것이 비단 우리 두 사람만(이날은 강양도 동행)이 느끼는 억울함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고조의 음식이 이날 식탁에 올라온 것만은 물론 아닐테다. 보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엄선된 음식들이 제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테다. 그러나 우리로선 '못찾은 맛'을 다시 찾아나설 용기도 없고 꼭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고조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인근 Bar로 이동해 목 좀 축이고.. 그리고 모두들 각자의 집으로..
(냉장고에 뭐 꺼내먹을게 있더라..)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