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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31 김치의 힘? (마무리) 5




김치가 말했다.

"나 없이 잘 들 살았냐? 외국물 먹으니 좋다고 떠들더니만 이제 나 없이도 살것제? 하긴 내가 뭔 힘이 있간디.. 지지리도 못생겨서 냄새나 피우고 사람 망신이나 주고 당기는 내가 반가울리가 없겠제.. 그냥 어찌 지내나 구경 한 번 온거시여. 아따~ 몰타 날씨 좋구만. 그럼 계속 들 살아 보드라고, 난 이제 갈랑께.."

"아따 형님 뭔 섭섭한 소리를 그리 다 하씨요?.. 형님 그리움에 밤을 지샌 적이 한 두 밤이 아닝게로.. 퍼뜩 엉덩이 붙이고 앉으씨요. 아따 밖에 뭐하드냐? 언능 형님에게 무화과 실한 놈으로 꼭 짜서 주스 한 사발 드리라잉.. 그나저나 먼길 오시느라 고생했소. 아따 형님 냄새가 장난이 아니구마이.."

"좀 심하제? 어쩌간디? 태생이 이꼬라지로 나부렀는걸.."

"아따 그래도 반갑소잉~ 하기사 형님은 냄새가 좀 나야지라.. 거 며칠 전 독일 베를린이라고, 형님 들어보셨는가 모르겄는디, 아무튼 거기서 온 쬐만한 꼬맹이가 있었는디 난 당최 못알아 보겠소.. 아니 어찌 형님의 탈을 쓰고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요?"

"깡통애 든 아 갸 말하는갑네. 갸는 어쩔 수 없으이. 그래도 그 꼬맹이라도 만나는게 반갑다는 사람 세상에 널렸제. 미원에 푹 담기고 뭣 보댐도 가열을 해서 김치찌게마냥 홀라당 익혔뿔고.. 그게 장기보관땀시로 그런다제? 불쌍한 아이여.. 쯧쯧.. 그나저나 내는 소식도 없고 해서 몰타 사람 다 돼부렀는가 싶었제. 몸은 깜둥이가 다 돼부렀구먼. 여기 햇살이 그리 따가운당가?"

"말 마씨요. 딱 한 시간만 홀딱 벗고 누우면 씨뻘겋게 익업뿌린당께요. 형님도 조심하씨요. 그나 형님은 물 못들어가시겄네. 하기사 비싼 형님이 그깟 짠물에 몸 담그실 일 뭐 있간디요? 내 이미 형님 위해 좋은 물 구해놨소. 형님 멸치랑 친하시제? 내 금마도 불러놨응께 오손도손 얘기나 나눔시로 피로나 푸씨요. 밖에 뭐하드냐? 언능 형님 물 올려라잉~"

"아따 우리 동상 철저하구마잉, 이봐 동상, 자네 알제? 난 뜨거~운 것이 좋당께로~"



"흐미.. 피로가 다 풀린당께로.. 거 비행기란거 탈 것이 못돼부러.. 동상 뭐하는가? 자네도 들어오지 않고?"

"아따 형님, 지는 밥상 차려야지라.. 형님 오랫만에 보니 동상 맘이 참 기쁘요. 그럼 푹 쉬씨요~"


(깜둥이 - 흑인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비속어의 하나. 하지만 본문에선 그 의도와 관계없음^^)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