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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4 지중해에서 여름나기 1. 6

6월 초 까지는 문을 꼭꼭 닫고 자도 크게 덥다는 것을 못느끼다가 중순으로 접어들자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해서 하순으로 넘어오니 이제 문을 열지 않고는 못자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운 것을 못느끼던 애초에는 안방쪽 아래에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가 있어 밤에도 시끄럽거니와 먼지가 많은 이곳인 탓에 문을 꼭꼭 닫아놓고 살았는데 더위는 그런 불편함도 한가한 푸념으로 만들어 버린다.

지난 번 서울의 가족들이 보내준 물품 가운데에는 방충망도 포함돼 있었다. 이 집에는 애초부터 방충망이 설치돼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창문을 비롯해 외부로 통하는 모든 문이 여닫이 방식이어서 방충망을 설치할 수 있는 구조가 진작부터 아니다.

사실 집주인에게 방충망 공사를 부탁할까도 생각해봤으나 이곳의 주거문화가 어떤지 모르겠고 자칫 대공사가 되버리면 그 문제로 집주인과 불편한 관계가 형성될 것 같은 괜한 걱정도 되고 해서 이왕 가족들을 통해 몇 가지 물품을 받는 김에 방충망도 포함시켰던 것.

집주인인 Cassar씨는 40대 중반의 몰티즈인데 참으로 무뚝뚝한 사람이다. 전화통화 때 그걸 절실히 느낀다. 먼저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라도 건넬라치면 "문제가 뭐요?"라고 먼저 치고나온다. 그나마 그 뉘앙스가 '성가시다'라는 느낌보다는 '용건만 말해라'라는 쪽에 가까워 다행이다. 그는 전기쿠커의 고장과 수돗물 단수와 같은 사고때 마다 곧바로 사람을 보내 신속히 해결해 주곤 했다.

아무튼 본격적인 고비가 시작될 무렵에 다행히 소포가 도착해 바로 그날 방충망을 설치했다. 이제 모기의 극성으로부터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 집이 한 가지 좋은 점은 안방과 작은 방이 서로 반대편 길을 향해 있어 문을 열어놓으면 어디서 부는 바람이든 집안 전체를 통과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제법 시원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잠자기 직전, 찬물로 하는 샤워도 큰 도움이 된다. 낮아진 체온은 불면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러나 바람 한 점 없는 밤은 그것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어제가 그랬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그렇다고 아주 차지도 않다) 침대에 누우니 15분쯤 지나자 살짝 이마에 옅은 땀이 맺힌다. 결국 더위에 밤새 뒤척이던 강양은 달랑 비치 타올 한 장 깔고 그냥 맨바닥에서 자기에 이르렀다. 아침에 강양 왈 "그래도 바닥이 좀 낫다"



>> 도끼다시 바닥에 처연히 깔려있는 타올 한 장. 지난 밤 더위를 피하는 몸부림의 흔적이다. 약간 파랗게 보이는 창문 한 면이 방충망으로 채워져 있다. 저런 이상 앞으로 방충망을 철거하기 전 까지는 문을 닫지 못하는데 혹시 바람에 문이 닫힐가 싶어 손잡이 부분을 끈으로 묶어 발코니 난간에 묶어놨다.

방바닥 문화인 우리나라는 선풍기가 낮지만 침대와 테이블 문화인 이곳은 스탠드 형태다. 현재 이 집에는 선풍기가 하나밖에 없다. 안방과 작은 방에서 하나씩 사용하려면 하나가 더 필요한데 아무래도 이건 무뚝뚝한 Cassar씨에게 요청을 해야할 듯 싶다.

"이번엔 뭐가 문제요? 선풍기 사달라고?"

이제 막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 그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그러면서 살짝 두려워진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