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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7 알리치의 활약, 맛있는 연말. 6

먹는 얘기 좀 하자. 좀 장난스러운 선언이지만 나중에 식당을 낼 경우 메뉴에 포함될 파스타 두 가지가 정해졌다. 빠르마 파스타와 알리치 파스타. 빠르마 파스타는 빠르마 유학생 노양의 솜씨로 맛본 뒤 매료돼 이후 자주 해먹는 파스타로 자리잡았다. 빠르마 파스타 맛의 핵심, 토마토 소스와 살라미의 조화를 깨지 않는 한 맛의 기본 골격은 유지될 텐데 메뉴로 내놓을 경우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러저런 변신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알리치 파스타. 씨가 박힌 올리브도 넣고 볶았다. 저날 이후에는 중국상점에서 마른 고추를 사와 매운 맛을 입혔더니 젊은 입맛에 더 가까워진 듯 하다. 마늘도 잘 탔고 면도 오동통하니 잘 익었다. 맛?  먹어봐야 안다.

알리치 파스타는 바꿔 말하면 안초비, 또는 멸치 파스타 되겠다. 안초비의 이탈리아 이름이 알리치다. 뻬루자에 집을 얻고 얼마 전 무심코 해먹었는데 그 맛에 바로 중독돼 버렸다. 크리스마스 전날은 물론 요 며칠 연짱 해먹은 파스타가 알리치 파스타다. 알리올리오 베이스에 알리치만 넣고 버무리면 어느새 짭짤한 살이 녹아 파스타 면에 골고루 입혀져 따로 간을 할 필요도 없다. 올리브를 함께 넣고 볶은 뒤 치즈가루를 듬쁙 얹어내면 맛 좋은 비린맛의 파스타가 완성된다. 루꼴라를 곁들이면 더 좋을 듯. 봉골레 파스타가 우아한 바다의 맛이라면 알리치 파스타는 거친 바다의 맛?

아무튼 요즘 알리치 파스타 해먹는 재미가 쏠쏠한데 이탈리아에서 판매하는 알리치의 가격이 제법 비싸다는게 문제다. 손바닥에 착 감기는 작은 병에 든 알리치가 2유로가 훌쩍 넘는다.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앞으로 알리치 싸게 파는 기회를 접하게 되면 왕창 사다 놓을 작정이고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생선코너에서 생물멸치를 사다가 염장해 직접 올리브유에 담가먹을 작정이다. 베로나에서 튀겨먹던 생물 알리치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가격도 저렴했고 담글 경우 그 양이 같은 가격에서 거의 5배는 훌쩍 넘지 싶다.


DE SPAR 라는 이름의 수퍼에서 자체 브랜드로 만든 알리치. 저 작은 병이 2.30유로다. 4천원인 셈인데 그나마 몇 가지 브랜드 중에 저놈이 제일 쌌다. 베로나에서도 비싸게 안먹었던 것 같은데.. 알리치 자체만 50g.

토마토소스와 간장을 이용해 조려낸 돼지고기를 썰어먹다 한 번은 그 국물을 이용해 리조또를 만들어봤다. 쌀을 한 번만 휘리릭 씻어낸 뒤 버터 두른 팬에 달달 볶다가 국물을 넣고 끓였다. 밥알이 퍼지면서 국물을 흡수해 점점 되직해져 갔는데 리조또는 물 조절이 중요한 관건의 하나일 듯.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마지막에 빠다노 치즈를 듬쁙 갈아 넣었다. 파가 싱싱한게 있어 조금 채 썰어 넣어봤는데 아니다싶은 느낌과 달리 조화가 아주 좋다. 버터와 치즈의 풍성한, 또는 느끼한 맛 사이에서 파의 단 맛이 산뜻하게 전해진다.



한 접시로 즐기는 식사에선 작은 와인잔이 운치도 있고 실용적이서 좋다. 다만 저 얇은 유리접시는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그래도 저 리조또는 맛이 좋다. 치즈가 부족하면 더 갈아 넣으세요~.

까르보나라는 생크림과 우유를 이용해 몇 번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중이다. 왜 이렇게 군내가 나는 것인지.. 이건 아무래도 불조절, 열조절이 관건일 듯 싶은데.. 아니면 직접 밀가루를 볶아 만들어야 하는 걸까? 생활 속에서 습득되고 있는 파스타 솜씨, 과연 한국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어떤 평가를 할지.. 어서 먹여보고 싶다. ^^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