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4.20 모래 먼지 2

한국은 황사가 서서히 잦아들고 있을까? 한국을 떠나오면서 아주 잠시 , 그 뿌연 흙먼지를 이번 봄에는 뒤집어쓰지 않아도 되니 좋군하고 내심 생각했었다. 그리고 도착한 몰타. 한국의 가을하늘과 동급인 하늘색에 동해보다 더 짙고 제주도보다 더 형형색색인 바다, 그야말로 청정 빼면 몰락할 이곳에서 희뿌연 모래먼지를 뒤집어 쓰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몰타가 비록 유럽연합에 속하는 작은 나라지만 마셜슬록에서 배를 타고 마냥 남쪽으로 노를 저으면 바로 아프리카다. 배를 대고 조금만 걸어가면 펼쳐지는 것은 바로 사막. 알제리, 모로코, 튀지니, 이집트, 수단, 차드 등, 북아프리카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 나라에 걸쳐있는 사하라 사막은 연평균 강우량이 20mm에 그치는, 지구상 최악의 건조지역이다.

 

바짝 마른 모래들은 바람에 구르고 깨지다 어느새 가루가 되어 바람을 타고 이곳까지 날아오는 것이다. 기세로 봐선 시칠리아까지는 물론, 이탈리아까지도 날아갈 듯 싶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빨래를 해서 널어야겠는데 오늘로써 이틀째 미루고 있다. 옥상에 있는 세탁기의 위에도 이미 고운 모래먼지가 뿌옇게 내려 앉았고 아침 이슬을 맞는 거리의 자동차들은 상태가 더 심하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 마다 일으키는 미세한 먼지바람은 호흡기를 타고 폐 속 깊숙이 박히는 것 같다.  


 


>> 옥상의 세탁기 위에 내려앉은 사라하산 모래가루. 자동차는 봐주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한데 몰타 자동차의 80%가량이 저러고 돌아다닌다. 물이 귀해 세차는 대부분 집에서 양동이에 물을 떠놓고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별로 아랑곳 않는다. 여전히 옥상에는 빨래가 널리고 있고 해변 길을 따라 뻘뻘 땀을 흘리며 조깅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여전하고 거리 카페의 테이블 위에는 어김없이 파스타와 맥주가 올라온다. 마스크 쓴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게 한국이지만 이곳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돼지처럼 희어서 징글징글한 살을 검게 태워주는 햇살만 있으면 그만이지 그깟 모래먼지가 대수냐라는 걸까?

 

한반도에 해마다 뿌려지는 황사의 량이 트럭으로 몇 천대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오히려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오염으로 그 질이 예전만 못하겠지만) 사하라의 모래 먼지는 모르긴 몰라도 그 규모를 넘어설 것은 분명할 듯 하고 이 역시 눈에 보이지 않은 생명들을 살찌우는 양분일 것이다. 혹시 이곳 사람들도 어쩌면..



>> 옥상에서 바라본 발레타 전경. 희뿌연 모래먼지로 시야가 흐려져있다. 몰타는 사막 기후에 가까운 탓인지 사진과 같은 선인장 군락을 곳곳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