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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1 모처럼 볶음밥. 2
  2. 2009.01.21 사진으로 보는 최근 일상 4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얻은 작은 소득 하나는 볶음밥 솜씨가 늘었다는 점. 특히 찬밥 처치 곤란할 때 냉장고에 남아도는 채소 꺼내서 오종종 썰고 볶고 밥 볶아내면 근사한 한 접시가 뚝딱 완성된다. 긴 여행을 통해 새삼 볶음밥이 가진 무한한 변화와 가능성을 실감했으니..  



밥과 채소, 이들을 조화시킬 기름과 소금, 후추에 볶음밥의 성격을 규정지을 메인재료 하나만 있으면 별다른 밑반찬이 필요없는 든든하고 만만한 한끼 식사 뚝딱 완성. 생선살 떠놓고 남은게 있어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다 결국 볶음밥과 연을 지어줬다. 저 볶음밥은 숟가락과 포크, 나이프가 필요하다.


도톰하게 썬 생선으로 볶은 것이 더 먹음직 스럽다. 생선은 따로 볶아 마지막에 합쳐줘야지 첨부터 함께 볶아버리면 살 다 부서진다. 저건 숟가락만 들고 덤비면 되는 간편식. 스파클링 와인 한 잔 곁들이면 또 좋다.  내일 마지막 일요일, 비스트로의 경준도 쉬는 날인 만큼 집에서 온갖 호사스런 재료 펼쳐 놓고 요란법석 요리만들어 최후의 만찬을 즐겨야겠다. 그래봐야 삼겹살 파티?
Posted by dalgonaa

사진 정리하면서 몇 장을 골라 두서없이 올려본다. 앞으로 이렇게 두서없는 컨셉으로 밀린 사진들 좀 올릴까 하는데 호응해주면 열심히 올리겠다.


오랫만에 해먹은 볶음밥. 한국에 있을 때는 워낙 먹을게 많으니 딱히 밥 볶을 일이 없었고 호기심에 굴소스를 사다가 몇 번 볶아보고는 곧 시큰둥해졌었다. 몰타에서 시작된 볶음밥은 베로나에 머물 때 가스불을 만나면서 그 실력이 급격히 향상됐는데 요즘은 굴소스 없이 간장 약간만 있어도 왠만한 이탈리아 사람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초기엔 계란과 양파, 당근, 소시지 등 고전적인 재료가 위주였다면 요즘은 뭐든 있는대로 다 쓴다. 그 중에 젤 흥미롭고 맛도 이국적인 볶음밥은 토마토 볶음밥. 잘게 썬 프레시 토마토와 이탈리안 파슬리, 레몬이 맛의 중심을 잡는 볶음밥으로 새콤 짭짤한게 입맛을 한 바퀴 확 돌려버린다. 아직 맛본 적은 없지만 타이식당에서 주문해 먹는 파인애플 볶음밥과 그 맛이 흡사하지 않을까 싶다. 볶음밥의 관건은 밥과 팬기술. 밥은 꼬들한 찬밥이어야 하는데 그래야 요리를 마치면 밥알이 제대로 서고 알차져 입안에 넣었을 때 쫀득한 식감을 채워준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이 팬과 팬 까불기인데 웍(wok)이 있으면 좋겠지만 너무 무거지 않은 중팬만 있어도 성공. 당연히 코팅팬이어야 하며 불은 가스불이 최고. 불맛이 확 입혀지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 가정용 가스불로는 어림도 없다. 중국집 주방에서 쓰는 용광로급은 돼야..


리크라는 채소에 판체타, 즉 삼겹살 베이컨을 넣어 볶아낸 반찬. 리크(이탈리아어로는 뽀로-Porro)는 모양 자체는 대파의 큰형님 정도로 보이지만 맛이나 용도는 전혀 다르다. 매운맛은 거의 없고 파 특유의 미끄덩 거림도 전혀 없다. 반 가르면 아주 깔끔한 모양으로 떨어져 우리 기준에서 보면 맛내기용이라기 보다는 멋내기용에 가까운 채소. 베로나에 있을 때 육계장을 끓이면서 대파 대용으로 써봤는데 적어도 식감에 있어선 대파보다 훨씬 좋았다. 한국에 이탈리안 파슬리가 없으면 꽤나 절망스러울 것 같은데 리크는 없어도 뭐..

최초 공개하는 베로나의 육계장. 대파의 역할을 완벽히 재현해낸 리크의 숨은 기량도 놀랍지만 고깃살과 더불어 장국의 맛을 지탱하는 천엽의 모습, 충격적이지 않나? 베로나의 수퍼에서 저놈을 만나다니..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었다.


우리집으로 들어서는 골목의 모습. 100년 전과 달라진 모습이라면 아마 주차된 차 정도? 이런 한적한 골목이 뻬루자엔 지천이고 이보다 훨씬 매력적인 골목도 무수하니 골목길의 낭만을 밟아보고 싶은 이들은 뻬루자로 오라. 관광안내소에선 4개 코스의 골목길 지도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옆집 '애송이' 네스또레의 방에 가스배관을 설치하기 위해 며칠 전 공사가 벌어졌다. 벽을 뚫고 배관을 자르고 용접하는 등 반나절 동안 어수선 했는데 불가피하게 가스를 잠가야 해서 이날 점심을 오후 4시가 되서야 해 먹을 수 있었다. 다소 거슬리는 이웃인 네스또레지만 그간 불도 없이 지냈었다니 측은하기도 하다. 배관을 벽 따라 설치하려면 우리 집 창문을 이용해야 해서 집주인이 부탁하길래 그렇게 하라고 했다. 이틈에 다시 한 번 발코니의 창살 문제를 얘기했고 창살을 좀 더 후퇴시킨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공사로 어수선해진 틈을 타 네스또레의 방을 슬쩍 들어가 봤는데 방도 작고 주방도 작고 화장실은 더 작은 집. 짐이 많아선지 우리보다 늦게 들어왔음에도 더 오래 산 느낌이다. 책도 많고 낡은 컴퓨터와 스캐너도 보이고 제자리를 못찾은 14인치 TV가 두 사람 접시 겨우 올려놓을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팍팍한 삶이 뭍어나는 방, 그래도 녀석의 방이 매력적인건 방과 주방쪽에 난 창을 통해 드넓게 펼쳐진 움브리아와 풍광과 한낮의 햇살을 방안가득 고스란히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녀석은 발코니의 기득권을 좀 포기해도 된다.


지난 금요일, 이탈리아의 수도는 로마지만 뻬루자는 이날 하루 이탈리아의 중심지가 됐었다. 이 촌동네가 이탈리아 뉴스의 톱을 장식했던 이유는 작년 가을 무렵에 발생한 살인사건 때문이고 이날은 그 공판이 열렸던 것. COOP 수퍼마켓 옆의 낡은 나무 문이 법정 입구로 기자들이 포진해있다. 우리도 자세한 사건 내막은 모르지만 얼추 파악하기로 아만다와 라파엘로라는 젊은 연인이 치정으로 얽히면서 어떤 젊은 여성이 살해됐다는 것 정도다. 아무튼 그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이 조용한 동네가 아침부터 기자들로 북적였고 오후엔 중계차까지 대거 출동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TV에 토론 프로그램마다 이 사건을 화제로 다루는 마당이었으니 우리도 카메라 들쳐매고 붐대 들고 현장에 나갔다면 폼 꽤나 낫겠지 싶다. 어쩌면 RAI의 취재기자가 BBC나 CBS 등 외신기자를 인터뷰했던 것 처럼 우리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 먼 한국에서 여길 왜왔어?"

중계차를 보여줘야 실감날테니..

같은 날, 지평선 바로 위에 걸린 햇살이 건물의 윗부분을 때리는데 그 색감이 너무 고와 그 자리에서 멈춰 서 다리에 힘 빡 주고 한 장 철컥. 유럽분위기 좀 나나?


맛으로 시작했으니 맛으로 끝내자. (블로그 뭐 있나!) 석양 빛을 닮은 과일이 여깄다. 알투디투의 눈을 닮은 시칠리아의 명물 오렌지, 아란치아 로사. 이놈에 대해선 몰타 시절에 올린 포스팅에서 이미 한 번 올린 바 있다. 몰타에서 먹던 맛이나 이탈리아에서 먹던 맛이나 어차피 시칠리아 산이니 다를게 없고 맛은 당연히 좋다. 오렌지를 반으로 가를 때 흘러나온 붉은 과즙이 나무 도마를 벌겋게 물들일 정도로 색이 진하고 맛은 기존의 오렌지 맛에 열대의 맛이 더해져 꽤나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 싱싱한 놈 시원하게 썰어서 홍물 뚝뚝 흘려가며 먹는 것도 맛있지만 얇게 여러 장 저며서 설탕으로 맛내고 버터로 풍미를 더한 파이 위에 비단처럼 쫙 펼쳐내면 한 점 집어먹기 위한 육박전이 벌어지지 않을까. 한국에선 볼 수 없을 과일일 듯. 아~ 너도 그립겠구나!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