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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6 오랫만에 한상 가득. 9
  2. 2009.03.25 생선 횡재 11


어제 강양이 볼로냐의 집을 둘러보고 딱 저녁먹을 시간에 돌아왔다. 베로나는 오후들어 살짝 쌀쌀했는데 볼로냐는 봄기운 완연에 햇살 짱짱해 속으로 '역시 볼로냐!'라는 탄성을 내내 지르며 돌아다녔다고. 특히 볼로냐에 머무는 동안 언제든 들락거릴 수 있는 EATLY(이틀리-지역생산물 판매 중심의 샾으로 식당, BAR, 서점을 갖춘 복합공간)의 발견으로 비행기 타기 전까지 볼로냐의 훌륭한 놀이터가 될 수 있겠다며 살짝 들떠있다. 이틀리.. 이름 참 잘 지었다. 2주간 머물 집은 건물 꼭대기층으로 작지만 독특한 구조고 햇살 만빵으로 받아내는 티테이블이 놓인 작은 발코니도 갖추고 있단다. 소파베드가 총 3개가 있어 3명이 지내는데 문제가 없다고 힘주어 말하는 주인 아줌마와 지금 현재 그집에 묵고 있는 40대 여자가 번갈아가며 말들을 쏟아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특히 지금 묵고 있는 여자가 영어를 좀 할 줄 알아 강양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고 시시콜콜 설명하고 했다는데 왜 아니겠나? 이탈리안데..

"여기 소파베드가 3개가 있지. 두 개를 붙여놓으니까 더불이 되고 남는 하나는 싱글이 되지. 난 기분에 따라서 하루는 더블, 하루는 싱글, 왔다갔다 해"

250GB 하드로 편집을 하기는 역시 무리다. 결국 어제 처음에 캡쳐받은 영상들 가운데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어정쩡한 영상들을 싹 지워내고 140GB로 확보된 빈 공간에 가편에서 걸러진 OK장면 위주로 다시 캡쳐를 받았다.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둥둥 떠다니던 이야기와 이미지들이 그제서야 좀 걷히고 하나씩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이 탄력을 쭉 이어가야 한다. 볼로냐로 떠나기 전까지 달려!!

집보느라, 캡쳐받느라 애쓴 두 입맛을 위해 남은 생선을 요리했다. 현재 물 오르고 있는(^^) 김군 솜씨에 있어 한식부분 최강의 생선요리는 생강푼 간장에 절여 구운 흑도미와 소금절인 고등어를 고춧가루 살짝 뿌려 찜기에 쪄내는 자반찜이지만 레몬 한 망태가 냉장고에 굴러다니고 있으니 오늘은 흑도미 구이다. 요리방법은 간단하지만 이게 오븐이 있어야 제맛이 난다. 특히 오븐이 있으면 맛에 있어 일타쌍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조림에선 밥반찬으로 그만인 무를 얻을 수 있고 구이에선 고소한 생선을 얻을 수 있기 때문. 무 하나 보고 조림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먼저 생선과 무가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물을 붇고 간장을 짭짤할 정도로 섞은 뒤 다시마, 마늘, 양파, 생강조금, 후추, 청주(없으면 소주, 그것도 없으면 말고)를 뿌려넣고 재워둔다. 여기서 맛의 포인트는 생강으로 요리할 때 간장 품에서 피어오르는 생강향은 곧바로 술을 찾게 되니 주의할 것.

한 30분 끓이면 생선이 익고 국물에도 맛이 배고 무도 절반 정도 익는다. 이때 생선만 부서지지 않게 따로 낸 뒤 곧바로 달궈진 오븐에 투입. (철망에 기름 살짝 바르고 생선을 얹어 구어야 나중에 들러붙지 않더라는) 조림국물은 계속 끓이면서 무를 익혀주면 되고 이때 한 국자 정도 국물을 따로 건져내 자글자글 구워지는 생선살에 뿌려주면 더욱 좋다. 15분~20분 정도면 생선껍질이 바삭하게 익어질 정도로 익으니 꺼내서 접시에 담고 레몬을 취향대로 잘라 장식하면 그만. 파슬리를 생선 위에 뿌려도 좋다.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살점은 젓가락질을 즐겁게 하고 포실한 살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따라 올라오는 생강향은 고급 일식집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엔 청주나 사케, 화이트와인이 벗이다. 생선 한 면은 그렇게 살을 발라먹은 뒤 생선을 뒤집기 전에 먼저 작은 종지그릇에 조림국물을 한 국자 떠넣는다. 그리고 레몬 한 조각 짜넣고 파슬리, 혹은 고수를 살짝 다져 넣어 젓가락으로 휙 섞어주면 맛의 여정은 순식간에 일본에서 태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생선 한 점 떠서 이 소스에 적셔 먹으면 또 다른 마력을 느낄 수 있으니.. 허허 술 더 사와야겠네.

저 가운데 초점맞은 곳이 애간장을 태운다.


김을 넣은 계란말이.


무 조림. 앞에 보이는 흰 채소는 이탈리아에서 생선요리에 종종 곁들어 먹는 것으로 이름은 모르겠고 맛은 쓴데 무와 양파로 달달해진 국물이 저놈으로 인해 다시 써졌다. 허나 그것대로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우리식 김치, 양배추 무침


밥짓는 실력은 이제 고수. 쫀쫀하다.


 이탈리아에서 즐기는 소박한 가정식

Posted by dalgonaa

먹는 얘기. 앙코나를 다녀온 이야기, 다 아실꺼다. 산골짜기 뻬루자에 갇혀 지내다 생선에 목이 말라 비린맛의 욕망을 채우고자 떠났던 짧은 여행. 달달 끌고간 캐리어에 큼직한 흑도미(생김이 비슷해서.. 이탈리아 이름 ORATA) 한 마리와 자잘한 생선 1킬로, 새끼대구 1킬로를 전리품으로 챙겨왔던 여행. 이후 흑도미는 생강향을 알맞게 풀어낸 간장양념에 절여 팬에 졸여먹었고(한 번 졸인 뒤 오븐에 넣고 국물 끼얹어가며 껍질 바삭할 정도로 구은 뒤 레몬 뿌려먹어야 제맛이지만 뻬루자집의 오븐이 고장난 관계로..) 나머지 생선들은 주로 파스타에 응용하거나 가끔 매운탕을 끓여먹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생선요리에 관한 나름의 자신감을 뻬루자 산속에서 얻었으니.. 아이러니인데 간절하고 절박하면 집중력이 높아져 그런가?

어제 날씨도 좋고, 장 볼겸 산책할 겸 시내 중심에 있는 수퍼에 다녀왔다. 종류도 다양한 제철 채소와 과일이 매장 초입에 즐비하게 쌓여있다. 색감도 좋고 물건도 싱싱하고.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넓은 들판에 쭉 뻗은 각종 밭과 농장을 보며 '심으면 난다'는 이탈리아의 옥토가 바로 이곳에 몰려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역시 쌓여있는 먹거리들을 보며 실감한다. 적어도 북부의 3개주, 롬바르디아, 에밀리아 로마냐, 베네토는 언제나 풍성한 먹거리로 넘친다. 헌데 통계를 보면 정작 이탈리아를 먹여 살리는 농산물의 최대 생산지는 남부의 구두굽, 뿔리아라고.. 이번 '표류기'에서 그곳을 다녀오지 못한 것이 이래저래 걸린다. 그러니 표류기지..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육류와 생선코너가 눈에 띈다. 특히 생선코너에 길고 뾰족한 주둥이를 하늘향해 세운 청새치(돛새치?)의 머리가 얼음속에 꽂혀 전시돼 있다. 우리라면 롯데백화점 지하 식품매장 생선코너에서나 볼 수 있을 실감나는 디스플레이. 생선 가격들을 살짝 훑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유는 싸서. 항구도시 앙코나에서도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었던 흑도미가 비록 작긴 했지만 1kg(3마리)에 5유로에 못미치는 가격이니 앙코나보다 더 싸다. (앙코난 왜 갔니?)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에 가서나 맛보겠지 싶었던 고등어도 비슷한 가격이 아닌가!! 잡힌곳은 이탈리아가 아닌 그리스라는데 우리눈엔 거기가 거기다.

냉큼 고등어와 흑도미 1kg씩을 사니 각각 3마리. 봄볕 산책삼아 나온 장보기에서 이게 왠 횡재인가 싶다. 집으로 돌아와 비늘을 벗기고 핏기 씻어낸 뒤 고등어는 곧바로 소금에 절였고 흑도미는 깨끗히 손질만 해 냉장고에 넣었다. 흑도미 3마리는 운명은 이렇다.

하나는 언제나 그렇듯 생강향 은은한 간장양념에 반나절 절여 팬에 졸인 뒤 오븐에 30분 가량 구워낸다. 짭짤한 맛이 밥반찬으로 그만이고 레몬을 뿌리면 화이트와인과 환상의 복식조.   
다른 한 마리는 살점을 얌전히 포로 떠내고 서더리는 생선육수를 내서 파스타 볶을 때 맛의 베이스로 쓴다. 떠낸 살점은 반으로 갈라 총 4점을 만들어 두고 기름 두른 팬에 마늘과 바질 넣어 살짝 향을 내고 팬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생선살을 넣고 바짝 익혀낸다. 흑도미 육수로 맛을 낸 파스타에 익혀낸 생선살을 올리고 파슬리로 마무리해주면 굿~!

나머지 한 마리는 오랫만에 매운탕. 근처 필리핀 상점에 가니 무우가 있다. 한국에서 보내온 고춧가루는 아직도 풍년이니 무 숭덩숭덩 썰어넣고 고추장 살짝, 된장 살짝, 고춧가루 팍팍 뿌려 끓여내면 얼큰한 매운탕 완성. 경험으로 보면 매운탕, 또는 모든 매운 맛에 어울리는 와인은 없는 듯 싶다. 매운맛이 맛이 아니라 혀에 대한 자극, 혹은 고통인 탓에 와인의 농밀한 맛을 느끼는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 싶은데 칼칼한 매운탕엔 그저 독한 소주가 최고일 듯. 

고등어 세 마리는 어쩌냐고? 어제 저녁 한 마리 반이 좁은 식탁에서 맹활약을 펼쳤으니.. 김군 집안 전통의 생선 필살기, 자반찜이 그것. 원래 압력솥에 밥할 때 함께 찌는데 여긴 그 솥이 없으니 그냥 냄비를 이용했다. 그나저나, 압력솥에 함께 찌면 밥에 생선비린내 안배냐고 화들짝 놀라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ㅎㅎ, 그릇에 별도로 담아 밥 위에 살포시 올려 밥을 짓기 때문에 전혀 안뱁니다~

먼저 고등어를 손질해 소금을 골고루 뿌려둔다. 이렇게 며칠 놔두면 자반이 되는데 우린 기다릴 시간 없으니.. 소금간 입힌 고등어를 3등분 해 사기그릇에 담고 다진 마늘 한쪽, 파 조금, 무우 간 것 조금을 골고루 뿌려주고 후추와 고춧가루 살짝으로 마무리, 그리고 찜기에 넣고 15~20분 정도 쪄내면 그만. 고등어의 고소한 풍미와 우러나온 기름이 여간 고소한게 아닌데 그릇 바닥에는 찌면서 생겨난 물이 고이면서 고등어의 진한 맛을 지닌 짭짤한 국물로 변신해있다. 그걸 밥에 비비면 그 자체로 밥도둑. 꼬리꼬리 비릿비릿한 동양의 이 놈이 서양의 와인과도 찰떡 궁합. 청주와도 궁합이 그만일 터.

남는 놈들은 다른 시도를 해보려 했는데 오늘 저녁 아무래도 한 번 더 해먹어야 겠다. 김군 집안의 쪄먹는 생선요리는 짭짤함 속에 녹아든 비린 맛이 중독성이 엄청나서 한 번 그 맛을 들이면 좀처럼 헤어나오기 어렵다. 이 먼곳까지 와서도 김군이 생선찜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그 때문. 그 맛이 궁금하다고?  기다려 주세요~ 곧 갑니다~ ㅎㅎ  (이것저것 제대로 맛보려면 지인 '쿠'가 부산에 마련한 '카페 나무다'에 한 번 왁자하게 모여야겠구만)

생선육수를 우리고 필렛(Fillet-생선살) 따로 팬에 익히고 치즈 갈고 쁘레제몰로 다지고.. 은근히 손이 많이 가서 허둥지둥 댔더니 저저 디스플레이 좀 봐라.. 가운데 생뚱맞은 저 바질은 또 뭐냐.. 저렇게 내놓으면 딱 망하기 좋다. 허나 맛은 보증. 바질을 파스타 속에 덮어놓고 먹으니 강렬한 향이 스물스물 퍼지는게 그 또한 매력! 오늘 아침겸 점심으로 해먹었는데 한 젓갈 뜨자마자 어제 산 2유로짜리 화이트와인 콜크 바로 땄네, 이런..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