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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31 레스토랑 실내 모형작업 24
  2. 2008.12.01 진정한 유럽의 음식? Real European food? 2
  3. 2008.08.08 이태리에서의 어떤 공상 3
한국 Korea 160409~2009. 8. 31. 22:12

 

별 일 없으면 이달 중으로 계약할 상수역의 작은 가게.
지금은 철물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이고 실평수는 8평 정도.
참으로 좁은데 다행인 점 하나는 천정 뜯어내면 그나마 조금 높다.
과연 이만한 공간에서 식당이 될까 의문이지만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보니 안될 것도 없겠더라.

어제 우드락을 사다가 오늘 하루종일 문방칼과 양면테이프를 이용해 자르고 붙이고..
지난 번 미리 재 둔 공간 치수에 주방용품들의 사이즈도 그에 맞게 축소시켜
 이리저리 배치하기를 반복했고 대략 다음과 같은 시안이 나왔다.
(참 오랫만에 어른이 공작교실이었고 즐거웠다)


입구에서 본 전경

창가쪽 4인용 테이블.
2인 손님이 많을 경우 분리해서 간격을 두면 땡.

애초 4인용으로 하려다가 비좁아 3인용으로 바꿨고 테이블은 대신 2인용 보다 조금 키웠다.
뒤에 일자 테이블에는 4명이 앉아서 먹을 수 있고 주로 홀로 오거나
2명이 올 경우 권유하는 자리.

계산대 겸 노트북.



주방 모습. 오픈 키친이다. 너무 좁아 막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오른쪽 뒤에 키큰놈이 타워형 냉장고. 그 옆이 싱크대고 그 왼쪽이 식기세척기. 세워놓은 건 찬장.
모서리의 빈 공간은 뒷길로 나가는 문이 있는 자리고
옆으로 누워있는 커다란 박스는 테이블형 냉동고.
책 같은 것을 쌓아놓은 것은 요리 마무리 작업대.
그 옆은 3구짜리 버너. 그 위로 커다란 후앙이 달린다.
그리고 쌓아 놓은 건 책이 아니라 테이블형 전기식 튀김기. 좀 더 크게 해야 실물에 맞음.
오븐 놓을 자리도 다시 조합해 확보해야 하는데 정 안되면 버너 밑으로 가정용 오븐을 밀어넣거나
아니면 테이블식 오븐(광파오븐 따위)을 테이블 냉동고에 올려야 할 듯.



일자 테이블과 그 너머로 술이며 접시며 잡다한 것들을 넣어둘 장식장.
가운데 빈 공간엔 이 집의 핵심, 메뉴판이 자리한다.
 최대한 근사하게 꾸밀 생각이고 별도의 메뉴판은 없을 것.


다른 각도에서 모습.


창가쪽에 놓아 본 작업대.
작업 마치고 저녁 때엔 믹서기를 올려놓거나 각종 당장 안쓰는 요리 도구를 쌓아 놓는다.
창문자리에 있는 만큼 시각적 매력을 최대한 연출해야 하는 테이블.


홀.
제법 넓은 듯 보이지만 실제 세팅되고 사람이 들어서면 정말 좁을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
좁은 느낌이 들지 않도록 아늑하게 꾸며야 하는데 계속 머리를 쥐어 짜는 수 밖에 없고
생맥주 할 경우 통이 들어갈 자리도 다시 마련해야 하고 여분의 통을 보관한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생맥주 뿐 아니라 이런저런 물건들을 수납할 듬직한 공간이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
주방 뒷문으로 나가면 철물점에서 현재 불법으로 사용중인 가건물 식의 작고 엉성한 창고가 있지만
값 안나가는 물건만 쌓아놓는 자리로나 쓰지 그 이상은 아니다.
아무래도 좁아 터진 홀에 박스들이 쌓일 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컨셉이라면 컨셉이지만..

Posted by dalgonaa

여행하다 보면 굶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하다 굶으면 그런가보다 하지만 여행하다가 굶으면 어쩐지 처량해짐을 느끼곤 하는데, 굶고 다니지 마세요~. 많은 여행자들이 유럽에 식당이 없어서 굶는 건 물론 아니다. 하나같이 비싸고 때론 뭘 어떻게 주문해 먹어야 할지를 잘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모험가들은 이럴 때 더욱 용기를 발휘해 낯선 레스토랑 문을 박차고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는 적잖은 이들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맥도날드의 유리문을 연다. 

그러나 여행자의 식단이 이렇게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만은 아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먹거리가 있은데.. 아무렴. 레스토랑과 맥도날드의 문화적 이질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에게 가장 만만하게 다가오는 먹거리가 바로 케밥이 아닐까. 완전 현지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량 매뉴얼로 만드는 영혼없는 음식도 아니고, 어딘가 어정쩡하지만 분명 이색적인 문화임엔 틀림없는 먹거리. 

지난 달 밀라노를 갔을 때 두오모를 물어물어 찾아가던 중 간단히 먹자해서 찾은 케밥집. 레스토랑의 깨알같은 메뉴판이 아닌 큼직하고 시뻘건 글씨와 음식 사진까지 곁들여 벽면에 붙여놓은 모습에 식욕이 요동치고 산처럼 쌓인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모습에선 적어도 이 순간은 야만인이 되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킨다. 쫀쫀한 또띠야에 양파, 토마토, 이탈리안 파슬리를 올리브유와 비네거로 버무린 샐러드를 얹고 그 위에 얇지만 넉넉히 저며낸 닭고기 케밥을 얹었다. 호일을 벗겨 한 입 베어물면.. 주루룩 옷에 떨어지는 새콤한 샐러드 국물만 조심하면 행복감을 맛보는건 어렵지 않다. 케밥을 먹을 때야 '진정 유럽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왜인지..


작아 보이지만 먹고 나면 제법 속이 든든하다.

 
앞서 케밥이 좀 허전할까 싶어 푸짐한 놈으로 한 장 더. 접시에 리소(쌀밥)와 함께 먹는 케밥. 가격은 먼저 케밥이 5유로, 접시 케밥이 5,5유로. 요즘 환율로 보면 저 두 개에 배추 두 장, 다 잊고 맛있게 먹자.
Posted by dalgonaa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일어나 시리얼을 하나 부어 먹고 신김치 한 조각으로 입가심을 하고 학원 가기까지 남은 40분 동안 밤새 다운받고 있는 '식객' 열한번째 편을 다운받은 지점까지 봤다. 그리고 잠깐의 망설임 끝에 인터넷을 눌러보니 달고나의 방문횟수가 놀랍게도 1만을 넘어섰고 포털을 누르니 KBS 사장 해임소식이 톱을 장식한다. 잠시 밑으로 밀려난 올림픽 소식은 그러나 곧 톱으로 올라와 앞으로 2주간은 모든 정치적 이슈를 먹어 치우겠지만..

학원엘 가려면 늦어도 8시 20분에는 씻어야 하는데 8시 10분 쯤 강양에게 "오늘은 그냥 좀 쉴래"하고 말했다. '무슨소리야, 빨리 씻어'라고 완강하게 나왔다면 주섬주섬 일어나 씻으러 갔겠지만 그녀의 반응은 "10월에 어디로 갈지 구상이나 해놔"라며 차분하게 반응했다. 아마도 현재 김군반의 강사가 형편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김군의 마음을 헤아린 것일 수도 있고 자신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향후 행선지에 대해 그녀의 주문대로 결정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거실 창을 등지고 앉아 있자니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등짝을 시원하게 문지르고 지나가는 느낌이 좋은 아침이다. 한국소식을 끊고 지낸다면 더없이 좋은 아침이겠지만 불행히도 그럴 순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뭐 아침부터 머리 지끈거리는 얘길하려는건 아니고.



>> 강양과 식사를 즐기는 엘리자베타. 초점이 뒤에가서 맞았는데 오히려 이 사진이 나은 듯.

요 며칠 강양은 엘리자베타와 붙어 다닌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가 됐던 이태리의 베로나에서 온 그녀는 책 만드는 일을 하는 45살 이태리 북부 여성이다. 영어도 제법 잘하고 아는 것도 많고 세상에 대한 관심도 많아 강양과 그 호흡이 잘 맞는다. 며칠 전엔 김군은 쏙 빼놓고 두 사람만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1인당 30유로, 거의 5만원에 육박하는 식사를 즐기기도 했다.

뭐 먹고 얼마 썼냐를 꼬치꼬치 캐묻는 김군의 질문에 강양은 "이제 이태리 북부 가서 미아될 일은 없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이태리의 거점 하나가 생긴 것이다. 눈치챘겠지만 우리가 외국친구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늘 이런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집에라도 초대해 없는 재료로 나름 근사한 요리를 대접하는 것은 그런 의도가 노골화된 것일 뿐 ㅋㅋ.

엘리자베타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바빠서 집에서 요리해먹을 시간이 없어 주로 외식을 즐기는 탓에 일반적인 이태리 사람들과 자신은 조금 다르다고 자평한다. 집에서, 가능하다면 엄마가 해주는 저녁을 먹는 것이 이태리 사람들의 일반적인 식사풍경이라면 자신의 생활을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것. 그러면서 그녀 왈 "우리 오빠 내외가 곧 50살이 돼. 하지만 여전히 매주 한 번은 엄마집에 가서 엄마의 요리를 먹지. 잘 들어, 매 월이 아니라 매 주야"



>> 홍합과 조개 볶음. 그러나 어패류의 맛과 신선도에 있어서 한국의 품질을 따라올 것이 있을까?

마침 강양 수업시간에 '5년 후 나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강양은 이에 대해 "아마 작은 식당을 개업해 운영하고 있을테고 자신은 홀에서, 남자친구는 주방에서 일하고 있을꺼다"라고 말했단다. 이에 대해 엘리자베타는 "그때 쯤엔 나도 지금 하는 일은 그만두고 수 처럼('수'는 강양의 영어 이름)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며 여유있게 살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그러자 이번엔 강양반의 또다른 이태리 친구인 알레산드라가 거들고 나섰다.

"수가 만약 한국에서 성공한다면 이태리 브랜치는 내가 맡겠다"라는 것. 컨설팅이 직업인 그녀는 그러면서 식당의 컨셉도 바로 공표했는데 '젋어지고 싶다면 한국인 '수'처럼 먹어라'. 40을 바라보는 나이의 강양 젊은 얼굴을 보고 강양반 모든 친구들이 '경악'했고 그 비결이 '한국음식 탓이다'라고 한 마디 툭 던진 것이 만들어낸 재미난 결과다.

이 모든, 시시껄렁 뜬구름 같은 얘기를 듣고 나선 한숨을 길게 뽑았지만 그냥 흘려보내기가 왠지 아깝다. 관광객과 예술품이 차고 넘치는 피렌체에서 밥장사를 하는 것도 제법 그럴싸 하겠지? 특히 요즘처럼 한국이라는 나라가 절망적으로 변해가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럼 제주도는 어쩌지?.. 공상처럼 친환경적, 평화적, 그리고 의외로 생산적인 놀이도 없다 ^^)



>> 보기만 해도 턱근육을 뻐근하게 만드는 저 놈. 다른 모든 상징을 떠나서 이 친구가 다른 입맛의 사람들에게도 환영을 받을까? 미디어에선 그렇다고 하는데 난 도무지 미디어를 믿지 못하겠으니..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