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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3 김밥은 된다 3
  2. 2008.07.27 몰타에서 성공할 음식 몇 가지

지난 주말은 월요일이 마침 몰타의 승전기념일이어서(뭘 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3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였다. 금요일 와인파티를 즐긴 뒤 마침 그곳에서 만난 카리나와 그녀의 남자친구 드가강을 일요일에 집으로 초대했는데 단 두 사람만 부르기엔 단촐할 듯 싶어 이참에 김군의 반 친구들도 초대를 했다. 저녁 7시부터 마시고 놀기 시작한 자리는 와인 9병과 맥주 3캔을 비운 뒤 새벽 3시가 가까이 되서야 끝이 났다.



독일,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러시아, 일본.. 국적도 다양하다. (왼편의 남녀가 카리나와 드가강. 이들의 나이차는 18세. 드가강은 유고가 고향이지만 몇 년 전 가족들과 함께 독일로 완전히 이민을 와버렸다. 지금은 독일에서 페인트 마이스터가 되기위해 공부하고 있고 1년만 더 하면 될 것 같다고..)

아무튼 김군의 반 친구들 중 연락이 닿지않아 오지못한 친구들이 있었고 후에 파티 얘기를 듣고는 살짝 실망의 기색이 엿보여 그게 걸렸었는데 공교롭게도 딱 그 친구들이 이번 주말에 걸쳐 모두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 가운데 일본에서 온 미즈키는 지난 파티에 등장한 한국음식을 먹지 못한 것을 두고 크게 안타까워 했으니 그녀(그래봐야 20살 갓 넘긴 학생이다)를 위해서, 그리고 이들 모두를 위해 작은 작별선물을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은 다름아닌 김밥.







목요일 밤에 미리 밥을 짓고 속에 들어갈 계란과 채소도 미리 부치고 볶아뒀으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 김만 말면 그만이다. 마침 K-mart에 단무지가 들어와 진작에 5개를 사다놓은 것이 있어 그것이 김밥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시금치를 대신하는 오이가 녹색을 표현하는데 다소 한계가 있는 듯 해서 지난 파티때 먹고 남은 냉동 아스파라거스를 살짝 볶아 이놈을 더했다.

특히 밥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 수퍼에 대부분인 안남미(인디카)는 물론 일찌감치 제외했고 우리가 먹는 것과 비슷한 자포니카를 골랐다. 유럽에서 유통되는 자포니카의 대부분은 이태리에서 생산되는데 그러나 이것 역시 쉽게 쉽게 물르고 밥알이 거의 3배 가까이는 불어나는지라 리조또용으로는 적합하겠지만 김밥용으로는 아니다. 그나마 최근 유럽에서 서서히 불고 있는 스시열풍에 힘입어 '스시용'이라고 나온 쌀이 있어 그놈을 골라 밥을 지었는데 밥알이 우리것 보다 더 둥글다. 그런대로 찰진 구석있고 밥을 짓고 난 후에도 쌀의 기본 형태를 제법 유지하니 다행이다 싶다. 이곳 쌀에 대해서 포스팅 한 번 할 생각이니 그때 더 자세히..  지은 밥은 잠시 식혀둔 뒤 플라스틱 볼에 옮겨담아 미리 만들어놓은 초물을 살살 끼얹어가며 밥을 비볐다. 대단한 정성이다.








수업을 마치고 한 자리에 둘러 선 친구들. 가운데 김밥을 들고 있는 친구가 Mizuki다. 그 옆에 Kayoko와 바로 뒤에 이태리에서 온 Giouseppe, 그리고 맨 오른쪽 끝의 Natalie가 모두 이번 주말에 고향으로 돌아간다. 다만 Mizuki는 독일을 일주일간 여행한 뒤 아시아나를 타고 서울에서 하루 스톱오버해 다음 날 동경으로 돌아간다는데 서울 어디서 묶을꺼냐고 물으니 명동에 있는 유스호스텔이라고 한다. 보아하니 옛 안기부를 말하는가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의 가족들에게 보낼 물건 몇 가지를 미즈키에게 들려보내 그곳에서 하루 숙식을 제공받으라 할 껄 그랬나? ㅋㅋ

김밥을 처음 본 이들의 반응은 그 형형색색의 색감에 먼저 탄성을 낸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이 대목에서 정확히 들어맞는다. 낯선 음식을 처음 접할 때면 누구든지 보이는 것을 통해 먼저 그 맛을 짐작하기 때문인데 시각에서부터 경계심이 생겨버리면 왠만큼 놀랄만한 맛이 아니고선 잘못지어진 첫 인상을 만회하기란 좀 처럼 쉽지 않다. 김밥이 갖는 비주얼은 그런 면에서 낯설음에 경계심을 잔뜩 세우는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처음부터 친숙해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아는 음식이다.

역시 김밥맛을 대번에 알아보는 이들은 미즈키와 가요코다. 몇 번 오물오물 거리더니 이내 눈가에 웃음이 번지고 곧이어 수줍은 듯 '오이시이~'가 튀어나온다. 비슷한 식문화를 가졌으니 그 입맛이 어디 가겠나? 일전에 파티에서 김밥맛을 이미 본 다른 친구들도 덥석덥석 집어 먹기에 바쁘다. 가운데 검은 옷을 입고 있는 Sarah는 선생이다. 그녀 역시 'Oh~ sweet''을 연발하며 제법 용기있게 김밥에 도전한다.

김밥은 확실히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는 음식이다. 몇 가지 상상력을 얹어 모양과 맛에서 색다른 도전에 나선다면 분명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단박에 끌어당길 수 있을테다. 김밥의 물건너 사촌쯤 되는 캘리포니아 롤이 'Gochi'라는 간판을 내걸고 좁은 공간에서 일본인 젊은 사장의 운영 아래 힛트를 치고 있는 이곳의 모습을 학원을 오가는 길에 매일 같이 목격하노라면 그 짐작은 더욱 굳어진다.






이날의 김밥, 과연 그 맛을 새삼 떠올리며 입맛을 다실 이들은 몇이나 될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심없이 나눠주는 것에서부터 만남은 각별해지기 시작한다. 김밥 맛에 대한 그리움까진 아니더라도 이들에게 이날이 좀 더 각별한 날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Posted by dalgonaa

한국을 나와 있는 모든 한국인들은 늘 허기지다. 뜨끈한 국물에 밥 가득 말아넣고 묵은 김치 북북 찢어가며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입맛이 스프나 시리얼 따위에 치이다 보면 숟가락은 점점 무거워지고 살은 여위어간다. 그러니 한국인 몇 만 모이면 먹고 싶은 한국음식 이야기로 상다리가 부러져 나가곤 하는데 해외생활 해본 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경험일테다.

이곳 몰타에서 같은 한국인들과 가끔 술 마시는 와중에 성공할 메뉴가 무엇인지를 놓고 재미삼아 떠들곤 하는데 언급된 내용 가운데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메뉴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김밥. 흰 쌀밥 자체만으로도 건강으로 받아들이는 서구인들에게 형형색색의 채소로 무장된 김밥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비롭고 아름답다. 거기에 건강과 맛까지 갖췄으니 인기 0순위가 아닐까? 여름으로 치달을수록 늘어만 가는 것은 관광객. 집에서 먹던 식습관을 이곳까지 와서 고집피울 이들은 많지 않을테다.

김밥은 특정 재료 하나를 부각시켜내기도 쉽고 그것이 또한 맛을 지배하기도 쉬워 입맛이 고급이 아닌 사람도 김밥의 매력에 금방 빠질 수 있다. 나름 생각해본 김밥의 필살기는 연어 김밥. 길게 썰은 훈제 연어를 통으로 올리고 채소를 무순 등으로 최소화해 깔끔함을 높인 것이 포인트. 

속재료를 좀 더 다양화하고 그 정보를 메뉴판에 재치있는 그림과 더불어 설명해 놓으면 입맛 까다롭고 괴팍한 서구인들, 특히 동양에서 온 낯선 식재료에 겁부터 집어먹는 이들에게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음식이 될 것이다. 물론 이들을 사로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



>> 몰타에서 처음으로 도전했던 김밥. 부족한 재료로 급하게 만들었던 탓에 맛도 형편없었다. 역시 단무지 빠지면 맛은 심각해진다. 특히 냉동고에 오랫동안 보관한 김에선 비린내가 난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반드시 살짝 구어야한다.

두 번째 메뉴는 양념치킨. 몰타 제 1의 유흥가 파처빌은 매일 밤은 물론이지만 특히 주말 어느 순간에는 인구밀도가 지구 최고를 기록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술도 고프고 이성도 고프지만 배도 고프다. 이들이 가장 손쉽게 찾는 메뉴는 단연 피자로 여기저기 들고 다니며 먹고 앉아서 먹고 질질 흘리며 먹고 그런다. 이미 예닐곱 피자 집이 성업중이지만 우리가 보기에 맛과 질이 모두 거기서 거기다.

그렇다면 한 입 크기로 튀겨낸 닭강정을 달콤한 양념에 무쳐 땅콩가루 뿌린 뒤 종이컵에 긴 이쑤시개 하나 꽂아 판매하면 어떨까? 이건 아무리 비관적으로 생각해도 대박 예감이다. 살짝 매콤한듯 하면서 달콤하고 치킨의 바삭함과 땅콩의 고소함은 분명 치즈와 토마토 소스에 혹사당한 입맛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양념치킨은 분명 파처빌의 야식문화를 독점한 피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마력의 맛을 갖추고 있다.

높은 칼로리 앞에 주저할 입맛도 있겠지만 일단 파처빌에 왔다면 오늘 한 번 제대로 망가져 보겠다는 각오를 다진 사람일테니 이건 고민꺼리도 안된다.


 
>> 양념치킨의 가까운 사촌 깐풍기. 몰타에서 지금까지 세 번에 걸쳐 해먹은 인기 만점 요리다. 사실 깐풍기도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메뉴지만 손이 좀 많이 간다는 한계가..

세 번째는 돈까스. 이게 거의 핵폭탄이다. 파처빌을 중심으로 모여있는 학원가에는 언제나 굶주린 젊은 이들로 넘쳐난다. 거리에선 10대에서 20대의 혈기들이 웃통까지 까 제끼고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봐야 이들이 손에 쥐는 건 넙대대한 피자 한 조각이 전부. 우리가 보기에도 여간 안타까운게 아닌데 하물며 먼 곳으로 아들 딸 공부보낸 부모의 심정은 오죽하랴.

그래서 부모님의 마음으로 만든 음식, 돈까스^^. 한국에선 돈까스 하나로 빌딩을 세우지 않던가! 그 강력한 맛 한 방이면 파처빌의 길거리 외식계는 그야말로 초토화되지 않을까?

다만 한국과 달리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골고루 섭취하는 이곳이다 보니 돈까스의 주재료인 등심은 한국보다 다소 비싸다.(사실 한국의 돼지고기 등심가격이 터무니 없이 싼게 이상한게지..) 손바닥보다 조금 넉넉한 사이즈로 튀겨낸 돈까스를 큰 칼로 탕탕 내리쳐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 일회용 종이접시에 올리고 각종 과일로 우려낸 수제 소스를 얹은 뒤 밥과 샐러드를 가니쉬로 곁들여주는 것으로 끝. 원하면 감자튀김을 곁들일 수도 있다.

굶주린 이들이 보는 앞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퍼포먼스, 특히 돈까스를 탕탕 내리치는 장면은 도네르 케밥을 썰어내는 모습을 지켜볼 때와 비슷한 식욕충동 효과가 있지 않을까? ㅋㅋ



>> 일본에서 맛봤던 돈까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판매하면 몰타에선 재미 못볼 듯. 소스는 훨씬 더 줄이고 상큼한 샐러드를 곁들인 모습을 상상해보시길.. 더불어 맛도..

혹시 해외에서 적은 자본으로 외식사업을 해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메뉴를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팁 하나를 소개하자면 곧바로 외국인들을 상대하기 보다는 한국인이나 동양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들이 열광하면 결국 현지인들도 따라오기 마련일테니. 그나저나 서울에서 종종 즐기던 분식집 열무냉면과 돈까스, 이 환상적 궁합을 다시 즐길 날은 언제일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