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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30 김치의 힘?
약간의 의심은 있었다. 대개의 한국음식, 특히 김치의 경우 그것에 목매다는 유난스런 한국인들의 입맛이라는 것이 어쩌면 미디어의 지나친 의미부여로 과장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 말이다. 그 의심은 실제 넉 달째 해외생활중인 우리 자신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증명이 됐는데 김치 없어도 큰 문제없이 살더라는 것.

수퍼에 가면 비록 낯설긴 해도 한국에서는 감히 구경도 못할, 그리고 평생먹어도 다 먹어치우지 못할 식재료들이 가득가득 쌓여있다. 낯선 모습의 채소는 물론이고 그것을 가공해낸 식품들, 수퍼 내에 별도의 매장으로 운영되고 판매되는 소시지는 그 가지 수를 세고 앉은 것이 바보스러울 정도로 많다. 치즈도 마찬가지여서 먹음직스럽다기 보다는 아름답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진기하고 다양한 치즈가 진열되어 있다. 이 많은 것들을 하나하나 맛보기도 바쁜 마당에 김치는 무슨 김치.



>> 일반적인 치즈 매장의 모습. 왠지 먹기가 아깝게 느껴진다.

며칠 전 독일여행을 다녀온 학원친구(한국인)는 우리에게 선물을 하나 내밀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뻔데기 깡통과 똑같은 사이즈의 캔, 거기엔 김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주먹보다 작은 캔에도 김치를 담아 파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뭐 먹을 것도 별로 없어보이는 것을 수고롭게 사왔나 하는 '못된'생각도 들었다. 먹고싶다는 생각은 저 뒤 어디쯤에 있었다. 실제 먹어본 맛은 강한 미원 맛 사이에서 김치찌게의 맛과 시큼한 맛이 대충 섞여 있었다.

만약 K-mart에서 저 김치깡통을 판매한다면 우린 사다 먹을까?.. 'No'.  비싼 것도 문제겠지만 이제 어느 정도 미원 맛으로부터 벗어나 제법 건강해진 입맛을 해치고 싶지는 않다. 그 맛을 탐하느니 그보다는 차라리 무거워도 이곳의 달디 단 수박을 사거나 한국에선 여간해선 맛보기 힘든 갓 따낸 무화과를 사먹고 말지. 결국 김치 깡통 역시 과장된 맛의 추억의 한 상징이라는 나름의 의심을 은근히 부추겼다.



>> 지중해의 특별한 산물 '무화과'. 이곳 수박은 일조량이 많아 당도가 아주 높고 껍질도 얇은게 특징. 저기 이상하게 생긴(?) 김치가 보인다.

어제 아침 10시 15분. 우리 플랫의 막내네 집에서 소포로 보낸 김치가 집으로 배달됐다. 그 전에 이미 막내를 통해 '어머니가 김치를 보내셨데요'라고 들은 바 있었으니 2주만에 도착한 것이다. 배달 과정에서 발효돼 터져버려 결국 김치는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김군의 예상을 깨고 김치는 무사히 도착한 것이다.

김치는 10kg에 가까운 제법 많은 양이었다.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었다. 상자는 부풀어 있었고 뚜껑을 열기 위해 테이프를 뜯기 시작했는데 다 뜯기도 전에 뚜껑을 밀어 제치며 김치를 담은 두터운 비닐이 터질듯이 부풀은 모습으로 튀어나왔다. 그 순간 시큼 매케한 냄새가 확 피어올랐다.  (곧 나가야 해서 우선 여기까지..)



>> 발효된 김치 힘!은 철 상자도 우그려뜨려 놓는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