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멸치(Anchovy)를 사다가 머리따고 내장따고 흐르는 물에 깨끗히 씻은 뒤 밀가루 가루만 입혀 기름 자작히 두른 프라이팬에 튀겨냈다. 여기에 이탈리아 샐러리를 채썰어 흩뿌리고 위에 소금도 뿌려 간을 잡은 뒤 마지막으로 레몬 한 조각을 쥐어 짜 상큼함을 입혀주면 이놈이 한 마디로 백포주 도둑놈이 된다. 뼈가 연해 씹어도 부담없고 보슬보슬한 살이 제법 기름져 육기가 아쉬울 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이 된다.

해산물이 비교적 풍부한 우리로선 멸치 정도는 그냥 우습게 보는 생선이 아닐까 싶은데 유럽으로 오면 멸치는 좀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올리브유에 차곡차곡 정갈하게 담겨 판매되거나 생물도 깨끗히 씻겨져 포장돼 판매되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염장된 안초비(이탈리아 이름은 알리치-Alici)의 경우 식탁에선 파스타와 함께 볶이거나 피자에 올려져 구워지며 생물을 즐기는 경우라면 사진처럼 튀겨먹거나 푹 고아서 뼈를 발라낸 뒤 특별한 소스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유럽은 어딜가나 해산물이 귀하고 비싸다. 하물며 이탈리아도 그렇다. 고등어의 경우 생물 기준으로 1kg에 8유로, 우리돈 14,000원이고 한국에서 가격 폭락으로 울상이라는 오징어도 비슷한 시세로 팔리고 있다. 다행히 멸치는 생물이 500gr에 3,000원 정도 하니 그게 어디냐는 심정으로 저처럼 튀겨먹고 때론 찌개를 끓여먹곤 한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