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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2 제주도 2박3일 17
한국 Korea 160409~2009. 10. 12. 07:54
지난 화요일,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다녀왔다.
가게 오픈을 앞두고 선결과제 하나는 와인.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 이것은 아무래도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기에
마일리지를 긁어모아 티켓을 끊었다.

몇 차례 얘기했지만 작년 봄,
로마의 한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소믈리에와의 만남은
우리에겐 색다른 경험이었고 돌아오면 언젠가 다시 보겠구나 내심 짐작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번 여행을 통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번 여행은 지난 만남 이후의 회포를 풀고
동시에 와인과 관련한 비즈니스적 도움을 받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곁들여서 이왕 내려간 제주도인만큼 일정을 하루 더 늘려
올레길을 걸어보는 것까지 포함시켰다.
 


국내선이라도 오랫만에 비행기보니 좋구나.



강양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공짜로 끊었지만
김군은 포인트가 모자라 제주항공을 탔다.
헌데 프로펠러기일줄 알았더니 당당히 제트엔진이다.
저가항공, 그 가운데 제주항공은 어느새 일본노선에 이어 동남아 노선까지
확장했다는데 재주도 좋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김미경씨가 손수 차를 몰고 마중을 나와줬다. 
작년, 베로나 공항에 도착해 우리를 마중나와 준 엘리자베따의 그 상황과 똑같다.
 '마중' 만큼 진정스러운 환영 세레모니도 없지 않을까?
그리고 보니 올 봄, 일본에서 게이코가 왔을 때는 우리가 마중을 나가 그녀를 환영했다.

김미경씨는 우리에게 대접할 점심을 신중히 고민했던 모양이다. 
결국 그녀의 제안은 '고기국수'.

"이것저것 생각해봤는데 그래도 고기국수만큼 특별한 메뉴는 없는 것 같아서요"


소박한 비주얼.
탁도높은 육수에 굵은 중면, 고명으로 실파와 깨소금, 고기가 올랐다.
국물 한 술 떠마시니 오호..  맛이 깊다.
돼지사골국물이 기본 베이스겠지만 잡내 하나 없고 '맛'을 내주는 감칠맛은 어디서 온건지 궁금하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할 부분은 다름아닌 고기. 
밝은 핑크빛에서 고기의 신선함이 전해지고 
포실한 살점과 잡내 하나없이 깨끗한 비계 역시 꼬소한 맛이 수준급이다. 

어쩜 이렇게 고기를 맛있게 삶아낼 수 있을까 싶지만
역시 좋은 재료가 맛의 90%를 결정짓는게 아닐까?
제주도의 돼지고기는 좋은 물과 공기의 영향으로 그 맛이 남다르다는 것이
여행중 만난 제주도 사람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올래국수.
 제주도 왔으니 고기국수 한번 먹고가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시라.



와인샾 <빵과 장미> 도착.
이곳 주소가 제주시 노형동?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제주시의 유명 찜질방 '부림랜드' 혹은 '부림사우나' 바로 옆이다.




김미경씨와 와인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비즈니스에 관한 의견도 나누고..
우리로선 모호했던 부분들이 좀 더 분명해졌고
김미경씨와는 향후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을 구매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화이트와인을 밀겠다는 우리의 기본 방침에 대해 김미경씨는 
레드의 대중성을 들어 적잖은 우려를 표명했지만
홍대라는 트렌드의 특성에 기대를 걸어보겠단다.
사실 우리도 걱정이긴 하지만 장사하는 주인의 입맛이 화이트니 어쩔수 없다.



어느덧 저녁.
지난 로마의 추억을 떠올리며 꺼내든 술은 다름아닌 네로 다볼라(Nero D'avola).
시칠리아에서 짜내는 이 술은 김미경씨와 로마의 숙소에서 처음만나 나눠마셨던 그 품종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음료라는 김미경씨의 칭송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변주력을 지닌 와인은 그 자체로 즐겁다.



막걸리는 들이켜야 맛, 소주는 꺾어야 맛,
잔 돌리고 색 감상하고 코 박아 향 맡고.. 
와인은 또한 그래야 맛이다.



마침 와인샾 바로 옆이 파스타 가게라서 파스타 두 접시를 주문해 먹었다.
가격이 모두 1만원 아래인데 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서울의 가게들에 견줘 부족함이 한치도 없다.
특히 계란 노른자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손수 얹어주는
까르보나라는 무늬만 까르보나라인 다른집 파스타들에 비해 재료의 솔직함이 좋다.
손 크게 썬 양파는 빼는게 좋을 듯.




서울의 큰 프랜차이즈에서 다년간 요리를 하다가
몽땅 정리하고 가족들과 제주도로 내려와 파스타 가게를 열었다는 젊은 오너쉐프는
그러나 신통치 못한 매출에 근심이 많다.
 누구나 꿈꾸는 제주도의 로망을 직접 실천한 모험이
이래저래 근심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여간 안타까운게 아니다.



늦은 저녁, 매일같이 모여 술을 마신다는 '멤버'들과 뒤섞여
아주 가뿐하게 4병을 비워냈다.
화이트 1병에 레드 3병.

 제각각 술이 가진 장기가 있더라도 우리의 즐거움은 결국
알콜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저기 바쿠스가 이미 오래전에 증명하지 않았던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