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에따노'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2.22 등장인물 6
  2. 2009.02.21 입이 호사로운 볼로냐 생활 3
  3. 2009.02.20 볼로냐, 카메라가 돈다. 2


앞으로도 변화는 다소 있겠지만 현재 비디오에 담겨지고 있는 인물들은 이렇다.


먼저 16살의 '애송이' 스테파노. 키 185의 그는 베네치아 인근의 마을에서 왔고 현재 요리 고등학교에서 공부중이며 두 달간 이곳 주방에서 현장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스파게티를 버터에 비벼먹는게 그의 특기이며 식사후엔 커피 한 잔, 그리고 담배 한 개피. 역시 어려서인지 볼 수록 귀여운 구석이 있다. 현재 선배들의 지도속에 안티파스토 담당.

페루 리마에서 온, 역시 스테파노와 마찬가지로 주방 실습중인 리카르도. 26살로 가에따노(최경준)와 동갑이며 어제가 그의 두 달간의 주방실습 마지막 날이었다. 지금은 북반구와 반대로 여름인 고향 페루로 돌아가 잠시 몸 좀 녹인 뒤 마르코의 추천장을 들고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한 주방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어제까지 돌치(디저트) 담당.

베르가모(Bergamo : 밀라노 인근의 작은 도시) 출신인 수쉐프(부주방장) 엔리코. 다소 거칠고 우악스러운 베르가마스크(Bergamsk-베르가모 사람)들이지만 맡은 일은 끝까지 완수해낸다는 기질을 지녔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그러면서 '지금의 이탈리아가 이모양 이꼴인 것은 모두 다른 지역 이탈리아인들 때문'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데 이탈리아의 문제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올해로 9년째 마르코와 함께 일하고 있으며 레스토랑의 10%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세꼰도(육류와 생선요리) 담당.

가에따노(본명 최경준). 2년째 마르코의 주방에서 일하고 있으며 쁘리모(파스타)를 담당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요리를 좋아해 소질만 믿고 쫓아온 끝에 이탈리아 볼로냐에까지 들어오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며 곧 일본으로 주방을 옮길 고민을 하고 있고 마르코와는 어느정도 얘기가 마무리된 상황. 한국적인 입맛과 아이디어가 이탈리아 주방에서 꽤 쓸모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또르뗄리니를 담가먹는 육수에 무를 넣어 국물맛을 한층 시원하게 만든 것은 가에따노의 아이디어. 지금은 무의 질이 안좋아 넣지 않지만 곧 질좋은 무가 출하되면 육수에 꼭 넣어 끓인다고 한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호세. 레스토랑의 모든 접시와 잔의 세척은 그의 몫이다. 5년 전 마르코 레스토랑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부터 지금까지 함께하며 주방의 요리를 뒤에서 빛내고 있다. 일할 땐 무척 과묵하지만 가끔 요리사들에게 오가며 장난을 건다. 


삐에몬테에서 온 베로니카. 볼로냐 대학을 다니고 있으며 생활비 마련을 위해 까메리에레(웨이트레스)로 일하고 있다. 성실하고 마음이 후덕해서 주방 요리사들 사이에 칭찬이 자자하다. 매일 출근.


밀라노에서 온 이레네. 역시 대학에서 공부중이며 베로니카와 더불어 홀을 담당하고 있다. 부자도시에서 와선지 깍쟁이같은 구석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바쁜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출근. (이외에 홀 담당하는 프랑스에서 온 '뭉그'가 있지만 사진을 미처 못찍었다)

엘렌. 마르코 파디가의 프랑스인 부인으로 바쁜 금요일, 토요일에는 베로니카, 이레네, 뭉그와 함께 홀을 커버한다. 식당을 프랑스적인 분위기로 연출시키는데는 그녀의 역할이 크다. 쌍둥이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담배를 한 대 칙 피워물고 힘차게 몰고 가는 전형적인 프랑스인.

마르코 파디가. 계산대에도 서고 테이블에서 주문도 받고 안티파스토, 쁘리모, 세꼰도, 돌체, 모든 영역을 넘나들며 레스토랑을 총지휘하는 전형적인 오너쉐프. TV에 나오기 좋아한다는데 비단 그만이 아니라 모든 이탈리아 사람들이 그러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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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두오모 맞은 편의 어느 길. 저 뒤로 두에또리(Due Torri-두 개의 탑)이 보인다.

볼로냐 삼일째, 숙소를 옮겼다. 하루 79유로(15만원)의 살인적인 가격을(사실 이탈리아, 또는 유럽 어딜가나 호텔은 이 가격 안팎이다)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 해서 볼로냐 도착 첫날, 레스토랑 사람들을 만난 뒤 오후에 길을 나서 좀 더 저렴하게 머물 호텔을 2시간 가량 찾아 헤맸고 결국 문열고 나서면 볼로냐의 상징이라 할 두에또리를 바로 코앞에 둔 위치에 하루 60유로짜리 호텔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레스토랑과도 걸어서 불과 10분이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가정집을 소박한 호텔로 개조한 곳인데 호텔 한 켠에 주인이 거주하는 방이 있는 걸로 보아 가족이 운영하는 호텔인듯 싶다. 민박집같은 정서가 느껴져 좋고 무엇보다 무선인터넷이 공짜고 방이 넓다. 다만 60유로의 방은 화장실이 딸려있지 않아 복도에 있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슬쩍 둘러보니 투숙객이 거의 없는 듯 싶어 그냥 우리것처럼 쓰면 되지 싶다.


수쉐프(부주방장) 에리코가 '많은 편은 아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주문표를 펼쳐보이고 있다.

취재 이틀째를 맞는 마르코 파가디 비스트로는 자정이면 문을 닫지만 손님이 밀려드는 금요일과 토요일의 경우 2시가 넘어서야 영업이 끝난다. 어제 금요일도 그랬다. 마르코의 프랑스인 부인과 주말에만 고용하는 웨이터가 가세했고 주방안은 밀려들어오는 주문을 쳐내느라 정신없이 움직였다. 주방은 이태리어와 영어, 프랑스어, 그리고 한국어가 뒤섞여 벅적대는 가운데 이태리 파스타, 프랑스 프와그라, 영국식 피쉬앤칩스와 일본식 초밥이 정확한 손맛과 타이밍으로 만들어져 홀로 분주하게 날라졌다. 몸으로 하는 모는 분야의 일이 그렇겠지만 요리사라는 직업도 어느정도 몸이 익숙해지면 그때분턴 리듬을 타고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주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지나면 그때부턴 1개 대대의 주문이 들어와도 물 흐르듯한 리듬으로 모든 것을 감당해낼 수 있게 된다. 요리사로 가는 과정에서 대개 거치는 견습생의 시간이란 어쩌면 레시피나 기술은 둘째 문제고 바로 그런 리듬을 탈 수 있는 감이 있는가 없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진하고 뜨끈한 육수에 담가 먹는 또르뗄리니.  

주방에서 이들과 섞여 있다보면 자연스레 이것저것 맛보게된다. 샴페인, 라비올리, 프와그라, 피시앤칩스, 디저트 등은 물론이고 이들과 함께 먹는 점심과 저녁은 그 자체로 값비싼 식사다. 점심은 쁘리미(파스타) 담당의 가에따노가 준비하고 저녁은 세꼰도(육류와 생선) 담당의 에리코가 준비하는데 어제는 사진에서 보는 것들이 등장. 간만의 촬영이 빡쎄서 힘들지만 맛의 지평을 넓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니 호강이 아닐 수 없다.  

샤프란 리조또

사과쨈, 푸와그라, 감자튀김, 그리고 소금 살짝

종이 고깔에 담아내는 피시앤칩스. 소스는 토마토 베이스.

아르헨티나산 새우를 얹은 라비올리. 거품은.. 이름 까먹었음..

5리터 분량의 와인을 냄비 바닥이 비칠 정도의 양으로 졸여낸 소스.

어제 요리사들의 점심식사 리가또니.

어제의 저녁식사 숭어구이

점심식사 모습. 가에따노가 가장 자신있어 하고 좋아하는 파스타는 살시치아(갈을 고기로 속을 채운 일종의 소시지)가 들어간 파스타인데 이태리를 떠나게 되면 그 맛을 떨쳐버리기 힘들 것 같아 최근에 살시치아 장인을 만나 그 레피시를 익혔다고 한다. 그 비법은 아무에게도 안가르쳐줄꺼라는데 다만 자신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인사라도 남겨주는 사람에 한해서는 살짝 레시피를 알려주겠다고.. ㅋㅋ

Posted by dalgonaa

요 며칠 이탈리아가 꽝꽝 얼었다. 뻬루자야 늘 춥고 지금 와 있는 볼로냐도 적잖이 춥다. 일전에 잠깐 이야기했던 볼로냐 요리사 최군(이탈리아 이름-가에따노)에 관한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어제 온 것. 오너쉐프인 마르코 파디가도 만났고 함께 주방에서 뒹구는 수쉐프 에리코와 스테이지(실습생) 생활을 경험하고 있는 페루의 리카르도와 베네치아의 밤비노('애송이'란 뜻. 16살) 스테파노도 만나 저녁 내내 주방에 함께 머물며 서로의 존재감을 익혔다. 일과를 마친 후엔 이들의 숙소로 몰려 올라가 가에따노가 끓여준 너구리를 먹고 이들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눴다. 걱정과 달리 하룻만에 모두를 친숙해졌으니 다행이다. 볼로냐에는 약 10일간 머물면서 이들을 카메라에 담을 예정이고 이후 잠시 뻬루자로 돌아갔다가 3월 중순에 잠깐 2차 촬영을 할 예정이다. 역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 이야기꺼리가 풍성해지는 것 같은데 이를 과연 어떻게 엮어낼지를 놓고 한동안 머리를 싸매야 할 것 같다. 과연 좋은 내용이 나올지..  식당의 명성은 바로 이 주방에서 이뤄지는 셈인데 워낙에 비좁아 카메라를 돌리고 괜찮은 그림을 잡아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는 점도 큰 고민의 하나.

마르코 파디가 비스트로는 프랑스에서 7년간 요리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마르코가 5년 전 오픈한 볼로냐의 레스토랑이다. 요리의 기본 정체성은 이탈리아 요리지만 맛을 위해서라면 어떤 국적의 요리라도 메뉴로 내놓을 수 있는 열린 사고를 가진 식당. 올해초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가이드북 감베로로쏘로부터 볼로냐 최우수 식당으로 선정됐고 마르코의 이름은 어느덧 구미의 몇몇 언론에도 알려졌으니 나름 세계적인 인사가 된 셈이다. 이곳에서 마르코와 함께 2년째 일하고 있는 가에따노를 중심으로 요리와 식당,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을 예정이고 볼로냐의 유서깊은 파스타는 덤이다.  이탈리아 주방에선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궁금하면.. 봄까지만 기다려달라 ^^.


맨 뒤로 프랑스에서 온 뭉그가 접시를 내가는 가운데 빨간 꽃 앞치마를 두른 오너쉐프 마르코, 그와 9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에리코, 그리고 비니모자를 눌러쓰고 접시에 소스를 뿌리고 있는 가에따노의 모습.

가에따노의 전담분야는 바로 파스타.

당분간 인연을 갖게된 볼로냐, 인터넷도 연결이 되니 이곳 소식을 자주 전하겠다.

Posted by dalgonaa