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텁지 않은 구름이 낀 하루. 그러나 늦은 오후가 되면서 가는 빗줄기를 뿌렸다. 산책겸 집에서 좀 먼 수퍼마켓을 가는 길에 골목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개중에 몇 장은 다른 날 찍은 것도 섞여있다. 사진 찍는 일도 대단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란걸 오늘 새삼 깨달았다. 때론 텅 빈 길만 찍기가 뭐해 행인이 지나기를 기다렸는데 인적없는 길에 몇 분을 멍하니 서있자니 여간 좀쑤시는게 아니었다. 슬쩍 창문에서 내려다보는 이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엉뚱한 오해를 사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꽤나 신경쓰이는 일이었고. 근데 좋은 사진은 그런 수고를 다 감내해야 나오지 않던가? 다음에 한 번 제대로 시도해 보기로 하고 오늘 사진을 그냥 닥치는대로 찍은 것이니 '뻬루자의 골목길이 저렇구먼'하는 생각으로 감상하시길..
오른쪽 둥근 아치의 문이 우리집으로 들어서는 문. 2층이 우리집이다. 이건 날씨 좋은 다른 날 찍은 것.
다음에 찍을 때는 길 이름도 함께 찍어놔야겠다. 미처 그 생각을 못했다.
밤에 찍은 좁은 골목길.
수 백년 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골목길. 밤에는 좀 으스스해 보이지만 헤꼬지 하는 사람은 없다.
빨리 가자고 재촉하듯 기다리는 저 사람, 강양. 모처럼 식당으로 밥먹으러 가는 길인데 목적지 삼았던 식당이 마침 문을 닫고 며칠 쉰단다. 비를 맞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어느 날.
쓰레기 통. 길을 걷다 보면 자주 만날 수 있어서 딱히 길바닥에 쓰레기를 버릴 이유가 없다. 오른쪽 맨 끝에 있는 작은 통이 음식물 쓰레기통. 음식물을 제외하고 분리수거의 개념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매일아침 다마스같이 귀엽게 생긴 트럭이 쓰레기를 걷어간다.
일전에 소개했던 일 구포(Il Gufo)식당이 왼쪽에 차 너머로 보인다. 그 앞에 길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 골목이 다른 골목들에 비해 훈기가 많이 도는 곳인데 구포 식당도 있고 그 맞은편에 작은 BAR도 있고 그 옆으로 다시 BAR와 레스토랑을 겸하는 식당이 하나 있다. 이곳에서 한 번 밥을 먹으려다 자리가 없어서 나왔다는.. 그리고 그 옆으로 작은 빵집이 있고 빈티지 가게, 그리고 인상좋은 아주머니가 싱싱한 채소를 파는 가게가 있다. 이 골목의 오른쪽 블록 길이 우리집 골목.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모습의 어떤 골목길.
내리막 골목길.
골목길은 작은 차만 들어올 수 있다.
오르막 골목길
산책하기 좋은 길
시멘트 벽돌을 쌓았다면 언젠간 허물고 공구리를 쳤겠지만 저 계단을 허물 일은 없을 듯.
비가 오락가락 하는 동안 북아프리카 출신의 한 장사꾼이 미처 팔지못한 우산을 메고 터벅터벅 길을 내려오는 중.
돌집과 빨래. 3층 창문에서 한 아저씨가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건물과 건물이 맞닫기 직전에 만들어지는 것이 골목길.
오래전엔 나귀가 끄는 작은 수레를 타고 지나가기도 했을 듯.. 왠지 두부장수의 종소리가 들릴 것 같은..
골목의 시작을 알리는 입구
계단 골목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골목.
PS : 일주일도 더 전에 작성한 포스팅인데 인터넷이 먹통이 되면서 하는 수 없이 묵혔다가 이제서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