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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orea 160409~2013. 4. 30. 16:35

지나 겨울의 강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자

노량진엔 숭어가 매일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듯 하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생선 장을 보는데

겨울엔 마땅히 쓰기 좋은 숭어가 잘 안보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 좋아져서 크기도 적당하고

가격도 괜찮은 숭어가 넘치고 있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지자 숭어 까르또쵸(종이찜) 주문이

반비례로 줄어들고 있다는..




3월 말에 겨울메뉴로 늘 내놓는 볼로녜제를 철수시켰다. 

라구 소스를 이번 다가올 겨울까지는 더 이상 안만들어도 되고

더불어 생면도 스톱이다. 

브레이크 타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 여유를 뒷마당 화단 돌보는데 쓰는 것도 작은 재미.

바질은 작은 싹을 내기 시작했고 올해는 쁘레쩨몰로도 재미로 키워보려고 한다. 

몇 가지 꼭 키우고싶은 허브가 있는데 이 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제 1순위는 커먼타임.

양재동에 가면 레몬타임만 잔뜩이고 커먼타임은 없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지만 언제나 없다.  

한 달 전에 롯데백화점 식품매장에 소량 포장돼 진열된

커먼타임과 세이지, 마조람을 보고 열광했고 좀 더 찾아보면 

종자를 구할 수 있을꺼라는 기대를 갖게 했는데

여지껏 종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커먼타임은 거의 모든 요리에 사용하기 좋은 허브이고

특히 까르또쵸와 살시챠에 넣으면 독특한 풍미를 내주는 보석같은 존재.

오픈 초기에 가락동에서 종종 구할 수 있었는데

2년 전 부턴 통 보기가 힘들다. 

   마죠람은 마지막에 부어 나가는 라구 소스에 살짝 섞어주면

역시 좋은 풍미를 선사하는 매력적인 허브지만 이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세이지는 돼지고기 요리에서 거의 빠지지 안은 허브.

허나 잘 어울릴 것 같진 않는데..




가게 앞 화단에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있다. 

'풀또기'라는 다소 촌스런 이름의 이 나무는 분홍색의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며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꽃의 하나.

작년에 꽃봉오리를 잔뜩 머금었을 때 구입해

가게 앞 화단에 심었으나 갑자기 달라진 환경,

즉 소음과 매연과 정오를 넘어서면 닿지 않는 햇살 등의 이유로

꽃도 활짝 못피우고 비실비실 거리다 지난 겨울을 맞았었다.

추위가 물러가고 남쪽에서 벚꽃 소식이 들려올 즈음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 1년새 이 혹독한 상수동에 나름 적응을 하셨는지

올해는 보란듯이 분홍색의 꽃을 활짝 터뜨려 주시면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게 기특해서 요즘엔 물도 열심히 준다. 

길쭉한 화단에 단촐하게 서 있는 이 기특한 나무가 좀 심심해 보여

뒷마당에서 키우려던 한련을 일부 떠다가 한켠에 옮겨 심었다. 

식물들에게 가게 앞과 뒤는 천국과 지옥과도 같다. 

가게 앞은 소음, 매연, 부족한 햇살로 악조건이고

뒤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일조량도 풍부하고 평화롭기 때문.

그래서 여기선 다들 잘 자란다. 

작년에 모종을 사와 심었던 한련이 이곳에서 그야말로 떠들썩한 

시절을 보냈는데 근 2달 가까이 폭죽과도 같은 꽃을 연일 터뜨렸었다. 

그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가 참 쏠쏠했었다. 

그때 받아놓은 씨를 잘 보관했다가 추위가 물러간 뒤 올해 3월에 심었고

그것들이 단 하나의 낙오도 없이 모두 싹을 틔어 나를 놀라게 했다. 

하찮은 식물과의 이런 정서적 교감은 애나 어른이나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다. 

암튼 이 가운데 몇 포기를 정성스레 떠서 지옥에 옮겨심었는데 

아기 손가락같은 작은 잎을 겨우 내놓기 시작한 이것이

혹독한 환경에 잘 적응해 작년과 같은 매력을 발산하게 될지 어떨지.. 


한련은 90세가 넘어서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으셨던 

나의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던 꽃이었다. 





지난주에 부산을 다녀왔다.

일요일 영업을 한 시간 일찍 마치고 8시40분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역시 기분좋은 여행은 피곤도 잊게 만든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래서 더 알찼던.

국제시장의 즐비한 구제가게에서 단돈 천 원짜리 티셔츠를 몇 개 샀고

유명한 부산오뎅도 두 봉다리나 샀다. (2만원어치)

남포동에서 유명하다는 씨앗호떡도 맛봤는데

씨앗호떡 관계자가 전하길 곧 홍대에서 등장할꺼라고.. (로얄티받고 전수하신 듯)

점심으로 밀면을 먹기위해 가게를 물색하다가

개금밀면으로 결정.

비록 밀가루 면이지만 밀면도 엄연히 냉면이니 반주가 빠질 수 없다. 

자고로 냉면은 '선주후면' 아니던가.

헌데 부산의 밀면집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는.. 

다행히 우리가 발딛고 선 곳이 개금시장.

주위를 몇 걸음 걷자 술 한 잔 마시기 좋은 허름한 가게 하나가 눈에 띈다.

4명이 점심햇살 드는 식당 창가에 앉아

명태전(대가리붙은 명태를 통으로 부쳐내는 독특한 스타일에 깜놀)과

부추전, 홍합탕, 세 가지를 안주삼아 C원소주 3병 격파하고 나니

개금시장이 어찌나 정겹게 느껴지던지..

알록달록 소쿠리에 소복히 쌓인 나물도 사고싶고

설탕범벅의 꽈배기도 사먹고 싶고 

갓튀긴 튀김들이 켜켜히 쌓인 떡볶이집에서 2차도 하고싶고..


정신차리고 개금밀면집에 입성.

비빔 하나와 물 3개 시켜서 후루룩 짭짭.

가격은 5천원. 개금밀면을 최근 확장공사를 해서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해졌다. 그래서 좀 실망했다는..

넓어진 홀과 벽 하나에 투사되는 오케스트라 연주 영상(이건 뭥미?)의 생경함과

선불하고 입장해서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면 '띵동'하고 쟁반에 담긴 밀면이 나오는 시스템.

혹시 잊은 손님들을 위해 남자직원이 마이크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번호를 불러준다. 

"243번 손님,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원칙은 먹고난 빈그릇도 식기반납함에 갖다놓고 나오는 시스템인데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한 부산친구는 완전 실망한 모습.

누구는 깔끔해져서 좋다고도 하겠지만

그런 변화가 싫은 이도 있다. 

음식장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맛을 최우선 가치로 얘기한다.

허나 그 맛이란 단지 혀의 감각에만 그치는 문제는 아닐뿐더러 

특히 단골이라는 특수한 사람들에겐 공간과 소품으로 확장된 '맛'의 개념을 무시해선 안된다. 

확장이나 이사를 신중히 해야하는 이유다.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건 아닌데..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4. 30. 16:52
봄바람이 쎄다. 특히 부산은 더 그런 듯. 방안의 좁은 창틈 사이로 바람이 을씨년스런 소리를 내며 빠져나가는데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버리는 느낌이다. 요즘 날씨 만큼이나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요즘..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4. 29. 14:38
부산에 내려와 있다. 사진은 지인이 작년 8월에 문을 연 카페. 홍대 주변에서 다년간 술마신 경험을 바탕으로 겁없이 문을 연 곳으로 와인바가 컨셉이지만 거진 10개월만에 호프와 커피숍, 레스토랑이 더해진 복합공간(?)으로 거듭나버렸다. 와인잔을 사이에 두고 이래저래 생각들을 나눴는데 우리로선 도움이 될 면도 있고 배울 면도 있고.. 당분간 부산에 머물며 지인을 도와 카페를 새롭게 변모시키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PS : 위치는 부산 지하철 덕천역 부근. (Tel : 051-337-5567)
Posted by dalgonaa

부산에 문 열었다는 '쿠'의 놀이터, 카페 '나무다'를 인터넷으로 검색했더니 경남공무원동호회의 카페글에 한 줄 떠있는걸 보고 잽싸게 클릭, 뭔가 단서 좀 잡아볼까 했는데 사진 다 깨져나오고 달랑 한 장 제대로 뜬다. 벽면에 전봇대 그려져있고 전깃줄 위에 새 한 마리 앉아있는 모습의 사진. 아무튼 페인트집에서 칠한 벽이 아니라 누군가 정성을 들여 나름의 감성을 옮겼다는 얘긴데 나머지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죽겠다. 부천시민이 반상회 멤버들과 함께 다녀왔다니 그 궁금증이 더 커지는 곳. 기대된다, 봄, 부산, 비린내, 와인, 사람들, 나무다.

<사진출처:http://cafe.daum.net/memory2006/I3n2/3>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