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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25 봄 도래
  2. 2009.03.10 이탈리아에서 나물 뜯어봐? 18
한국 Korea 160409~2013. 3. 25. 23:29

3월 하순. 햇살도 좋고 벚나무에 꽃망울도 곧 터질듯 한껏 부풀었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모습도 기대되지만

시시각각 무르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긴 매 한가지. 

봄햇살 아래 조용히 앉아 손에 뭔가 마실 것 하나 쥐고

벚나무의 꽃봉오리를 하루종일 올려다보고 싶다. 

만사 제치고 말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잘 사는 사람. 


 


지난 주 쉬는 날 난로를 정리했다.

지난 겨울 남하하는 강력한 추위를 강한 열기로 막아서

달고나 매출의 추락을 막아낸 북방의 믿음직스런 장수같은 존재.

연탄의 잔재와 살짝 부식된 녹찌꺼기를 철브러쉬로 박박 긁어내고

다시 조립한 뒤 신내동 어머니집 내방 한 켠에 비닐로 잘 싸두었다. 

무겁고 번거롭지만 몸소 난로와 그런 씨름을 벌이는 것도

생활의 분명한 이유이면서 동시에 재미다.

장담컨데 출퇴근에 2시간 이상을 만원 버스에 시달리고

같잖은 상사가, 또는 조직이 던져놓는 정체불명의 지시를 저항없이 수행하는

이 시대의 아빠들 중 많은 이들이 나의 이런 시덥잖은 일들을

부럽게 생각할테다.  아닌가?


주물 난로여서 관리만 잘 하면 거의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연탄은 좀 많이 남았다. 연탄 한 장에 550원.

200장이 주문의 최소 단위인데 이번 겨울을 나는데

총 두 번 주문했으니 난방비로만 22만원을 썼다. 

헌데 50장 가량이 남았으니 19만원 정도 든 셈.

남은 연탄은 잘 뒀다가 다가올 겨울에 쓸 것이고

그 전에.

몇 장은 뒷마당에서 고기 구어먹는데 쓸 계획. 낄낄..

강양이 평소 갖고싶어하는 것이 옷, 레티나 맥, 제주도 평생 항공권 등이지만

불고기 불판도 그 중 하나. 

황동 주물로 찍어낸 그건 누가 봐도 모양이 범상치 않을 뿐더러 

가격도 비싼데 가끔 황학동에 나가면 매번 마주치게 되는 물건이기도 해서

언젠가 저걸 사야할 이유가 생긴다면 주저없이 구입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난로를 치우고 주차장 한 켠에 두둑히 쌓인 연탄을 보노라니 

이제 저 불판을 사야할 때가 된것 같다. 

지난 겨울에 따로 사 둔 연탄화덕에 연탄불을 지피고

그 위에 석쇠를 올리면 돼지고기 굽는 날이고

불고기판 올리면 불고기 굽는 날이 되는 셈.

벚꽃 빵빵 터져 흐드러질 때 그 아래서 소고기 굽겠지.

뒷마당엔 재작년에 심어놓은 벗나무가 있다. 


연탄배달을 하는 노부부가 있다.

이들이 손발 척척 맞춰가며 연탄 쌓는 모습을 지켜보다

한 마디 건넸다.


"이것도 겨울 한 철이니 여름에 한가하시겠네요?"


"그래도 요즘엔 연탄쓰는 고깃집이 많아서 괜찮아. 

오히려 우린 여름이 좋아. 일 많지 않아서 남는 날엔 놀러 다니거든" 


댕~ 하고 한 대 얻어맞은 기분. 

당신들이 정답이싶니다요. 




봄이 오니 할 일이 많다. 

난로 정리는 그 시작이고

뒷마당에 창고처럼 사용할 선반을 만들어야 하고

화단도 다시 재정비 해야한다. 커먼타임과 마조람 씨앗을 구해

올해는 이놈들을 집중 육성해야 하는게 씨앗을 손에 넣기가 쉽지 않다.

홀도 대대적으로 바꿀 계획.

테이블을 기존대로 가지만 강양이 사용하는 카운터쪽은

지금의 냉장쇼케이스를 처분하고 그 자리에 작업대를 만들고

그 작업대 아래에 미니 냉장고와 다른 한 켠에 230리터짜리

일반 냉장고를 각각 배치할 계획이다. 

이는 주방에서 전담하는 파스타와 요리 외에 홀에서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샐러드나 미니 플레이트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음료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좋도록. 

미니 싱크대도 놓을 계획이고

홀의 썰렁한 흰 벽에 그림도 걸 생각이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나름의 설계도를 지금 짜야 하는데

지금 그거가 잠깐 하기 싫어서 이렇게 포스팅하며 빈둥거리는 중..

헌데 포스팅도 쉬운건 아니다. 그냥 누워서 멍하니 EBS를 보고싶다. 

하늘에서 바라본 한반도를 하는 중. 영상도 목소리도 따분하니 좋다. 



Posted by dalgonaa

이 추운 시골도시(뻬루자는 움브리아주의 주도지만 시골이나 다름없다)에도 봄이 오긴 오는지 어제 일요일 발코니에 서니 따뜻한 훈풍이 간간히 뺨을 스치며 지나갔다. 아씨지를 감싸고 있는 산 정상의 눈도 거의 녹았고 밝은 빛깔의 돌벽들은 햇살의 따뜻함을 복사해냈다. 정녕 봄이 온게로다. 내려다보이는 들녘 어딘가에선 분명 먹을 수 있는 봄나물이 솟고 있지 않을까? 냉이가 있으면 연일 감자와 호박, 양송이 버섯으로 반복되는 된장지깨의 지루한 레퍼토리에도 큰 변화를 줄 수 있을텐데 아무래도 그놈은 찾아보기 어렵지 싶다. 남의 땅인줄 모르고 들어갔다가 괜히 엉뚱한 오해를 사는 것도 그렇고 가게에도 나물류는 없다는 점에서 그렇지만 뭣보다 1000가지 식재료를 망라해놓은 이탈리아책을 보면 냉이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샐러드용의 채소는 우리도 생소한 것이 많은 반면 우리식의 샐러드라 할 나물에 쓰이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냉이, 도라지, 드룹, 씀바귀, 고사리, 취 등등. 예전에 한 기근 했던 이곳이었으니 있었다면 어떻게든 요리로 먹는 방법을 찾았을텐데 지금 그런 흔적이 없는걸 보면 아마 없다는 얘기가 아닐까?

나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ㅋㅋ 이번 이탈리아 여행('두서없는 방황'이 더 정확할..)을 통해 우리가 깨달은 굉장히 큰 사실 하나는 이탈리아, 특히 북부의 제법 잘사는 동네에 한국식당 내면 장사가 될꺼라는 점이다. 두 가지 점을 미뤄볼 때 그러한데 하나는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역에 거세게 불고 있는 스시열풍(고이즈미는 집권중에 스시의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는데 어쩜 그 효과일 수도..)을 따라가지 못하는 조악한 스시의 품질과 이미 이전부터 동양음식의 맹주로 자리잡은 중국음식의 권태로운 매너리즘(?)이 그렇다. 어디까지나 우리의 경험과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

베로나에 머물 때 두 개의 스시집에 대해 들은 바 있는데 하나는 일본인, 또 하나는 중국인이 운영하고 있다. 사실 유럽 전역을 통틀어 성업중인 스시집이라면 절반 이상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일본인 운영의 스시집은 고급화 전략(사실 스시가 고급 아닌가?)을 앞세워 높은 단가의 스시를 내놓고 있고 예약을 해야 자리를 확보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우리는 일전에 그 앞을 지나며 스윽 넘겨보기만 했는데 젓가락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열심히 초밥을 집어먹는 모습에 그저 낄낄 웃으며 지난 기억이 있다. 볼로냐에 딱 하나 있다는 스시집도 운영은 중국인이 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식사하지 않았지만 그곳을 다녀온 경준군의 이야기는 이렇다.

"우동을 시켰는데 중국 특유의 들큰한 육수에 가다랑이 포를 얹어낸걸 우동이라며 주더라구요.."

더 놀라운 것은 우리가 취재한 마르코 파디가 비스트로에서도 스시를 내놓는다는 점이다. 이는 비즈니스 메뉴에 일찍 눈을 뜬 쉐프 마르코의 착안과 한국에서 온 경준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경준은 스시 메뉴에 있어선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취재를 부담스러워 했는데 그도 그럴것이 경준군은 스시요리를 배운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없는 것은 둘째치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버젓이 메뉴로 팔린다는 점에 요리사로서 양심적 부담이 있다는 눈치다. 사실 새로운 것을 내놓고 싶어하는 쉐프의 의지에서 어찌어찌 하다보니 어느덧 메뉴로 굳어진 것인데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이 마르코 식당의 스시를 먹어보더라도 부족함을 느낄 맛.

식당일을 마치고 남은 재료로 급 만든 초밥. 초밥 이름은 묻지도 않고 먹었네 이런..

그것을 알기에 경준군은 부담이 더 크다. 근데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쉐프 마르코가 스시집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준비가 아니라 오픈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는게 더 정확할 듯. 이미 가게도 마련했고 스시를 만드는 기계도 경준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들여왔다. 경준은 4월에 이탈리아를 떠나니 이 사업에 관여되진 않겠지만 마르코의 도전이 아무래도 우리 눈에는 다소 무모해보이는 구석이 있다. 왜냐면 그 스시가 별로 맛이 없기 때문이다. 달고 시고 텁텁한 초밥과 빛을 잃은 생선. 그럼에도 마르코가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찾는 손님이 있기 때문.


중국음식은 어떨까? 볼로냐의 심장부인 두오모를 이어주는 큰 길 인디펜덴자 거리를 향해 문을 내건 중국식당(얼마전 까지 인근에 하나 더 있던 중국식당은 망했단다)은 식당 홀 바닥을 두터운 강화 유리로 덮고 그 아래는 돌을 깔고 물을 채워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놨다. 중국의 어느 황제가 그랬던 것 처럼의 호사를 느끼며 밥을 먹으라는 주인장의 컨셉인건데 과연 손님들이 그런 호사로움을 느낄지는 알 수 없다. 식당에 들어온 목적이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 위함이니 인테리어보단 요리가 빛을 내야 하는 법. 두 번 왔을 때마다 우리는 스프와 만두, 볶음밥과 곁들여 먹는 고기볶음 등의 요리를 주문했는데 첫 번째는 배보다는 호기심을 채우는 심정으로 먹었고 두 번째는 아주 짜게 간이 돼서 나온걸 겨우겨우 먹었다.

흔히 중국음식을 기름지다고 하는데 사실 기름진 문제보다는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특유의 들큰한 향료가 입맛의 젤 큰 부담이 아닌가 싶다. 모양면에서 우리가 먹는 튀김만두와 똑같았을 만두는 쪄서 나왔는데 고기향과 파향이 어우러진 맛을 기대했지만 전혀 예상외의 맛을 내줬으니, 만두피의 쫄깃한 식감과 찍어먹는 간장장의 맛쪽으로 혀가 집중됐다. 우리가 갖은 양념, 또는 오랜 숙성으로 고기, 특히 돼지고기의 나쁜향을 잡는다면 이집의 만두나 이탈리아의 돼지고기 요리가 갖는 공통점은 강한 향료나 허브로 향을 섞어버리는 점이 아닐까 싶다. 특별히 그맛을 즐기는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중국요리도 한국의 중국요리가 훨씬 맛있다면 너무 편협한가?)

디자인과 문양이라곤 없는 투박한 사기접시에 담겨나오는 음식 가운데 그나마 입맛에 맞는건 새우볶음밥(계란과 새우만 들었고 미원 적절히 섞었고 짜다)과 간장양념에 볶아낸 돼지고기다. 이것 역시 짠 볶음밥을 한 입 물고 짠 돼지고기 볶음을 찬으로 먹는다는 괴로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미원의 익숙한 맛(?)이 있어 그런대로 먹었다. 식사중의 즐거움이었다면 가게 구석구석을 훑어보며 내부를 어떻게 확 뜯어고치고 조명을 어떻게 하고 어떤 메뉴를 내놓을지에 대한 공상을 맘껏 즐긴 것. (혹시 우리를 식당으로 안내한 경준이 이 글을 읽으면 살짝 서운해할지 모르겠는데 경준에 대한 비판이 아니니 괜한 오해는 말기를 바라고 오히려 우리에게 큰 공부가 됐다는 점에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길. 주중에 올라갈테니 총각김치 잘 보관하거 있거라^^)

스시를 중심으로 한 낯선 아시아 요리에 대한 호기심, 건강식에 대한 관심, 높은 외식문화와 산업, 유행과 세련됨에 있어 결코 밀라노에 밀리지 않는 볼로냐, 이런점들을 미뤄볼 때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독특한 문양의 작은 간판을 단 한국식당 앞에서 근사한 한지에 적힌 메뉴판을 넘기고 있는 볼로냐 사람들이다. 흙빛 도자기에 담아낸 불고기와 색색의 전, 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쌀밥, 콩밥, 오곡밥. 그리고 모든 외국인들의 완소 순두부찌개! 여기에 사기잔에 적셔 맛보는 백세주 한 잔? 이 밖에도.. ^^  (일산 오피스텔 단지에 영어 원어민 강사들이 제법 많이 사는데 한 번은 백세주 세 병을 품에 소중히 안고가는 모습을 보고 눈이 둥그레졌던 기억이..)


경준이 우리에게 재미삼아 이런 말을 던졌다.
"일본요리는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중국 요리는 먹으면 속이 부담스럽고, 근데 한국요리는 먹으면 배부르고 속이 편하다고 해요"
듣는 입장에선 꽤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