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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9 미국산 공장 쇠고기

 미국산 쇠고기가 이르면 다음주 부터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여간 걱정되는게 아니다. 한국인들 가운데 쇠고기 못먹어 죽겠다고 떠든이는 아무도 없건만 경솔하기 짝이없는 지도자는 '안사먹으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말로 갈곳 잃어 창고에 쌓여있던 의심스런 고깃덩이를 들여오기로 했으니..

미국은 전 세계 쇠고기의 23%를 먹어치우는 세계 최대의 쇠고기 소비국이었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이것이 낳은 결과는 인류와 자연에게 결코 이로운게 하나도 없는데 우선 미국의 심각한 사회질병으로 떠오른 비만이 그렇고 여전히 허기진 그들을 위해 공장에서 키우는 소에 농작물 사료로도 모자라 그들을 도축하고 남은 부산물을 사료로 재가공해 다시 먹이는, 몬도가네도 이런 몬도가네가 없는 생태계의 파괴가 그렇다.

결국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대가는 광우병이라는 신종 질병으로 우리에게 공포로 다가와 있다. 들판의 목초를 뜯어먹고 살던 소가 결국은 제 동료와 식구를 사료로 먹는 지경에 까지 이른 배경에는 미국, 엄밀히 얘기하면 자본을 거머쥐 앵글로색슨계의 극단적 이기심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잡아먹는 소를 키우는 것은 아메리카의 대평원에 펼쳐진 목초도 아니요 중앙아시아의 드넓은 스텝도 아니다. 옥수수다. 어렸을 적, 간혹 TV에서 미국 옥수수 밭에서 대형 콤바인이 옥수수 낱알만 추스려 대량으로 수확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본 적이 있다. 도대체 저 많은 옥수수를 누가 먹을까 궁금하기도 했었고 옥수수죽도 못먹는 북한이라고 한때 귀가 따갑게 들었던 터라 미국은 옥수수 죽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그래서 부자나라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그럼 옥수수죽은 맛도 못보고 자랐던 우리는 뭐였지?)

적어도 미국 내에선 옥수수가, 즉 사료값이 비싸지면서 다양한 편법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예가 가관이다. 우선 성장촉진제를 비롯한 각종 첨가제를 섞는 것은 기본이고 사료에 신문지, 톱밥을 섞어 먹이는 방법은 그나마 애교로 봐준다. 공장화된 대형 비육장에선 체중을 더 빨리, 많이 불리기 위해 산업오수와 분뇨, 기름을 섞기도하고 설마 농담이겠지 싶은 것 중에는 미 농무부가 시멘트를 사료에 섞어도 안전한지 검토중이라고 하는 점도 있다.  

실제로 미국 캔자스 주립대에선 인공사료로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적당히 배합한 플라스틱 사료를 개발중이라고 한다. 이는 직접 소화되는 형태는 아니고 도축시점에 허기진 소에게 이 가짜 사료를 먹여 포만감을 준 뒤 도살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때 위에 남아 있는 가짜사료는 다시 정제해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참 기발하다 못해 악랄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문제는 끔찍한 곳에서 터졌는데 바로 소가 소를 먹는 문제다. 풀이나 뜯어 먹어야 할 소에게 옥수수를 먹이더니 급기야는 동물, 그것도 자기 종족을 먹이고 있으니 광우병 같은 문제가 안터지더라도 이건 최소한의 윤리적 차원에서라도 막았어야 할 문제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 서로를 잡아 먹는다면 어느 누가 고양이를 키울까? (모든 동물은 적어도 집 밖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지만..) 그런 사태는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에게 소를 먹이는 일은 태연스레 자행되고 있다. 소가 미치는 건 당연한 일. 다음주 쯤에 그 소가 우리 식탁위에 오른다.

아주 오랜 옛날, 소와 태양을 숭배하던 고대 로마를 기독교로 개종시킨 기독교인들은 대중들의 소에 대한 미신적 요소를 완벽하게 제거할 목적으로 악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린바 있다.  

"머리의 뿔, 갈라진 발굽 혹은 갈라진 하나의 발굽, 당나귀 귀, 무성한 털, 발톱, 이글거리는 눈, 무시무시한 이, 거대한 음경, 고약한 유황냄새가 특징인 크고 검은 험악한 형체가 악마이다"
- 447년 톨레도 공의회 -


비용을 아끼고 최대한의 높은 생산성을 거두려는 노력에 대해 세상의 모든 CEO는 '효율'이라고 이름 붙인다. 이를 위해선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CEO들의 생각이고 '효율'은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두서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부끄럽고 인정하기 힘들지만 지난 대선에서 '악마'와 손을 잡았다.  

미국산 쇠고기가 곧 시장에 풀린다. 적어도 우리 가족들이 앵글로색슨 축산 자본가들의 호주머니와 주주들의 보너스를 두둑히 할 목적으로 과학적, 윤리적 의무는 내팽개친 이들 이기심의 부산물을 기꺼이 구입하는 일이 없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그나저나 문제는 나도 모르게 섭취하게 될 그것들이 문제인데 이건 결국 정부의 몫이지만 결코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귀여운 조카녀석들이 악질 자본가들의 놀음에 희생당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보고싶지 않다.



>> 한국을 떠나기 전 인사동의 한 밥집. 이미 맛깔스러움과 건강함, 풍요와 더불어 조상의 오랜 지혜로 가득 들어찬 저 식탁 위에 굳이 파렴치한 미국축산업자들이 만들어낸 '괴물'이 올려져야 할 이유는 아무데도 없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