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orea 160409~2010. 1. 15. 00:16
날씨가 추워선지 손님도 많지 않고.
어젠 10시 30분에 마감해 11시에 문닫고 모처럼 일찍 갔는데
오늘은 정확히 10시 5분에 모든 것을 마감하고 셔터문을 내렸다.
세상에.. 옆집 코알라 카페보다 먼저 문을 닫다니..ㅋㅋ

사실 손님이 없어도 이래저래 게으름을 피우며 12시까지 시간을 때울 수도 있었지만
요 며칠 전 부터 삼겹살이 어찌나 먹고 싶던지..
해서 오늘 그 결행을 위해 일찍 문을 닫았다.
으하하

인근의 고깃집을 방문하니 이런..
10시가 겨우 넘었음에도 우리를 받을 수 없단다.
이유는 요즘 하도 불경기라 손님이 없어 일찌감치 문을 닫는다고.
발길을 돌려 저 아래 서강 껍데기집으로 향했는데
어라?
마치 삼겹살 먹기 경연대회장인양 넓고 설렁던 그곳이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이자까야로 변신해버렸다.
다시 발길을 돌려 인근의 '육값하네'로 이동,
이곳에서 삼겹살과 껍데기를 구웠다.
육값하네도 어느새 사옥을 확장해 2호점을 냈더라는.

제주오겹 2인분 주문.
남이 해주는 음식,
역시 편하도다..

불경기 탓도 있지만 급강하한 날씨도 무시하지 못해서
많은 가게들이 일찌감치 문을 닫고 집에 간 모양이다.
늦어도 12시까지 버틸법해 보이는 식당들이 그러니..
하긴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고기를 먹고 다시 가게로 돌아오니
옆집 옷가게는 여전히 안에서 일하는 중이다.
가끔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는 이들이고 나름 단골이자 이웃인지라
이래저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든다.
슬쩍 문을 열고 물었다.

"혹시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저희 지금 고기먹고 들어와서 뭐 달달한거 먹으려는데
계신 것 같아서 좀 나눠드릴려구요"


옷가게,
"어머 감사해요,
헌데 저희 지금 문닫고 들어가서 밥먹으려고 하거든요.
아무튼 고마워요"


오늘 문득 가게를 하면서 좋은 점 하나를 생각했는데
그건 수입이 직장인 처럼 월단위가 아니라 자영업자로서 하루단위다 보니
외식을 하건 쇼핑을 하건 월 단위에서 쪼개쓰지 않고
그날그날 버는 수위에서 맘편히 지출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웃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제법 근사하고 기분좋은 빌미가 생겼다는 점이다.
 

(P.S : 오늘 벽에 TV 겁니다. 김군은 이른바 '테돌이'라는..
기회되면 지난 1년여의 여행 기록을 보게될 수도..ㅋㅋ)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7. 4. 12:53

냉동고에 먹다 남은 삼겹살이 꽝꽝 얼어있었다.
녹여서 구워 먹어봐야 물만 많이 나오고 맛도 영 형편없다.
요때는 그저 찌개에 넣고 물르도록 푹 끓여먹어야 삼겹살만의 넓은 맛의 지평을 즐길 수 있다!
이날은 영원한 맛의 동반자 김치찌개.

비닐에 싸여진 삼겹살을 물에 담가 녹이고 냄비에 김치와 물, 멸치를 넣고 불에 올린 뒤
반쯤 녹았지만 여전히 돌멩이 같은 삼겹살을 마저 넣고 1시간을 푹 끓여냈다.
고기는 포실해지고 비계는 치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데
한입 넣고 씹으면 고소한 삼겹기름이 맛의 진가를 뿜어낸다.
더불어 푹 물를 것 같은 김치는 탄력이 아직도 쌩쌩해서
푹 물른 고기와의 궁합이 찰떡인데
흰 쌀밥 보다는 쫀득한 콩밥에 얹어 먹으면 더 좋다.

소문난 김치찌개 맛집이야 즐비하지만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먹는 이만한 맛은 없지 싶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6. 30. 12:15



게이코. 한자로 풀면 경자(敬子)가 되니, 우리는 그녀를 때론 '경자'라고도 부른다.
지난 달 말경에 게이코가 한국을 다녀갔다. 
동경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몰타에서 영어를 배우는 동안 가까워졌다. 

차분한 성격에 술도 잘 마시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해 
맥주와 와인을 끼고 살았던 우리와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술자리를 오래도록 지킬 줄 알고 때론 속내도 솔직하게 털어놓을 줄 아는 털털함이 있어
주변의 다른 한국 친구들로부터도 인기가 많았다.

지난 9월 말, 우리가 몰타를 떠난 2주 후에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던 게이코는
당시 엔화의 고공 행진으로 인한 금전적 횡재를 뿌리치지 못하고 체류를 더 연장해 
지중해의 저렴한 맥주와 와인을 양껏 마시다 귀국해 
환율의 직격탄을 맞고 고통에 신음하던 주위의 한국인들로부터 
부러움을 한몸에 사기도 했다.  

일본에 불어닥친 한류의 영향에 게이코도 결코 예외는 아니지만
다행히(?) 욘사마가 아닌 막걸리와 '찌지미', 김치를 좋아한다고 해서 우리를 어찌나 안심케 했는지..
한국에 오면 뭐가 젤 먹고싶냐고 물으니 뜸도 안들이고
"간장게장"
이라고 외친다.


간장게장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해서 어느 땐가 맛 볼 기회가 있었고 너무 맛있었단다.
해서 이왕 한국에 간다면 본토의 맛을 경험하고 싶다는게
그녀가 주저없이 간장게장을 외친 이유. 

허나 한국에 오면 어디 먹을게 간장게장 뿐이겠나?
비싼 음식이 아니더라도 저렴하고 맛도 뛰어난 한국의 맛을 굳이 열거할 필요는 없다.
허나 3박 4일의 짧은 일정, 그나마도 우리랑 함께 다닐 시간은 고작 이틀뿐이어서
이것저것 미각의 즐거움을 맘껏 누리는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늦은 저녁,
공항에서 게이코를 픽업한 뒤 명동의 한 작은 호텔에 짐을 던져놓자마자 향한 곳은
종로 시사영어사 뒷편의 경북집.
24시간 운영하는 탓에 술을 찾아 불꺼진 도심을 헤매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지만
사진의 전들은 오래전에 부쳐놓은 걸 데펴주는 정도여서 맛이 떨어진다.
갓 부쳐냈을 때의 향과 촉촉함은 대개 사라지고 퍽퍽한 질감만이 남았다.

그때그때 부쳐내는 수고로움이 만만치 않겠지만 고집스레 지켜낸다면 
돈과 더불어 덕과 명성도 쌓을텐데..
그래도 늦은 밤의 술집다운 푸근함, 저렴한 가격(모듬전 7,000원)으로 아쉬우나마 찾게 되는 집.




예전 광화문에 출퇴근하던 시절 점심때 가끔 가던 장원삼계탕. 
삼계탕보다는 1천원 더 비싼 약계탕을 주로 먹었었는데 게이코의 경계를 무시하고
'일단 먹어 봐' 하는 심정으로 약계탕 주문.  
한약재의 구수함이 고급스럽게 느껴져 좋고
찬으로 나오는 뻘건 생마늘 짱아찌의 알싸함은 그 맛을 아는 이에게만 미소를 허락한다.
게이코가 그 맛을 알 턱이 없지만 그래도 본토 삼계탕의 맛에 미소를 잃지 않는다.
인삼주도 한 잔씩 곁들였으니 더 없이 즐거워야만 하는 시간.  
허나 노회찬의 말마따나 민주화 이후 최대의 비극이 벌어진 이날이었으니,
TV를 곁눈질 해가며 인삼주잔을 비웠다.




같은 날 저녁, 게이코가 노래를 부르던 바로 그 간장게장이 펼쳐졌다.
사실 게이코를 위한 간장게장 이벤트를 꽤나 고민했었다.
인터넷으로 인천의 간장게장집을 샅샅이 뒤졌고
 양 대비 싸게 먹을 방법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간장게장을 주문해
만만한 식당에 싸들고 가 웃돈을 좀 얹어 양해를 구하고 그야말로 입이 쩔도록 먹여볼까도 생각했었다.
허나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물리치고 결국 인사동의 신일집에 한 상 깔고 앉았다.
게장정식이 1인 2만원이니 이 동네서 이 가격에 먹기에 꽤나 저렴하다. 
마침 남도음식을 내는 집이니 자잘한 찬꺼리에도 기대가 된다.
 



헌데 나온 것을 보니 짜잘한 크기는 그렇다 쳐도 기대한 꽃게장이 아니다.
꽃게 딱지에는 저 요상한 반점이 없는걸로 아는데 대체 무슨 게일까? 황게?
살짝 뒤통수를 맞았지만 제법 알찬 속과 푸짐함에 곧 생각을 고쳐먹고..
밥 위에 속살을 얹어 참기름을 한 두 방울 찍어 발라 입으로 넣으니
다음부턴 숟가락에 모터가 달린다.  
꽃게건 황게건 게는 역시 게다.
게이코도 공기밥 추가.




다음 날,
자유로를 달려 임진각에서 망원경으로 북한의 실상을 보여준 뒤 일산으로 왔다.
우리가 일산에 살 때 세 손가락에 꼽던 맛집
일산칼국수.

닭을 푹 고은 육수에 바지락을 쏟아부어 절묘한 맛의 지점을 일궈낸 집.
여름엔 콩국수도 팔지만 역시 주력은 칼국수.  
옵션은 닭을 달라고 하면 일일히 손으로 뜯어낸 닭살을 고명으로 푸짐하게 얹어주고
바지락을 달라고 하면 바지락을 푸짐하게 얹어주는 시스템, 허나 이날은 조금 빈약한 느낌..
1년 만에 찾았는데 가격도 6천원으로 올라 살짝 빈정.
그래도 맛의 포로로 사로잡힌 사람들의 행렬은 여전히 길다.
15분을 기다려 입장, 한 사람앞에 한 그릇씩 먹는다.




삼계탕 먹을 때와 마찬가지로
저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냈는데 솔직한 이유를 물으니 
"맛있어서"
라고. 

칼국수는 게이코도 미처 예상치 못한 맛이었던지 이후 보내온 메일에서
칼국수에 대한 인상과 그리움이 잔뜩 뭍어났다. 

 


같은 날 저녁.
홍대로 날아와서 야외 테이블에 한판 벌였다.
날씨 선선하고 저물어가는 휴일 마지막날이니 한가롭고 주변에 낮은 수풀이 병풍을 이루고
 백열 조명아래 오손도손 고기 뒤집고 잔 기울이는 이웃들을 보니 더 없이 좋구나.
맥주 한 병으로 가볍게 입가심한 뒤 이후부턴 소주로 달렸다.

삼겹살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가르쳐줬는데
1. 잔에 소주를 채운다.
2. 자기 앞에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미리 대기시켜 놓는다.
3. 상대방과 술잔을 부딛친 뒤 단숨에 털어 넣는다. 쭉~!
4. 대기시켜 놓은 삼겹살을 입안에 넣어 알콜을 신속히 중화시킨다.
5. 1~4의 과정을 반복하며 취향에 따라 템포를 조절한다.

삼겹살을 외국인에게 표현할 때 그 어휘는 '바베큐'일 수 밖에 없는데
자꾸 생뚱맞다는 느낌이 지워지질 않는다.
그래서 세상에는 '바베큐'와 더불어 '코리안 바베큐'가 따로 있는건가?

사기충천해서 돌아간 게이코는
2차 한국여행을 위해 손님들에게 열심히 약을 팔고 있고
우리는 느긋하게 2차 미각리스트를 정리하고 있다.
광장시장의 녹두부침, 무교동의 북어국, 마포 을밀대와 동네 짜장면.. 
Posted by dalgonaa
이딸리아 Italia 300908~2008. 11. 6. 08:43

그저께, 집에서 버스로 5분 거리의 '에쎄룽가'라는 수퍼에서 삼겹살을 사왔다. 삼겹살은 우리가 즐기는 그것과 거의 똑같다. 몰타에서 즐기던 삼겹살은 애기 팔뚝만한 고깃덩이에 갈빗대가 하나 붙어 있어 제대로 맛보려면 초벌구이를 해서 뼈를 발라내고 다시 칼로 적당히 썰어 마저 굽는 대단히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이태리 삼겹살은 깔끔하게 모양까지 잡아 판매하고 있다.

260그램에 우리돈 2천원을 조금 못받으니 한국보다 저렴하다. 불판에서 익어가는 돼지 뱃기름의 고소한 맛을 이곳 사람들은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그 맛을 높이 치지 않는 것인지, 수요가 많지 않으니 가격이 쌀테다. 대신 이들에겐 우리가 별로 쳐주지 않아 가공소세지로나 만들어 먹는 돼지 뒷다리살을 염장 숙성해 즐기는 프로슈토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같은 재료를 갖고서 어쩜 저리 다른 문화로 갈라지는지 그 비밀을 캐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테다.

프로슈토는 이미 우리가 맛을 봤으니 알겠고(물론 그 깊은 맛을 즐기는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회되면 삼겹살을 한 번 더 사다가 이곳 친구들에게 한 번 먹여봐야겠다. 파채를 곁들여도 좋을테고 기름장도 좋겠지. 꼭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은 쌈으로 싸서 먹여보는 것. 마늘과 고추도 싸먹이면 좋겠지만 이건 선택으로 남겨두고 다만 고추장은 맛의 핵심이니 빼먹어선 안될테다.

사실 낯선 맛을 보인다는게 문화를 소개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불판을 가운데 놓고 직접 구어가며 먹는 것이 제 맛을 즐기는 방법이면서 그 식문화를 제대로 체험하는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여기는 한계가 있다. 사실 한국의 고기맛이란 구워먹는 행위 빼면 참으로 싱겁기 짝이 없지 않던가?  특히 우리에겐 너무 익숙해 하찮게 지나치는 테이블 가운데 둥근 뚜껑, 그걸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미스테리에서 헤어나올 방법이 없다.

김군이 생애 최초로(?) 담가본 김치. 배추, 무, 젓갈, 마늘, 생강 다 있는데 결정적으로 고춧가루가 없다. 조금 남은 놈을 저기에 쏟아붇기 두려워 근처 필리피노 상점에서 인도산 고춧가루를 5분간 살펴보고 구입해 넣었다. 빨갛다고 다 같은 고춧가루가 아닌데 어떤 건 독특한 향을 내뿜기 때문에 잘못 사면 돈만 버리고 만다. 다행히 별다른 향 없이 제대로 매운 고춧가루다. 근데 무슨 고추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맵다.

결국 백김치도 아닌 어중간한 김치가 탄생했지만 이틀 정도 익혀 먹으니 그런대로 맛이 난다. 허나 이태리까지 와서 김치나 담가먹는 식생활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슬쩍 돌아보게 되더라는..  베로나를 벗어나 토스카나나 남부로 내려가게 될 즈음엔 가가호호(?)를 방문해 그들의 손맛을 엿보게 될텐데(과연?..) 우리도 줄 것이 있어야 할테니 그때를 대비한 훈련과정이라고 핑계를 대본다. 특히 불고기와 계란말이, 김밥, 부침개를 우리의 필살기로 삼아보려 하는데 혹시 추가할게 있을까?


오늘 목요일, 1박 일정으로 PARMA에 다녀온다. 베로나에서 남쪽으로 차를 몰아 1시간이면 족히 당도할 동네지만 기차를 타면 좀 더 아랫동네인 MODENA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거슬러 올라오는 탓에 2시간 반이나 걸리는 가깝고도 먼 동네다. 당연히 기차타고 간다.  PARMA, 어딘가 익숙한 이 이름.. 그렇다. 바로 피자나 파스타에 뿌려먹는 그것, 파마산 치즈의 원조 동네 되시겠다. 우리나라에서 '파마산'이라 부르는 이 이름의 유래가 혹시 PARMA산(産)을 나타내는 말인가 했는데 이탈리아 말로 '빠르미지아노'(PARMIGIANO-파르마 사람)를 영어식으로 발음한 PARMASAN에서 따온 말이라고.  파마산 치즈가 궁금하다면 꾸욱.

파르마를 찾는 이유는 지난 토리노 여행중에 만난, 바로 위 '꾸욱'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서다. 한국에 있는 동안 음식관련 분야서 일하다 좀 더 배우고자 이탈리아를 찾았고 그 가운데서도 아는 사람들에겐 이미 명성이 자자한 '식문화 종합대학(UNIVERSITA DEGLI STUDI DI SCIENZE GASTRONOMICHE)'에서 1년간 수학했다 하니 그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가 없어서다. 더욱이 그녀가 다음주에 한국으로 귀국한다 하여 발길을 서둘렀다. 마침 그녀가 사는 집의 룸메이트가 일찍 방을 비워 숙박이 해결돼 발걸음이 더욱 가볍다. PARMA 고유의 치즈에 와인을 곁들여 즐길 점심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종합식문화대학은 이탈리아 정부가 돈을 대고 슬로푸드협회가 운영하는 대학으로 국제슬로푸드협회장이 교장(CARLO PETRINI 라고 노구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열정이 장난 아닌 할아버지)을 맡고 있기도 한데 이 대학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미식가를 키워내는 곳이 아니라 GOOD, CLEAN, FAIR라는 슬로푸드 이념에 입각한 식문화를 가르치는 곳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는 곧 자연과의 공생, 종(種)의 보존, 식재료 본연의 맛과 산업화로 사라져가는 지역별 고유 맛의 발굴과 보존 등, 다분히 진보적 이념에 입각한 관점에서 먹는 문제를 다루는 특이한 공간이란 얘기다. 

이런 훌륭한 곳이 수업료도 좀 싸면 좋겠지만 1년 수업료로 4천만원이라는 큰돈이 든다. 허나 숙박과 식사를 비롯한 일체의 체류비용이 포함되고 무엇보다 50일 가량은 유럽 전역을 돌며 생산자를 만나고 맛을 보고 현지 풍토와 문화를 몸소 겪는 실질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로 부터 반향이 높다고. 파르마의 대학원 과정이 이렇고 피에폰테의 BRA에 있는 또 다른 캠퍼스는 4년의 정규 학사과정을 밟을 수 있는데 여기선 이탈리아, 유럽을 거쳐 전세계를 도는 한 차원 높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단다. 물론 학비는 더 비싸다. 허나 1년의 공부를 마친 그녀는 '과연 학교가 이 돈으로도 남는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수업료 이상의 것을 얻고 간다'며 만족감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니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얘기를 안들을 수가 없다.

가자! 덜컹덜컹 기차타고 가을 정취 감상하며 한때 파마산 치즈의 원조자격을 잃을까 가슴 쓸어내려야 했던 사람들이 사는 곳, 파르마로~!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