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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1 심야식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 8
한국 Korea 160409~2010. 5. 11. 09:47
심야식당이 인기다.
실제 식당말고 만화.
'인생 힘겨운 이들이 배도 채우고 마음도 채우고 모두
웃는 얼굴로 돌아가는 거리 한 구석의 안식처'라고 밝히는 식당.
소소한 이야기들이 푸근한 감동을 안겨주는 재미에
사람들이 조용히 열광하고 있다.
나에겐 화장실에서 읽기에 그만인 만화.
짧은 단락들이 너무 맘에 든다.

지금이야 이탈리아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언젠가 밥집을 할 생각을 나는 갖고 있다.
실제로 나는 파스타 요리 보다 밥요리를 더 좋아하고
먹는 것도 당연 밥을 최고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밥이 맛있으면 반찬이 필요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실제 나는 그 말을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홍대엔 밥집이 그닥 많지 않다.
술집이 압도적이고 다음이 카페다.
요리에 충실한 집 보다는 컨셉에만 치중한 집이 상당수고
그저 배고픈 본능을 고민없이 해결해 줄 집이 실제로 많지 않다.
그래서 홍대는 외식산업의 남다른 격전지지만
늘 허기가 지는 동네다.


아직 때도 아니고 돈도 없지만 곧 술집을 하나 내겠다고
큰소리 치는 친구가 하나 있다.
허나 이 친구는 술과 사람들만 좋아할 뿐
요리를 비롯한 모든 주방일에 서툴다.
요즘이야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자리에 없지만
우리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동안 지켜보면 그녀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나중에라도 그 능력이 갖춰질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술집을 내겠다는 의지는 높다.
평소 그녀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보자면 
나는 그 술집이 심야식당 정도의 분위기를 쏙 빼닮기를 바란다.

헌데 심야식당이라면 기본적으로 모든 요리를 척척 낼 줄 알아야 하는데..


언젠가 일을 끝내고 어느 술집에 간 적이 있다.
그곳 메뉴판에 적힌 작은 문구 하나가 시선을 끌었으니
'메뉴 외에도 주문하는 것의 재료가 있으면 만들어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던 것.
바로 만화 심야식당이 내건 방침이기도 하다.
사실 그 발상을 실제 식당이 아닌 만화가 앞질러 유포했다는 점이
못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고
바로 그점이 외로운 사람들을 열광케 하는 것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만화니까 가능한 것 아닐까?
극히 제한적인 수준일 뿐 손님들 저마다의 기호를 맞춘다면..
그건 심야식당이 아니라 김밥천국이다.


하여 어쩌면 이 친구가 동참하는 형태로 언젠가
밥집 하나를 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해보고 있다.
이런저런 치장 다 걷어내고
그저 밥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집.
여기에 찌개와 생선구이, 
그리고 청주, 또는 막걸리 한 잔 곁들여지는 집.  

주변에 배고픈 친구들만 와줘도 운영은 끄떡없지 않을까?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