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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30 끼니해결 11
카테고리 없음2010. 4. 30. 08:27
남의 끼니를 해결해 주는 것엔 어느정도 솜씨가 붙었지만
정작 나 자신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루 2 끼니지만 오늘은 뭘 먹을까 하는 고민은
봄철 신메뉴를 고민하는 것 보다도 어려운 일인 듯.

해답을 얻기위해 함께 일하는
송이(휴학중인 대학생으로 처음 일하는 주방이지만 똑부러지게 일을 잘한다)에게
물어보지만 대답을 언제다 한결같다.

"글쎄요......................"

어제도 미처 저녁을 못먹고 일을 마친 뒤
가게를 나서면서 뭘 먹을까 고민을 시작했다.
일단 차부터 타고 목적지없이 길을 나서 홍대 주변을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며
창 너머로 불켜진 가게들을 살폈다.
역시 홍대는 밥집은 별로 없고 순 술집뿐이다.
설사 밥집이 반갑게 눈에 띄어도 밤 11시가 다 된 시간은
영업을 마치고 문을 굳게 닫았다.
라멘으로 주변을 평정한 하카다 분코를 지나면서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 문을 닫고 내부 정리중인 직원들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에휴.. 그럼 김밥천국이나 아니면 어제먹은 순대국집에 또 가야 하는걸까..
하는데 바로그때 <게이와 품절남>이 떠올랐다.

바로 어제 같은 날,
점심에 두 명의 젊은 남녀가 귀여운 폭스바겐 미니밴을 타고
우리가게 앞에서 문열기만을 기다리다
후다닥 파스타 두 접시를 먹고 갔다.
마지막에 떠나면서
"우리도 근처에서 비슷한 장사해요"
라고 하는데 어디시냐 물으니
바로 <게이와 품절남>이란다.

그곳에서 왔다는 것도 살짝 놀라웠지만
소속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것이 내겐 더 놀라웠다. 
흥망이 빈번하는 이 업계에서 왠만하면 자신에 관한 것들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심리가 사람들에겐 깔려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속이 좁은건가 싶다. 
 
아무튼 우리가게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호기심 땡기는 가게들이
몇 군데 생겼고 그 가운데 하나가 이곳이었는데 마침 그곳의 싸장님들이
친히 우리 가게를 방문했으니
선린우호 차원에서 안가볼 수가 없다.
허나 <게이와 품절남>은 술집.
언젠가 술마실 날로 미뤄뒀던 방문이라 살짝 망설이긴 했는데
송이가 은근히 적극적이어서 까짓거 오늘 치루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살짝 비틀어져 안으로 길게 뻗은 실내가 퍽 매력적이다.
어두침침하지만 테이블 위로 떨어지는 조명은 밝아서 나름 분위기 좋고..
인테리어 마감은 나름 고급스럽고(적어도 내겐)
선술집풍의 간이의자와의 조화가 편하게 느껴진다.
(시시콜콜 감상을 적기에 지금 내게 시간이 많지 않다. 어여 씻고 노량진으로!)

아무튼 이날 우리는
막걸리와 통골뱅이 안주(작은 것 1만원), 통골뱅이 하나가 들어간 너구리 라면(4천원),
날치알이 들어간 계란말이(1만원)을 각각 시켜먹고 수다좀 떨다가 나왔다.
배는 불렀고 모처럼 퇴근후의 여유와 낭만을 즐겼다고나 할까? 
100미터 이내에 언제든 사람들과 즐겁게 어우러질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다는 점에서
홍대는 역시 매력적인 곳이라는..
(홍대의 진수인 '클럽'은 머리 빠져가는 아저씨에겐 닿지 않을 꿈이지만.. 흑)

참고로 <게이와 품절남>에서 게이는 오리무중이지만
우리 가게에서 밥을 먹고 간 친구는 품절남이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