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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0 아주 느린 겨울로의 걸음 4
아침에 눈을 뜨고 문득 벽에 걸린 에어컨의 숫자를 보니 19. 실내 온도를 나타내는 숫자인데 대략 엊그제 정도만 해도 아침에 눈뜨면 20이라고 표시했던 것 같고 그 보다 훨씬 전에는 24라고 표시했던 것도 본 기억이 있으니 날이 지날수록 기온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얘기되겠다. 오늘 아침엔 저 숫자를 가만히 쳐다보다 문득 '그리고 보니 이 비싼 집에 머물면서 저 에어컨은 한 번도 사용을 안해보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이란 피해의식이 만들어낸 본전심리.  

근데 과연 저 온도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집안은 서늘하다. 그럼에도 히터는 아직도 작동을 안하고 있다. 집을 관리하는 데이비드에게 물어봐야 하나 싶다가도 그냥 견딜만 하니까 참고는 있는데 에어컨을 보며 떠오른 본전심리가 정작 요구해야 할 상황에선 굼뜨기만 한 이유가 뭔지 원..

남부쪽으로 내려갈 계획이고 그래서 요 며칠 이에 대한 논의를 숙의중이다. 요즘은 주로 하는 일이란게 이탈리아어 공부인데 이 비싼 집에서 웅크리고 있느니 좀 더 싸고 좋은 집이 있는 동네로 내려가 그곳에서 천방지축 움직이며 공부할까 해서다. 비단 그 이유만은 아니고 이탈리아의 투박한 요리, 거기에 깃든 삶을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 보기 위해서도 깍쟁이같은 북부보단 순박한(그렇게, 또는 그렇기를 믿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계획상으로도 맞기 때문이기도 하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