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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3 라바트리체 Lavatrice 4
 우리가 집을 계약하면서 주인에게 요구한 조건은 텔레비전과 세탁기를 놔달라는 것이었다. 금요일 입주할 때 텔레비전은 이미 설치가 돼 있었고 세탁기는 며칠 안으로 놔주겠다고 약속했다. 14인치 텔레비전이지만 집이 작으니 화면이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신호가 않좋아 화면이 엄청 자글거리는데 특히 요리프로그램 볼 때 마다 병이 날 지경이다. 무슨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안테나에 철사를 묶어서 발코니의 난간 앵글에 접지시켜볼까?..

그리고 지난 토요일 저녁, 한창 밥을 짓고 있는데 벨이 울려 깜짝놀랐다. 일산에 살 때도 난데없이 초인종이 울리면 깜짝 놀라곤 했는데 낯선 타국에 와선 그 증상이 더 심해졌다. 여튼 화장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집주인이다. 집에 올라와서 뭐라고 얘기하는데 '라바트리체'라는 말만 알아듣겠다. 바로 세탁기다. 무겁게 드는 시늉을 하는걸 보니 이 시간에 가지고 온 모양이다. 따라 내려갔고 차에 실려 있는 세탁기를 내렸다.
"어라? 쌔거네?"

포장도 안뜯은 드럼 세탁기다. 감탄이 밀려온다. 오호.. 근데 집주인 참 엉뚱하다. 계약에 앞서 별것도 아닌 침대 시트와 담요 좀 놔달라고 했더니 그건 끝까지 못(사)준다고 버티더니만 세탁기는 중고품도 많을 텐데 완전 새제품을 사주다니.. 아무튼 베로나에 머물 때 동전세탁기를 이용하는 비용이 만만찮았는데 딴딴한 저 모습을 보니 든든하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 아침 일찍 집앞 가게에서 세제를 사다가 밀린 빨래를 돌렸다. 빨래만 세탁되는게 아니라 밀린 빨래로 답답했던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겨나가는 기분에 콧노래가 절로..


빨래하는 것 까진 좋았는데 한 가지 낭패가 있다. 발코니의 빨래줄에 빨래를 널었더니 아랫쪽 집의 벽난로 굴뚝에서 장작 타는 연기가 퍼져 냄새가 베어버리는 것이다. 이럴수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