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3.20 불법체류합시다. 36
이탈리아 요리사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취직하면 그만. 그럼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어떻게 취직하나? 해외여행 나가는게 제주도 가는 것 만큼 쉬워진 요즘이니 이탈리아 행 비행기 잡아타고 로마에 내린 후 넓디 넓은 이탈리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맘에 드는 레스토랑에 이력서 한 장 들고 찾아가면 된다. 대신 석달 정도는 월급 안받을테니 먹여주고 재워만 달라고 하면 절반 이상은 받아줄테다. 무슨 돈키호테 같은 무모함, 철없는 낭만처럼 들리겠지만 여기선 이런 삶도 별로 대수로운게 아니다. 아무튼 길게 보면 이런게 돈버는거다. 이탈리아 요리도 배울 수 있고 때론 독일이나 남미, 일본 등지에서 온 역시 비슷한 처지의 지망생들과 섞이며 소양도, 인맥도 넓힐 수 있고 이탈리아어는 덤으로 배우게 된다. 이런 경험은 당연히 다음 도전의 또 다른 발판을 놓기도 한다. 비자는 어떻게 하냐고? 3개월 후부터는 이탈리아 내에만 있으면 되고(어차피 하루 이틀의 휴일만 빼면 어디 갈 시간도 없다) 가끔 검색이 허술한 스페인 정도는 다녀올 수 있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렸다고 해서 강제 구인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거주지로 통지서가 날라오는데 내용은 이렇다. "15일 이내로 출국해주세요" 그러면 곱게 접어서 쓰레기통에 넣은 뒤 식당으로 일하러 가면 그만이다. 불법체류가 아무래도 불안하다면 주인과 상의해 정식 노동비자를 신청하면 된다. 헌데 이 노동비자는 신청일로부터 대개 2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결국 볼일 다 보고 나갈 때 쯤 비자가 나온다. 왜냐? 이탈리아기 때문이다. 이건 이탈리아에 체류중인 외국인들에겐 워낙 잘 알려진 얘기여서 별로 얘기꺼리도 아니다. 좀 더 정확한 이유를 알아보자면, 이탈리아 어느 도시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비자발급의 제한수를 두고 있는데 볼로냐의 경우 25,000명이라나? 해서 그 안에서 발급을 조절하고 있고 기간이 경과한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이 빠지면 그 자리에 선착순으로 다음 신청자가 들어가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도 정확히 지켜지는 것은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까탈스런 절차에 아랑곳 않고 이탈리아 전국에 흩어져 열심히 일하며 자신의 소중한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럼 나중에 출국할 때 문제가 안될까? 무거운 벌금을 때린다거나 향후 입국금지의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는 무서운 얘기도 들리는데.. 이에 대해서도 어느 민박집 사장님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허허 별 걱정을 다하시네? 예를 들어 북아프리카에서 온 사람이거나 여권상에 고질적인 불법체류의 흔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집에 가겠다는 사람 애써 붙잡지 않아요. 잡아서 어쩔건데? 감옥에 가둬? 그건 돈 안드나??"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 얘기 들으며 한참 웃었다. 사실 우리도 경험한 바지만 이탈리아 입국할 때 입국 스탬프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그 얘기는 곧 언제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그러니 나갈 때도 문제가 안된다. 불법을 조장하는 글로 보일텐데 맞다. 불법좀 저지르면서 살고 싶은게 특히 요즘 세상 아닌가? 어여어여들 나오시라.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서 불법체류를 만연시켜야 더불어 잘사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그러니 농담 아니고 한국의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색출대상으로 삼거나 업신여겨서는 안된다. 그들 모두 목적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과적으론 평화로운 지구촌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 이틀 전 서류상의 합법체류 끝. 허나 우리는 6개월째 체류중.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