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9.28 누군가의 겨울
  2. 2010.05.19 멸치 4
  3. 2010.03.22 봄맞을 준비 11
  4. 2009.12.17 연어 타르타르 25
한국 Korea 160409~2013. 9. 28. 16:02

오래 전 포스팅이 걸려있는 블로그. 

늘 맘 한구석이 불편하고 거슬리고 마냥 숙제 미루는 못된 아이가 된 느낌.

오늘은 그 숙제를 좀 풀어야겠다.

그리고..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좀 성실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늘 하는 다짐이지만..


그럼 시작. 



***



바야흐로 가을. 

뒷마당에 봄에 심었던 모든 풀떼기들이 서서히 잎을 떨구거나 앙상해져가기 시작했다. 

여름못지 않은 뜨거운 햇살의 양분도,

뿌리까지 닿아라 열심히 물을 뿌려주는 정성도 이제 더 이상은 소용이 없다. 

그리고 조용히 깨닫는다. 

'곧 겨울이 오겠구만!'



이미 마음적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진O상회(익명처리)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집이다.

주로 민어, 병어 등의 고급 생선은 물론 대중적인 고등어, 삼치 

그리고 오징어도 취급하는데 우리는 이 집에서 오징어를 규칙적으로 구입해왔고 

때론 삼치나 고등어를 우리먹을 밥반찬 용으로 조금씩 사곤 한다.  

헌데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후유증이 바다건너 이곳 진O상회에까지 닿고 말았으니..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외면으로 이집 매출이 예전같지 않은 것이다. 


얼마 전, 노량진에 가리비 파동이 닥쳤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가리비가 수입이 금지되면서 중국산 가리비의 물량 사재기가 겹치자

시장에서 가리비가 종적으로 감춰버린 것이다. 물론 잠시였지만 우리는 이 사건을 거치면서

메뉴에서 '후루띠 디 마레'를 당분간 메뉴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조개를 비롯해 새우, 오징어, 가리비 등 해산물이 풍부하게 들어가는 이 메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날로 예민해지는 것을 마냥 모른 척 할 수는 없었기 때문. 



상황이 이렇게 되니 오징어를 쓸 일이 없어졌고 결국 진O상회를 찾는 우리의 발길도 뜸해져버렸다.

십여미터 떨어져있는 조개집은 매일 가다시피 하는데 이 집은 그렇질 못하니 마음 한 켠에 

부채가 쌓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이 집 사장님 내외는 얼마나 친절한가 말이다.

솔질히 아저씨는 친절하긴 해도 괜히 덤을 주거나 하는 일은 극히 드문 반면 

아주머니는 아저씨 눈치를 살짝 본 뒤 내게 언제나 덤을 챙겨준다. 



추석을 몇 일 앞둔 어느날, 작은 추석선물을 담은 쇼핑백을 들고 가게를 찾았다. 

오징어도 모처럼 구입하고 선물도 건네며 인사를 나눴다. 

으례 해왔듯이 건네는 선물이었고 으례 그렇듯 손사레를 치며 겸연쩍게 선물을 받으셨다.

아주머니는 "그래도 추석은 추석인가봐, 요즘은 고등어도 좀 나가네" 하신다. 



방사능 공포의 긴 터널은 과연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당국자들, 듣고있나?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0. 5. 19. 16:49
이탈리아 뻬루자에 있을 때 멸치를 이용한 파스타를 자주 해먹었었다.
정확히 말하면 절인 멸치, 즉 아치우게 파스타다.
이탈리아에선 멸치를 두 가지 이름으로 부르는데
알리치(Alici)는 생멸치고
아치우게(Aciughe)는 절인 멸치를 지칭한다.
영어로는 안초비(Anchovy).

아무튼 너무 즐겨 해먹던 파스타라 식당메뉴로 꼭 넣겠다고
다짐했었고 식당을 연 후 몇 개월이 지나 아치우게는 메뉴에 등장하게 됐다.
지금은 토마토 소스를 바탕으로 한 메뉴지만
6월부터는 토마토를 뺀 맛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몇몇 지인들에게 반응을 테스트했는데 모두 좋다고 한다.
멸치는 사철 나겠지만 서울에서 생멸치를 구경하기는 쉽지 않다.
노량진에도 4월부터 7월까지만 생멸치가 올라온다고 하니
그 사이에 필요한 만큼 멸치를 사다가 절이는 작업을 해야한다.
주로 추자도와 부산 기장에서 잡아 올린 것들로
추자도는 생멸치가 그대로 올라오고 부산 기장은 배에서 잡아올린 것들을
바로 냉동시켜 노량진까지 올려 보낸단다.
추자멸치는 씨알이 좀 작고 기장 멸치는 씨알이 굵다.
우리는 기장멸치를 쓰고 있다.

멸치를 구입하시는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들은 10킬로씩 사다가
소금을 들이부어 멸치젓갈을 만들지만 우리경우는
멸치를 사다가 일일히 머리,내장,뼈를 발라내어
살만 차곡차곡 쌓가며 소금에 절인다.
서양식 멸치절임이란 이런 식인 셈인데
그 수고가 장난이 아니다.


그런탓에 이탈리아에서 아주 작은 병조림에 든 절인 멸치의 가격이
꽤나 비쌌고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니었다.
베로나에 있을 당시엔 마침 수퍼에 진열된 생멸치를 잔뜩 사다가
아예 멸치를 절여 먹기도 했는데 그 맛이 더 좋았다.

적어도 우리 가게에서 멸치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무게에 눌린 멸치들은 곧 내장이 터져 곧 신선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추자도 멸치는 그런점에서 우리에게 불리하다.
오히려 급냉시켜 살이 단단해서 올라오는 기장멸치가
신선도가 좋고 작업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오늘 노량진에서 10킬로를 사왔고 점심영업이 끝난 후 부지런히 손질해
3킬로 가량 작업을 마쳤다.
이정도 양이면 한달은 너끈히 버틸 수 있다.

소금에 절인 멸치는 곧 물이 생기는데
충분히 베어나왔다 싶으면 이놈들을 요령껏 탈수한 뒤
깨끗한 용기에 다시 차곡차곡 담아 올리브오일을 듬뿍 부으면
그걸로 작업은 마무리가 된다.
우리가 이탈리아에서 즐겨먹었던 그 맛은
6월부터 본격 선보일 예정이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0. 3. 22. 12:08
달력에 의하면 봄이 왔지만 
실제는 겨울이 그 자리를 냉큼 내주지를 않는 듯 싶다.
꽃샘추위, 참 잘지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부쩍드는 요즘.
그래도 가게 앞 화단에는 어느새 연두빛의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물도 잘 안주는 게으르고 못된 주인의 손길 아래서도 잘 자라고 있었구먼. 

봄맞이를 위해 몇 가지 준비를 해야겠다. 
추운 겨울을 붉은 빛으로 데펴줬던 식탁보를 걷어내고 
4월에는 산뜻함이 묻어나는 식탁보로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동대문 원단시장을 돌아야하고 잘 어울릴 색감과 디자인의 
원단을 골라 박음질 해야한다. 

10일 전 부터 주방에 부분적으로 결합해 일을 도와주고 있는 공감독이 
최근 옷만들기를 배우고 있다면서 봉재라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 많은 걸 혼자 해치우기는 힘들테니 재미삼아 해보라고
몇 장 정도는 맡겨보려 한다. 

새순을 내고 있는 가게 앞 화단의 나무를 뽑아 뒤로 옮겨심고
그 자리에는 봄꽃을 심어보려 한다. 
요즘 화원에 봄 한 철 피고 지는 예쁜 꽃화분이 
가격도 저렴하게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이놈을 심어 꾸미면
색색의 꽃에 가게 손님은 물론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도 기분이 밝아질 것 같다.


+++


가게 뒤편 주차장에 노는 공간이 제법 많은데 
이곳에 화단을 만들어 허브를 심고 키워볼까 한다. 
바질 정도는 요리할 때 마다 그때그때 뜯어 쓰면 편할 뿐 아니라 싱싱한
상태로 요리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바질 얘기가 나와선데 요즘 바질 값이 100그램에 2만원이다.
기가 막힐 지경으로 값이 올라 바질의 대량 구입을 중단했고
숭어 가르파쵸의 드레싱 양념에 필요한 소량을 제외하곤
몇 가지 해산물 파스타 요리에서 바질을 빼고 있다.

대개 그렇듯 바질도 여름 작물이어서 겨울에는 자라지를 못한다.
특히 이번 겨울이 유독 추웠고 폭설도 많았고
무엇보다 비닐하우스의 난방비가 크게 올라
남는게 없다고  판단한 바질 농가(얼마 있지도 않지만)가 재배를 접으면서
공급량이 급감해 가격폭등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며칠 전 가락동 시장을 돌다 바질을 취급하는 몇 집 가운데 한 집이
100그램에 1만6천원에 준다고 했으니 이문이 좀 줄더라도
이 집에서 조금씩 구입해 써야겠다. 
일부 요리에서 빼자니 아무래도 좀 찜찜하다. 


봄 요리도 고민중인데 요건 가게에서.


+++


장을 볼 때 하루에 많게는 5곳을 돌기도 한다.
지난 주 쯤인가가 그랬는데 부족한 접시를 구입하기 위해 황학동 
주방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양평점 코스트코, 마포 농수산물 시장,
그리고 망원시장의 정육점까지. 
이들 모두는 이제 달고나 운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 되었고 
이들과의 긴밀한 생존의 끈은 느슨해질 틈이 잠시도 없다.
최근엔 폭등한 채소와 허브 가격으로 가락동 시장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퀴즈 하나.
이곳 가운데서 김군이 가장 장보기 싫어하는 곳은 어디일까?
 
어디보자...
질척거리는 바닥이 영 못마땅한 노량진?
차와 사람과 주방기물이 한데로 뒤엉키는 황학동 주방거리?
한 바탕 주차전쟁을 치뤄야하는 코스트코?
은근히 값이 비싼 마포?
아니면 전문성 떨어지는 망원시장?
어딜까?
ㅋㅋ


답은 코스트코.
이유를 간단히만 설명하자면
이곳에만 들어서면 내가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품'에 선택되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곳은 똑똑한 소비자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그렇다고 착각하는 몽롱한 소비자들이 마차같은
카트를 밀고 열심히 물건을 주워담는 곳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런 대열에 속한 언젠가 구제되어야 할 소비자고. 


가장 재밌는 시장은 황학동 주방거리다.
이 가운데 시간 날때마다 찾는 한영주방(중고그릇가게) 
그릇가게면서 동시에 희귀 골동품가게 같은 곳이어서
 이곳에 쌓여 있는 손때, 기름때 뭍은 그릇과 집기들 사이에 파뭍혀 있다보면
어릴적 다락방에서 보물을 찾기위해 먼지를 죄 뒤집어썼던
그때의 재미가 어느새 솔솔 묻어난다.
비록 그릇가게지만 어른들의 어릴적 모험심과 탐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작은 공간이랄까?


망원시장은 잘 닦여진 재래시장의 보기가운데 하나이면서 
지역의 소규모 경제 생태계가 자리를 잡은 곳이니 좋고
무엇보다 맛있는 파김치를 파는 반찬가게가 있어 좋다.

노량진은 애초 점심장사를 마치고 오후에 방문하곤 했는데
 언젠가 새벽시장을 다녀온 뒤 그 매력에 흠뻑 취해 여건이 되면,
가끔은 무리를 해서라도 새벽시장에 나가곤 한다.



+++


매주 하루는 쉬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힘들어서.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가게를 쉴까 하는데
양일간의 결정을 미루고 일단은 월요일에 쉬고 있다.
해서 오늘은 가게 문을 닫고 그간 못챙긴 것들은 하나씩 정리해가려 한다.
가게문을 닫는다고 해서 가게에 안나가는건 아니다.
오늘 나가서 이번 주 쓸 육수를 끓여야 한다.
에휴..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12. 17. 22:16
춥다.
눈이 온것도 아니건만 노량진 수산시장 앞 주차장 바닥은 폭설이 내린 마냥
두텁게 얼음이 쌓였다.
질척거리는 길 위로 사람은 자취를 감추고 냉동 탑차들만 즐비하다.
어찌나 추운지..

시장 안에도 손님보단 상인들의 수가 더 많다.
발을 종종 거리며 부지런히 장을 봤다.
바지락, 가리비, 오징어, 홍합,
그리고 눈독만 들이며 그 앞을 두 번 지나친 끝에
결국 문어를 샀다.
동해 피문어.
문어맛의 절정이라며 상인은 긴 말이 필요없단다.
그 문어를 못알아보는 손님은 취급도 안하겠다는 고집같은게 느껴졌으니
그냥 지나치면 내가 바보되는 것 같은 느낌.
안 살 수가 없다.
그 할머니 장사 잘 하시네..
완도산 문어는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동해 문어는 잘 없다.
파도가 높으면 배가 뜨질 않아 문어잡기가 힘들다는데
아무래도 동해가 좀 더 혹독하단다.

쏙가재는 아무리 뒤져도 보이질 않는다.
설사 있더라도 묵은 놈일 가능성이 크다.

어제 연어를 사와 내부적으로 메뉴 테스팅을 했다.
구워도 보고 무쳐도 봤는데..
오늘 결국 메뉴로 등장시킨 요리는 연어 타르타르.

볼로냐의 마르코 파디가가 한창 만들어 재미봤던 메뉴.
샐러드에 쓰는 비니그렛 소스에 몇 가지 비법(^^) 양념을 더 첨가해
채소를 얹어내는 요리.
전채로 즐기기에 좋고 한 접시 놓고 화이트 와인 천천히 홀짝이며 안주삼기도 좋다.



맛나니 와서 드시라.
냠냠



 
아, 하나 더.
결국 어제 태운 라구소스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몽땅 폐기처분.
2kg 분량 남은 돼지고기를 몽땅 넣고 오늘 보글보글 새로 끓였다.
오늘 밤 9시부터 다시 딸리아뗄레 알 라구 볼로네제가 부활했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